미 대선 아이오와 코커스 현장
미국 대선 레이스의 첫 관문인 아이오와 코커스를 하루 앞두고도 민주ㆍ공화 어느 쪽도 확실한 주자가 나타나지 않자 각 주자 캠프는 애가 타고 있다. 압도적 우위를 잡지 못한 만큼 ‘D-1일’인 31일(현지시간) 민주ㆍ공화 모두 ‘GOTC(코커스 나가기ㆍGet Out the Caucus) 운동’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유권자들의 변화에 대한 갈망에 기대어 이른바 ‘바람’으로 선거를 치르는 트럼프와 샌더스 진영은 코커스 당일 저녁 7시 이후 아이오와 각 지역 예보를 점검하면서, 유사시 차량 동원 등 맞춤 전략을 짜는 모습이다. 트럼프 지지성향의 한 유권자는 “내 차로 3명의 지지자를 태워 코커스 장소에 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유세장에 부인ㆍ남편은 물론 만삭의 딸도 등장
힐러리, 샌더스, 트럼프 등 주요 후보들도 이날부터 유세 방향을 아이오와 정치 중심지 디모인으로 돌리고 있다. 30일까지는 외곽 시골마을과 거점 도시를 돌았으나, 31일에는 주도(主都) 디모인 반경 90㎞ 이내의 도시에서 유세를 펼치고 있다.
이날 하루 가장 많은 4회의 유세를 치른 샌더스는 워털루, 마샬타운 등을 찍은 뒤 코커스 당일에 맞춰 서쪽 디모인으로 입성할 예정이다. 반면 힐러리는 수시티와 카운슬블러프 등 아이오와 서부를 공략한 뒤 31일 저녁 디모인에서 마무리 유세를 준비 중이다.
특히 힐러리 진영에는 남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물론이고 전날부터 둘째 아이를 임신 중인 외동딸 첼시가 합류해 힘을 보태고 있다. 첼시는 30일 아이오와 주립대 유세 현장에 나타나 지지를 호소한 것은 물론, 힐러리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손수 관리하는 등 엄마 돕기에 본격 착수했다. 첼시는 아이오와 주립대에서 “내가 이번에 처음으로 엄마의 선거를 지원하게 됐다”면서 “엄마가 첫 여성 대통령이 되면 이제는 더 많은 여성이 남녀가 평등한 미국에서 살게 될 것”이라고 지지를 호소했다. 반면 힐러리의 남편인 클린턴 전 대통령은 앞서 아이오와 데이븐포트 유세장을 찾아 지원 유세에 나섰지만 왕년의 유세 실력을 보여주지 못해 도리어 입방아에 올랐다.
트럼프의 유세 행렬에도 아내(멜라니아 트럼프)와 큰딸(이반카 트럼프ㆍ34)이 합류했다. 이반카는 만삭의 몸에도 불구, 열정적으로 아버지에 대한 지지를 호소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트럼프도 유세 때마다 “(큰딸의) 출산이 2주도 남지 않았는데 이왕이면 아이오와에서 낳았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등 키 180㎝에 모델 뺨치는 금발 외모의 딸을 선거 마케팅의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민주당 샌더스의 부인 제인도 남편의 유세 일정에 동행하고 있다. 제인은 최근 허핑턴포스트 인터뷰에서 “버니가 필요한 것은 무엇이든 한다”고 열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최종 후보 티켓을 향한 막판 신경전
후보간 신경전도 가열되고 있다. 힐러리 진영은 여성 대통령을 강조하면서 샌더스 측을 정면으로 겨냥한 ‘총기 규제’를 막판 승부카드로 활용하고 있다. 힐러리는 30일 유세에서 “샌더스가 과거에 (총기매매 시 신원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도록 한) ‘찰스턴 구멍’에 투표를 했다”면서 “강력한 총기규제를 할 대통령은 나”라고 강조했다. 반면 샌더스는 “내가 300만 명의 개인 후원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집했다는 게 자랑스럽다”며 “다른 후보들은 부자에게 선거를 의존하고 있다”고 우회적으로 힐러리 캠프를 겨냥했다.
힐러리 진영은 박빙 양상에도 불구, 승리를 기정 사실로 여긴다는 듯 1일 오후 8시30분 디모인에서 승리 자축 행사를 열 계획이다. 샌더스는 이에 맞서 힐러리의 국무장관 시절 개인 이메일에 국가기밀이 포함됐다는 보도에 유권자들의 주의를 환기시키는 모습이다. 또 아이오와 주 민주당이 코커스 결과를 마이크로소프트(MS) 도움으로 실시간 전산 집계하는 것에 반발, 자체 시스템을 가동할 예정이다. 민주당 본부가 1일 밤 힐러리 승리를 주장하더라도, 공식 집계가 아니라며 인정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남한 1.5배 면적에다 인구 300만명에 불과한 아이오와의 공식 집계에는 상당한 시일이 걸린다.
공화당 진영에서도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가 마르코 루비오를 겨냥한 인터넷 돌출 광고를 내보내자, 루비오가 지역 방송국을 통해 30분 길이의 홍보성 동영상을 방영키로 하는 등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디모인(아이오와)=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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