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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터는 아이들의 중요한 종합 배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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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터는 아이들의 중요한 종합 배움터”

입력
2017.06.25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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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서 1만5000개 만들기 참여

놀이 디자이너 귄터 벨치히

놀이터 디자이너 귄터 벨치히씨가 25일 서울의 한 커피숍에서 한국적 놀이터의 필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놀이터 디자이너 귄터 벨치히씨가 25일 서울의 한 커피숍에서 한국적 놀이터의 필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놀이는 학교 교육 못지않게 중요한 종합적인 배움입니다. 어찌된 일인지 한국에서는 여전히 놀이를 부차적으로, 때로는 시간낭비로까지 여기는 듯하더군요.”

유럽에서 1만5,000개 놀이터 만들기에 참여한 40년 경력의 독일 놀이터 디자이너 귄터 벨치히(76)씨가 한국을 찾았다.

벨치히는 놀이터 혁신을 선언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17일 주재한 집담회에 참석했고, 24일에는 ‘놀 권리 캠페인’을 진행 중인 유니세프한국위원회 초청으로 강연회를 가졌다.

25일 서울의 한 커피숍에서 만난 벨치히는 놀이가 중요한 이유에 대해 “어떤 실수를 해도 괜찮다는 것을 깨닫는 과정이 바로 놀이”라고 답했다. 그는 “아이는 놀이를 통해 자신의 가능성과 욕구, 한계를 깨닫고 최선의 것을 도출해 낸다”며 “조바심 내는 것은 오히려 부모로, 부모가 용기를 갖고 그 과정을 함께 받아들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가전 업체 지멘스에서 5년 간 산업 디자이너로 활동했던 그가 일찌감치 놀이터 디자이너로 진로를 변경한 것도 이 같은 놀이에 대한 남다른 철학 덕분이다. 그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 싶었고, 미래를 살아갈 아이들과 함께 시작하는 게 세상을 바꾸는 첫걸음이 될 것으로 믿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놀이터에 주목했다. 오랫동안 이용자인 아이들의 욕구를 중심에 놓지 않은 채 조경업자들의 영역으로만 여겨왔기 때문이다. 경제적 이익을 추구해야 하는 산업 디자이너로서 사회적 기능의 잣대로 모든 디자인을 판단했던 그에게 조경업자들이 꾸민 놀이터는 “조경업자들 스스로 보기에 좋게 꾸민 작은 마당”일 뿐이었다. “그들이 꾸민 그네와 미끄럼틀이 있는 통제되고 안전한 놀이터만큼 지루한 놀이터는 없어요. 아이는 어른보다 창의적이고 상상력이 풍부하기 때문에 그네를 그대로 타지 않고 더 높이 올라가는 등 다른 방식으로 이용하다가 다치거든요.”

“아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게

위험성 허용해야 좋은 놀이터

한국 문화 반영한 시설 개발을”

“아이들은 놀이기구가 없어도 언제, 어디서든, 무엇으로도 잘 놀 수 있다”고 믿는 벨치히는 “좋은 놀이터는 어느 정도 위험을 허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이 스스로 결정권을 가져야 하기 때문”이다.

2014년 이후 이번이 세 번째 방한인 벨치히는 각 지자체의 ‘숲 놀이터’ 등에서 한국 놀이터 문화의 희망을 봤지만 아직은 절망스러운 경험을 더 많이 했다고 한다. “겉으로 보기에 똑똑해도 내면의 주체성이 부족한 아이들이 아직 많은 걸 보니 놀이터와 놀이문화가 더 개선돼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에 놀이터와 놀이기구를 충분히 이해하는 전문가가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해 벨치히는 “놀이는 문화인데 5,000년 역사를 지닌 한국이 왜 놀이터 전문가가 없다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경제적 성공만을 기준으로 역사가 더 짧은 서구사회의 모델을 단순 모방할 게 아니라 한국 문화를 반영한 놀이터를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벨치히는 27일 경기 시흥시청에서 열리는 강연회를 마지막 일정으로 28일 이한한다.

글ㆍ사진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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