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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12월 5일] 전문대 육성이 허언이 안 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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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12월 5일] 전문대 육성이 허언이 안 되려면

입력
2013.12.04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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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지난 7월 전문대 육성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특성화 전문대 100개교 육성, 수업연한 다양화, 산업기술명장 대학원 설치, 평생직업교육대 육성, 세계로 프로젝트 추진 등 5가지 과제가 골자다. 지식기반 산업 및 창조경제의 핵심인 전문직업인 양성을 목적으로 마련된 안이다. 이후 4개월이 지났다.

교육은 흔히'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로 불린다. 정부가 뒤늦게나마 시의적절한 전문대 육성 정책을 발표했다고 판단하지만, 그에 따른 후속 조치가 4개월 동안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관련 법안의 개정 절차나 예산 지원이 뒷받침 되는 게 당연한데도 어느 것 하나 진전되지 못한 채 오리무중이다.

고등교육법 일부 개정안이 지난 7월초 발의되어 소관위원회에 회부되었으나 아무런 진전 없이 국회에 계류 중에 있다. 이래가지고서야 어떻게 전문대의 미래를 밝게 내다 볼 수 있겠는가.

국민은 정치를 불신하고 있다. 아니 어쩌면 정치인들을 혐오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민을 위한, 나라를 위한, 미래를 위한 정책 대안의 뉴스거리는 만들어 내지 못하고 눈만 뜨면 싸움판이나 벌리고 있으니 참으로 한심스럽기 짝이 없다. 차라리 국회의 문을 닫아버리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나만의 생각일까? 정치권은 지나칠 정도로 국민을 짜증스럽게 만들며 실망시키고 있다. 국제경쟁력 속에서 자국의 발전을 위해 헌신적으로 봉사하며 노력하고 있는 다른 나라들의 의회 모습을 먼저 배웠으면 한다.

오늘의 고등교육 현장이, 전국의 전문대 현실이 얼마나 어려운 지경에 놓여있는지 정치인들에게 묻고 싶다.

지금 전문대는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전문대가 위기라는 것은 우리나라의 고등교육도 위기 국면에 처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고등교육은 정부의 각종 규제와 통제에 시달리고 재정적 압박에 시름시름 앓고 있다. 정치권은 제발 좀 정신을 차려주기 바란다. 여야 간의 샅바싸움을 중지하고 하루 속히 정상적인 의회활동을 펼쳐 주길 바란다. 잃어버린 신뢰감을 회복하고 국가미래를 위해 동분서주하는 생산적인 국회상(像)을 보여줘야 한다.

절대 다수의 국민적 바람임을 깨닫고 지금부터라도 국회는 정부와 머리를 맞대고 숙의해야 옳다. 여여가 긴밀한 협조를 통해 이 나라 고등교육 발전을 위해 조속히 고등교육법 일부 개정안을 심도 깊게 다루고 예산을 심의하여 전문대 육성 발전을 위한 대폭적인 재정 지원에 나서야 마땅하다. 그것이 어렵다면 정부안이라도 통과시키는 게 대학 발전을 위한 최소한의 성의다.

질 높은 산업기술인력을 키우려면 법적인 뒷받침과 충분한 재정지원 없이는 불가능하다. 지금까지의 고등교육 정책은 4년제 대학 위주의 정책이었다고 본다. 전문대에 대한 교육 정책은 전무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박근혜정부 들어서 전문대 육성화 방안을 내놓고 있지만 보다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이 따르지 않는다면 한낱 구호에 그칠 개연성이 높다.

고등교육기관 지원의 형평성 문제가 내년 예산에서도 개선되거나 반영되지 않고 정부와 국회의 제도적 장치와 행ㆍ재정적 지원 문제가 확보되지 않을 경우 특성화 전문대 100개교 육성사업 자체가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또한 지방과 수도권의 교육 격차를 해소하고 국가균형발전을 도모하는 것은 국가의 책무임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그렇지 않은 부분 역시 걱정스러운 대목이다. 불공정한 경쟁 구도나 100년 된 대학과 20년밖에 안 된 대학을, 그리고 수도권대와 지방대를 한 줄로 세워 놓는 대학 간 수직적 서열 구조의 교육정책은 실로 비교육적인 발상임을 하루에도 몇 번이고 느끼게 된다.

지방대 교육의 현장에서 하도 답답함을 호소하며 정부와 정치권의 각성을 촉구하는 것은 비단 필자만이 아닐 것이다.

김병묵 신성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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