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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과일간식…아동 비만 예방•농가 소득 일석이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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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과일간식…아동 비만 예방•농가 소득 일석이조

입력
2017.09.19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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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돌봄교실 시범사업 호평

급식과 따로 과일•채소 간식 제공

“아이들 식습관 개선” 학부모 환영

지역농업 활성화에도 큰 도움

文 대통령 “정부 차원 검토” 주문

초등학교 4학년 딸을 둔 주부 강모(46)씨는 단 것만 찾는 딸의 식습관을 잡아주려 애를 써 보지만 매번 실패하고 있다. 딸은 이미 탄산음료처럼 설탕이 들어간 가공식품에만 입맛이 길들여져 있다. 강씨가 집에서 사과나 포도 등 제철 과일을 줘도 딸은 별 흥미를 보이지 않는다. 강씨는 “아이가 하루 종일 학교나 학원에 가다 보니 제대로 된 ‘밥상머리 교육’을 시키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학교에서 급식 교육 외에 간식 교육도 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학교에서 과일이나 채소를 별도 간식으로 제공하는 ‘과일간식사업’이 주목받고 있다. 비만을 예방하고 고른 영양분을 섭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아이들의 건강증진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지역 농가 소득 향상까지 기대할 수 있어 일석이조라는 게 전문가들 설명이다.

18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1학기 전국 43개 초등학교의 돌봄교실(학교에서 방과 후에도 아이들을 돌봐주는 것)에선 국산 과일 간식을 제공하는 시범 사업이 실시됐다. 학생 1,500여명에게 1인당 150g씩 사과 배 키위 방울토마토 참외 수박 등 계절 과일이나 채소가 주 3회(총 30회)씩 공급됐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평소 파프리카 등 특정 과일이나 채소에 거부감이 컸던 아이들이 시간이 지나자 점차 적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집에서 미처 하지 못한 식생활 관리 교육까지 병행되며 학부모 호평도 이어졌다.

과일이 성장기 영양분 섭취를 돕고 올바른 식습관을 길러 비만과 질병을 예방하는 효과가 크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도 ‘과일간식사업’에 대한 관심이 커진 배경이다. 급식에 과일 메뉴가 후식으로 추가되는 게 아니라 급식시간과 별도로 과일간식을 제공하면 식습관 개선에 도움을 준다는 게 최근 연구 결과다. 오상우 동국대 일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호주에선 별도의 시간을 마련해 과일, 채소, 물을 마시도록 학생들을 교육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전문가도 “정부 지원 속에 지방자치단체와 학교가 유기적으로 협력하면 효과를 배가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선진국은 학교에서 과일ㆍ채소를 별도 간식으로 제공하는 사업을 시행 중이다. 캐나다 브리티시콜롬비아주는 2004년부터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연간 40회씩 과일ㆍ채소 간식을 정규 급식과 별도로 제공하고 있다. 유럽연합(EU)도 2009년부터 학교과일계획(school fruit schemes)을 마련, 25개 회원국 6~10세 아동을 대상으로 사업을 실시 중이다. 미국도 처음엔 급식에 추가로 과일이나 채소 등을 제공했다 오히려 칼로리만 늘고 편식을 유도하는 부작용이 발생하자 이를 개선해 과일간식을 따로 주고 있다.

과일간식은 신선도 유지 등을 위해 지역 농산물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 지역 농업을 활성화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농식품부 핵심정책토의에서 “과일농가 판로 학보를 위해 학교급식 등 공공급식에 과일을 간식으로 제공하는 방식을 정부 차원에서 검토해 달라”고 주문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장기적으로 과일 간식을 통해 과채와 관련한 식습관이 형성되면 안정적인 농가소득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내 과일 시장은 열대과일 수입 증가 탓에 6대 국산과일(사과 배 복숭아 포도 감귤 단감) 연간 1인당 소비량이 1996년 44.6㎏에서 지난해는 41㎏으로 줄어드는 등 위축되는 추세다. 박철선 한국과수농협연합회장은 “아이들이 매일 과일을 섭취하게 되면 농가 입장에서는 미래 잠재 고객이 늘어나는 것”이라며 “농가는 안정적 소득을 보장받고 어린이들은 식습관 개선으로 일종의 ‘건강보험’을 드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세종=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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