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ㆍ천연가스뿐 아닌 주요 무역항로
美, 호주 ‘항행 자유 작전’ 동참 요구
아세안 10개국 초청해 공동성명도
中, 파라셀군도 지대공미사일 배치
ICBMㆍ첨단전투기 등 연이어 공개
대함미사일 배치 전망도 나와
남중국해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 사이의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안 논의를 위한 양국 외무장관 회담을 목전에 두고 오히려 긴장이 높아지는 모습이다. 남중국해가 신(新)냉전시대의 전장이 되고 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미국은 유관 국가들과의 동맹ㆍ협력관계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중국을 거듭 압박하고 있다. 조지프 오코인 미 해군 7함대 사령관은 22일(현지시간) 호주 시드니에서 기자들과 만나 “호주도 남중국해 섬들의 12해리(영해) 내로 함정을 보내 ‘항행의 자유 작전’에 동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이들 해상을 포함해 국제법이 허용하는 곳이면 어디든 비행하고 항해하며 작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동아시아와 서태평양을 관할하는 오코인 사령관의 발언은 남중국해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는 중국을 직접 겨냥한 발언이어서 파장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실제로 호주 언론들은 미국 고위관리의 이 같은 요구는 처음이며 호주 함정이 진입할 경우 중국이 도발로 간주할 것이 분명하다고 우려했다. 미국은 지난해 10월과 올 1월 중국 측이 주장하는 수역에 진입해 긴장을 고조시킨 바 있다.
앞서 미국은 지난 15~16일 아세안 10개국 정상들을 초청해 ‘항행의 자유’를 강조하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당초 의도와는 달리 중국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을 끌어내진 못했지만 중국에게는 상당한 압박이 됐을 것이란 시각이 많다.
중국은 연일 전략자산을 과시하는 동시에 남중국해의 군사기지화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 16일에는 중국이 파라셀군도에 속한 우디섬(중국명 융싱다오)에 최근 지대공미사일 2개 포대를 배치한 사실이 알려졌다. 22일에는 중국이 남중국해 스프래틀리군도에 건설한 7개의 인공섬 중 한 곳에 강력한 레이더 시스템을 건설중이라는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의 보고서가 나오기도 했다.
중국은 최근 들어 각종 전략무기를 공개하며 무력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항공모함 킬러’로 알려진 둥펑(東風)-21D, 미 서부까지 사정권에 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둥펑-31A, 장거리 공격 능력을 갖춘 첨단전투기 젠-16 등의 훈련 상황을 연이어 공개했다. 오키나와 미군기지를 겨냥한 준중거리 탄도미사일 둥펑-16B의 실전배치 가능성도 거론된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미국과의 긴장이 고조될 경우 중국이 남중국해에 대함미사일까지 배치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중국 해군 전문가 리제(李杰)는 홍콩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압박을 강화하면 중국은 자체 방위 계획의 강도를 높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 동안에도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남중국해에서의 긴장 고조를 두고 설전을 벌여왔다. 케리 장관은 “중국이 남중국해를 군사기지화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어겼다”고 비난했고, 왕 부장은 “제한적 방어시설일 뿐인데 서방매체들이 과장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두 사람은 23~25일 회동에서도 엄청난 양의 석유와 천연가스가 매장돼 있고 주요 무역항로이기도 한 남중국해 문제를 두고 격론을 벌일 공산이 커 보인다.
이런 가운데 오바마 미 행정부의 국가안보 싱크탱크인 신미국안보센터(CNAS)가 “미국 항공모함의 전성시대가 사실상 막을 내리고 있다”고 진단하며 특히 중국의 위협을 강조해 주목된다. CNAS는 보고서에서 “중국이 남중국해 등지에서 군사력을 증강시키고 반접근/지역거부(A2/AD) 전략으로 빠르게 방어망을 구축하기 시작했다”면서 “미사일이 갈수록 치명적이고 정확해지는 상황에서 미국으로서는 유사시 항모를 최고 수준의 위험에 그대로 노출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다분히 중국이 최근 공개한 전략자산들을 염두에 둔 분석으로 볼 수 있다.
베이징=양정대기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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