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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연락처 빠진 로밍 문자… 외교부 고의 누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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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연락처 빠진 로밍 문자… 외교부 고의 누락?

입력
2017.10.11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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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철 “업무 증가 피하려는 의도 의심”

7억여원 들여 개선하고도 여전히 부실

통역ㆍ송금 돕는 영사콜센터 번호만 안내

부실 응대에 전화 불통까지… 파행 운영

추석 연휴 기간인 지난달 30일 외교부가 해외 여행객에게 발송한 로밍 문자. 재외공관 긴급연락처 대신 영사콜센터 대표번호를 안내하고 있다. 원유철 의원실 제공
추석 연휴 기간인 지난달 30일 외교부가 해외 여행객에게 발송한 로밍 문자. 재외공관 긴급연락처 대신 영사콜센터 대표번호를 안내하고 있다. 원유철 의원실 제공

올 1월 친구 2명과 함께 대만 여행을 떠났던 여대생 A씨는 고민 끝에 현지에서 주(駐)타이베이한국대표부 긴급연락처로 전화를 걸었다. 동행한 친구들을 성폭행한 현지 택시 운전기사를 경찰에 신고하기로 결심한 뒤 도움을 구하기 위해서였다. 다행히 통화가 됐지만 응대는 시큰둥했다. A씨는 “당직자가 한숨을 쉬며 ‘무슨 일로 긴급전화를 했냐. 지금 한국 시간으로 새벽 3시’라고 짜증 섞인 투로 말하더니 ‘경찰에 신고부터 하고 연락 달라’고 한 뒤 전화를 끊었다”면서 “경찰 신고와 증언 과정에서 외교부 대신 현지 교민들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해외에서 위급에 처한 국민이 이용하는 재외공관 긴급전화 서비스가 파행 운영되고 있다. 연 2,200만명이 해외 여행을 가고 이에 따라 해외 사건ㆍ사고 피해가 급증하는 상황에서다.

1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원유철 자유한국당 의원에 따르면, 현재 우리 국민이 외국에 나갈 때 발송되는 국가별 로밍(통신업체끼리 서로의 통신망에 접속할 수 있도록 하는 일) 문자 서비스에 재외공관 긴급연락처는 빠져 있다. 대신 ‘해외 위급 상황 시 영사콜센터에서 필요한 안내를 받으라’며 영사콜센터 대표번호를 안내하고 있는데, 이 센터는 통역 서비스와 신속 해외 송금 지원이 주 업무여서 사건ㆍ사고 응급 대응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원 의원 지적이다.

올 들어 외교부가 해외안전지킴이센터 준비에 착수한 것은 기존 영사콜센터 기능이 민원 상담 위주여서 신속한 해외 사건ㆍ사고 초기 대응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가령 지갑을 잃어버렸을 경우 해외 여행객이 영사콜센터에 전화하면 분실 신고를 하는 데 통역 서비스를 이용하고 신속 해외 송금 지원 서비스를 활용해 당장 필요한 돈을 한국 지인에게서 빌려 쓸 수 있다. 그러나 해외에서 감금이나 납치, 폭행 등 피해를 당했을 때 영사콜센터의 도움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긴급 구조는 재외공관 긴급연락처로 연결되는 사건ㆍ사고 담당 영사나 보조 인력을 통해서만 이뤄질 수 있다는 게 원 의원 설명이다.

안내에만 소극적인 게 아니다. 전화를 받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 원유철 의원실이 지난달 이틀에 걸쳐 외교부 해외여행안전 어플리케이션(앱)에 긴급연락처가 등록된 172개 재외공관을 전수 조사한 결과 58곳이 전화를 안 받았고 48곳은 아예 회신조차 없었다. 전체 공관 10곳 중 3곳 꼴로 긴급전화가 먹통이었던 셈이다.

문제는 해외 관광객이 늘면서 해외 사건ㆍ사고 피해자 규모도 가파르게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외교부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에서 살인ㆍ강도ㆍ절도ㆍ강간ㆍ폭행이나 교통사고 등 사건ㆍ사고를 당한 피해자 수는 9,290명으로 1만명에 육박했다. 4,967명이었던 2013년과 비교할 때 4년 새 87%나 증가한 것이다.

이에 따라 재외공관 민원 처리량도 늘었다. 같은 기간 38만2,970건에서 50만3,023건으로 31% 많아졌다. 때문에 외교부가 고의로 재외공관 긴급연락처를 적극 홍보하지 않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원 의원은 “2015년 외교부가 국가별 로밍 문자 서비스 개선 사업에 7억6,000만원이나 투입하고도 정작 긴급연락처를 누락시킨 게 업무 부담 증가를 우려해서가 아닌지 의심된다”며 “부실 응대와 전화 불통, 소극적 홍보 등을 아우르는 긴급연락 서비스의 총체적 점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광화문 외교부 청사. 한국일보 자료사진
광화문 외교부 청사. 한국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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