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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형 일자리 실험 광주시, 노동계 화만 돋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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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형 일자리 실험 광주시, 노동계 화만 돋웠다

입력
2018.08.15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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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투자협상 내용 공개 요구

이용섭 시장ㆍ실무진 발언 엇박자

李 시장 “한국노총에 공개했다”

실무진, 공문 통해 “공개 못한다”

한국노총 “공개 안 하면 대화거부”

이용섭 광주시장(오른쪽)이 지난 14일 오전 광주시청 3층 중회의실에서 화요간부회의를 열고 광주형 일자리 추진 과정에서 노동계 요구를 수용해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광주시 제공
이용섭 광주시장(오른쪽)이 지난 14일 오전 광주시청 3층 중회의실에서 화요간부회의를 열고 광주형 일자리 추진 과정에서 노동계 요구를 수용해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광주시 제공

이용섭 광주시장은 지난 14일 간부회의에서 “광주형 일자리 사업 추진 과정에 노동계 요구를 적극 수용하라”고 지시했다. 이 시장은 이어 “현대자동차와 그간 진행된 위탁 조립공장(합작법인) 설립과 관련한 협상 내용을 공개해 달라는 한국노총 광주지역본부의 제안에 대해 이미 공문을 통해 내용을 모두 전달했다”며 “투자협상 과정에 노동계 참여도 보장하고 광주형 일자리 4대 원칙을 투자협약에 포함해 달라는 한국노총의 제안도 그대로 수용하겠다”고 말했다. 당시는 광주형 일자리 적용 모델로 꼽히는 현대차 위탁 조립공장 설립을 위해 4년간 노사민정협의회에 참여해 온 한국노총이 협상 과정에서 배제된 데 대해 잔뜩 화가 나 있던 시점이었다. 실제 한국노총은 앞서 8일 광주시에 공문을 보내 “현대차와 협상 내용을 공개하고 협상 과정에 노동계 참여를 보장하라”며 노사민정 참여를 중단했다.

이 시장의 이날 발언은 전날 “협상 내용은 공개할 수 없다”던 것과는 180도 달랐다. 이 시장은 13일 기자들과 만나 “협상이란 것은 서로 계속 조율하는 것인데, 그걸 공개하면 협상이 아니지 않는가”라고 했었다. 이를 두고 이 시장이 광주형 일자리는 노동계의 참여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판단, 노동계 달래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그러나 이 시장의 협상 내용 공개 발언은 외려 한국노총의 화만 돋웠다. 13일 시가 한국노총에 회신한 내용이 이 시장의 주장과는 완전히 달랐기 때문이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현대차와의 협상 내용 공개 요구에 대한 시의 공식 서면 답변은 ‘협상 과정이라 공개할 수 없다. 추후 설명하겠다’는 거였다”며 “공문을 통해 협상 내용을 모두 전달했다는 이 시장의 발언과 밑에 있는 공무원들의 말이 이렇게 다를 수 있느냐”고 반발했다. 이 시장이 거짓말을 했거나, 아니면 협상 실무 공무원들이 이 시장을 속였다는 얘기였다.

이 시장과 실무진 간 엇박자 발언은 가뜩이나 현대차 협상 과정에서 ‘패싱’을 당하고 있다는 데 대해 불만이 컸던 한국노총에 기름을 부은 꼴이 됐다. 당장 한국노총은 17일 오전으로 예정된 운영위원회 때까지 다시 한 번 광주시의 협상 내용 공개를 기다려 본 뒤 ‘최종 결단’을 내리겠다고 벼르고 있다. 한국노총은 “광주시가 그간 해왔던 하나마나한 소리를 또 반복하며 언론플레이를 한다면 더 이상 시와는 대화하지 않겠다”며 “현대차와도 광주형 일자리를 적용한다고 말하지 말고 그냥 단순히 공장 짓는 투자협상만 하라”고 맹비난했다.

광주시가 보안을 이유로 이해당사자들의 협상 관련 요구들을 무시하는 태도는 이번만이 아니다. 시는 광주시의회로부터 협상 관련 참고자료 제출을 요구 받고도 자료 제출을 미루며 자신들 입맛대로 짜깁기한 자료만 제출하겠다는 배짱을 부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광주시의원은 “광주시가 협상은 우리가 알아서 할 테니 시비 걸지 말라는 식의 대응은 오만하기 짝이 없는 태도”라며 “협상 추진 과정의 내용 공개 범위와 관련해선 협상 전략에 관한 부분을 제외하고 시장이 보고 받은 수준으로 정보를 최대한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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