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30일 김양건 노동당 대남 비서 겸 통일전선부장이 교통사고로 사망했다고 밝혔지만 사망 경위를 둘러싸고 각종 음모론이 이어지고 있다. 북한에서는 거물급 인사들이 교통사고로 숨진 경우가 적지 않았던 터라 ‘사고를 위장한 살해’라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30일 북한은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김양건 동지는 교통사고로 29일 6시 15분 73살을 일기로 애석하게도 서거했다”고 전했다. 교통사고 장소와 날짜, 시간 등 구체적 경위는 전하지 않았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은 “김정은 시대 들어와서 사인을 교통사고라는 사인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처음”이라면서도 “사고 원인에 대해서는 추가적으로 알아볼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의 발표를 곧이곧대로 믿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거물급 인사들이 의문의 교통사고로 숨지거나 다친 전례가 적지 않다는 점도 음모론을 증폭시킨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절 북한의 대남정책을 총괄했던 김용순 대남당담 비서가 대표적이다. 그는 2003년 6월 16일 교통사고를 당한 뒤 입원 중 같은 해 10월 26일 사망했다.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이 후계자(노동당 제1비서)로 있던 시절 노동당 조직부 부부장이었던 리제강도 2010년 6월2일 교통사고로 숨졌다.
때문에 대북 소식통들 사이에서는 “권부 내 세력다툼이 교통사고로 포장되고 있는 것”이라는 주장이 정설처럼 돌고 있다. 하지만 김 비서의 경우 권력다툼에 휘말릴 특별한 사유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의문만 커지고 있다.
반대로 북한 특유의 파티문화가 거물급 인사들의 교통사고로 이어진다는 분석도 없지 않다. 대북 소식통들에 따르면 비밀리에 치러지는 북한 고위층의 파티에는 제한된 인원과 등록된 차량만 드나들도록 통제하고 있기 때문에 고위층들은 운전기사를 대동하지 않은 채 직접 운전해 파티장으로 간다고 한다. 때문에 파티 후 귀가 때는 만취 상태에서 직접 운전할 수밖에 없고 교통사고 위험성은 상존한다는 것이다. 익명의 대북 소식통은 “도로 사정과 교통신호 체계가 부실한 북한에서 음주 운전은 치명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했다.
정민승기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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