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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대한민국 미래와 지도자 양성

입력
2017.11.19 10:58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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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진행된 대통령 비서실 국정감사에서 임종석 비서실장에 대한 어느 야당 의원의 질의 과정에서 흥미로운 대화 혹은 설전이 있었다. 야당 의원은 임 비서실장을 포함한 전대협 의장단 출신 청와대 비서진을 거명하고 ‘주사파와 전대협이 장악한 청와대’라는 표현을 사용하였다. 그리고 현 정부의 주요 의사결정과정에 대한 강력한 우려를 표시했다. 그 질의에 대해 평소 부드러운 미소와 침착함을 잃지 않던 임 비서실장은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강력한 항의를 하였다. 그 항의의 주된 내용은 임 비서실장을 포함하여 야당 의원에 의해 거명된 인사들이 5, 6 공화국 때 정치군인들이 광주를 밟고 민주주의를 유린할 때 자신들의 인생과 삶을 걸고 민주주의를 위해 노력해왔고 야당 의원이 지적한 내용과 같이 부끄럽게 살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질의와 답변 내용의 타당성과 적절성은 논외로 하기로 한다. 2017년 11월 현재 시점에서 국회에서 펼쳐진 그 장면은 대한민국의 미래와 관련해서 한 가지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과연 어떤 사람들이 국가의 주요한 의사결정자로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좌우하는 역할을 할 것인가. 그 역할을 할 지도자는 어떤 교육을 받고 어떤 경험을 갖춘 사람들로부터 양성될 것인가.

물론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서 국가와 공동체의 운명은 그 공동체 구성원들의 가치 체계와 역량의 결집에 의해 최종적으로 이루어진다. 그러나 구성원들의 첨예하게 서로 다른 가치체계의 다원적인 분출 사이에서 현명하고 미래지향적인 방향 설정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심모원려의 덕목을 갖춘 정치 지도자들의 역할이 필수적이다.

지난 반세기 동안 대한민국은 전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산업화와 민주화를 성취하였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는 현격하게 양분된 각 진영에서 더 우월한 역할을 했다고 서로 평가 받는 정치지도자 그룹들이 존재한다. 그 정치지도자 그룹들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장단 공과의 평가가 존재하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중요한 것은 지금 현재 시점에서 절체절명의 갈림길에 서 있는 대한민국의 미래와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과연 어떤 지도자의 역할이 필요할 것인가이다. 실로 놀라운 속도로 발전해가는 기술적 진보는 급격하게 산업구조를 재편하고 경제적 환경을 바꾸어 놓고 있다. 동북아시아는 늘 그랬듯이 북한 문제를 포함해서 주요 강대국 이해관계의 첨예한 대립 현장이 되어가고 있다. 그와 같은 상황에서 대한민국의 지도자에게 요구되는 덕목은 어떤 것인가.

병자호란 상황 속에서 이루어진 척화파와 주화파의 대화를 상기해보자. 각 정치 지도자 그룹은 각자가 완벽한 명분에 터 잡아서 국가의 나아갈 길에 대해 주장하고 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들은 모두 틀린 것이었다. 불행하게도 그 때 조선의 지도자들은 당시 지배적인 정치철학이었던 성리학적 세계관에 사로 잡혀서 임진왜란 이후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던 중국 대륙 힘의 역학관계의 변화를 알지 못했다. 또한, 멀리 유럽에서 진행되고 있던 산업화와 제국주의 토대의 형성에 대한 인식이 없었다. 이는 결국 국가의 쇠망과 식민지의 비극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격변의 시기가 될 대한민국의 미래에 있어서 필요한 지도자의 역할은, 지난 반세기 산업화 주역이었던 세력들에 의해 마찬가지로 잘 수행되리라는 보장이 없다. 또한, 지난 반세기 민주화의 과정에서 보다 높은 정의감에 바탕을 두고 자신들의 삶을 희생한 사람들에 의해 그 희생에 대한 대가로 당연히 쟁취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나아가, 사법시험 등과 같이 국가에 의해 관리되는 시험에 통과한 사람들에게 그 지도자의 역할이 자연스럽게 주어질 수 있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대한민국은 미래의 지도자 그룹과 그 양성을 위한 제대로 된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가. 불행하게도 필자의 눈에는 잘 보이지 않는다. 나에게만 그런 것인가.

허성욱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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