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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감추고 내용도 숨긴 책, ‘북 X’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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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감추고 내용도 숨긴 책, ‘북 X’가 온다

입력
2017.03.31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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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산책, 북스피어, 은행나무 출판사가 정체 불명의 책을 내놓는 '북 X' 이벤트를 공동으로 벌인다. 저자와 제목을 가린 포장 상태로만 책을 팔고, 독자는 포장에 적힌 추천사 정도만 읽고 책을 고른다. 북스피어 제공
마음산책, 북스피어, 은행나무 출판사가 정체 불명의 책을 내놓는 '북 X' 이벤트를 공동으로 벌인다. 저자와 제목을 가린 포장 상태로만 책을 팔고, 독자는 포장에 적힌 추천사 정도만 읽고 책을 고른다. 북스피어 제공

“책을 일일이 포장하는 게 완전 수작업이라 돈도 시간도 너무 많이 들지만, 독자들과 재미난 ‘작당’을 하고파 진행합니다. 대신 비밀은 꼭 지켜주세요.”

김홍민 북스피어 대표는 31일 ‘개봉열독 이벤트’를 소개했다. 출판사 마음산책ㆍ북스피어ㆍ은행나무가 공동으로 기획, 진행하는 이 이벤트는 책 표지를 포장해서 완전히 가리고 ‘마음산책 X’, ‘북스피어 X’, ‘은행나무 X’라고만 적은 책을 내놓는 행사다. 포장을 뜯고 내용물을 확인하기 전에는 어떤 책인지 전혀 알 수 없다. 책에 대해 전혀 모르는 상황에서 책을 골라보는, 일종의 책과의 ‘블라인드 데이트’인 셈이다. 책마다 눈길 끄는 제목, 수려한 디자인 경쟁을 벌이고 있는 시점에서 정반대의 선택을 한 셈이다.

이벤트 아이디어는 일본과 영국의 서점들에게서 따왔다. 지난해 일본 교토의 한 서점에 들렀다가 책을 들여다볼 수 없도록 표지를 종이로 감싼 ‘문고X’ 이벤트를 접했다. ‘문고X’ 이벤트에 독자들이 열광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한 달에 2~3권 정도 나가던 책이 1주일 만에 60만부가 나가는 일도 있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올해 초 방문했던 영국 옥스포드의 블랙웰 서점에서도 ‘노벨 서프라이즈’(A Novel Surprise) 이벤트를 찾았다. 책을 완전히 가린 채 소설의 첫 문장, 혹은 소설을 발행한 국가명만 겉봉에다 적어두는 방식으로 독자들의 호기심을 유발했다.

일본 교토의 한 서점에서 발견한 '문고 X' 이벤트. 독자는 표지를 덮은 포장지 위 추천사나 키워드만 읽고 책을 고른다. 북스피어 제공
일본 교토의 한 서점에서 발견한 '문고 X' 이벤트. 독자는 표지를 덮은 포장지 위 추천사나 키워드만 읽고 책을 고른다. 북스피어 제공

여기에 자극 받은 세 출판사 사장들도 비슷한 이벤트를 구상했다. 각 출판사에서 내기로 한 신간 서적을 이런 방식으로 내보자는데 의기투합했다. 해외의 경우 서점에서 진행하는 것이다 보니 포장의 질이 좀 떨어졌다. 세 출판사는 포장의 질을 높이는 데 중점을 뒀다. 개봉열독 이벤트의 진행방식은 이렇다.

우선 4월 1일부터 24일까지 각 온라인서점에서 예약 판매에 들어간다. 온라인 서점에서 책 이미지는 저자, 제목 등은 모두 가려진, 포장된 상태로만 공개된다. 얻을 수 있는 정보는 가격, 페이지 정도다. 준비과정에서 온라인서점에서 태클이 들어왔다. 내용물도 보지 못한 상태에서 팔다가는 서점에게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이 때문에 각 서점MD들에게는 책을 먼저 읽혔고, 그에 따른 간단한 추천사를 받아 책 포장에다 인쇄해뒀다. 마음산책, 북스피어, 은행나무 모두 문학 쪽에서 강점을 갖고 있는 출판사들이다.

오프라인 서점에서는 교보문고를 통해서도 같은 기간 예약 판매를 한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매대 위에 포장된 상태로 놓여진 견본을 보고 예약하는 방식이다. 예약판매기간이 끝나면 4월 25일부터 예약분이 발송되고, 전국 각 서점에 책이 깔린다. 이 때 발송되고 깔리는 책도 ‘마음산책 X’ , ‘북스피어 X’, ‘은행나무 X’ 이런 식으로 포장된 채다.

저자와 제목 공개시점은 5월 16일 자정으로 정했다. 온라인 예약 판매기간만큼, 오프라인매장에서도 판매기간을 주기 위해서다. 인터넷, 모바일 공화국인데 책을 미리 손에 넣은 독자들이 X의 정체를 공개해버리지 않을까. 그래서 5월 16일 자정, 책의 정체를 공개할 때까지는 책을 손에 넣은 독자들에게 저자와 제목을 공개하지 말 것을 간곡히 부탁할 예정이다.

김홍민 대표는 “4~5월엔 이런저런 책 선물이 많은 시기이도 한 만큼 북스피어 X, 마음산책 X, 은행나무 X 를 골라봐도 좋을 것 같다”며 “해외에서의 좋은 반응과 별개로 우리 독자들을 대상으로 했을 때 어떤 반응과 결과들이 있을 지 너무 궁금하다”고 말했다.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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