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이삭 기자

등록 : 2018.06.29 19:00
수정 : 2018.06.29 22:31

“자사고ㆍ특목고 준비할까 말까” 다시 고민에 빠진 중3

등록 : 2018.06.29 19:00
수정 : 2018.06.29 22:31

교육부, 헌법재판소 결정 따라

자사고ㆍ일반고 입시 동시 실시하되

중복지원 가능케 한다는 입장

자사고 올해 경쟁률 상승 예상

외고ㆍ국제고 형평성 논란도

서울자율형사립고연합회 관계자들이 지난해 6월 서울 이화여고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에 자사고 폐지 정책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헌법재판소가 자율형사립고(자사고)를 지원한 학생에게 일반고 중복지원을 금지한 초ㆍ중등교육법 시행령의 효력을 정지하면서 교육현장이 또 혼란에 빠졌다.교육부는 자사고와 일반고 입시를 동시 실시하되 중복지원은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중3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다시 자사고 준비를 하느냐 마느냐하는 고민에 휩싸였다. 자사고 폐지를 목표로 각종 혁신정책을 밀어 붙였던 교육 당국 구상에도 당분간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커졌다.

교육부는 29일 전날 헌재의 가처분 인용과 관련해 “예정대로 자사고와 일반고 입시를 후기전형으로 함께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헌재가 “평준화 지역에서 자사고 지원자가 2개 이상 학교에 지원하지 못하게 한” 부분만 문제 삼았을 뿐, 자사고 입시를 전기에서 후기로 바꾼 시행령 조항 자체는 유효하다고 본 만큼 ‘모집시기 일원화’는 유지하겠다는 뜻이다. 교육부는 이들 지역 시ㆍ도교육청과 협의해 자사고 지원 학생에게 가해지는 불이익을 없애는 등의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교육부 발표에도 현장의 반응은 하루 새 뒤바뀐 기류가 역력하다. 학부모ㆍ수험생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자사고 준비를 다시 저울질하거나 지역별 득실을 따지는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서울 한 중학교에 다니는 중3 홍모(15)양은 “중복지원에 따른 피해가 사라져 다시금 자사고 지원을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다”며 “지난해 자사고를 없애겠다는 교육부 방침에 일찌감치 마음을 접었던 상위권 친구들도 정보 수집에 열을 올리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벌써부터 올해 자사고 입시 경쟁률이 오를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모집시기만 뒤로 미뤄졌을 뿐 자사고의 우선선발 효과는 그대로 유지돼 경쟁률이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정부의 자사고ㆍ외국어고 폐지 방침 발표 이후 2018학년도 서울지역 자사고 평균 경쟁률(정원 내)은 1.29대 1로 전년도(1.70대 1)보다 줄었고, 올해는 지원 미달 학교가 속출할 것으로 전망됐었다.

[저작권 한국일보] 자율형사립고 운영. 송정근 기자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자사고처럼 중복지원이 금지된 외고ㆍ국제고와의 형평성 논란이 뒤따른다. 이상수 교육부 학교혁신정책과장은 “이제 막 법리 검토를 시작한 단계라 답을 내놓기는 곤란하다”면서도 “헌재 인용이 중복지원으로 인한 학생들 피해가 없는지 살펴보라는 취지인 만큼 외고ㆍ국제고 적용 여부도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자사고ㆍ일반고 동시 선발 원칙이 훼손되지 않은 점을 애써 강조하지만 이미 타격을 받은 모습이다. 서울자사고교장연합회 관계자는 “헌재가 선발시기 조정에 대한 가처분 신청을 기각한 것도 정부 손을 들어준 것이 아니라 중차대한 사안인 점을 감안해 헌법소원 심판에서 제대로 다뤄보자는 의미”라며 공세를 예고했다.

고입 동시 실시는 자사고ㆍ외고 폐지를 내건 문재인 정부 ‘고교 체계 개편 3단계 로드맵’의 첫 단추였다. 반발 여론이나 법적 제약을 고려해 당장 이들 학교를 없애지는 못하더라도 이중지원이 불허되면 원거리ㆍ비인기 일반고에 배정받을 것을 걱정해 지원율이 떨어지고 우수학생 모집에도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계산이었다. 하지만 헌재가 우회 방식에도 문제를 제기하면서 2단계(자사고 등 단계적 일반고 전환)ㆍ3단계(국가교육회의를 통한 고교체계 개편) 작업은 더욱 더뎌질 수밖에 없다. 안상진 사교육없는세상 정책대안연구소장은 “특권교육과 고교 서열화를 타파하기 위한 가장 초보적 조치마저 제약을 받아 유감스럽다”며 “나아가 고교체계 개편을 전제로 추진 중인 고교학점제와 내신 절대평가제 역시 줄줄이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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