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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분쟁지역] 미얀마 북부 내전 “전면전 임박”

입력
2017.07.2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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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온라인매체 이라와디의 라위 웽(왼쪽부터), 독립언론 버마민주소리(DVB)의 아이예 나이, 파이 폰 아웅 기자가 18일 불법회합금지법 위반 혐의로 샨주 시포우 법원에서 재판을 받은 후 쇠사슬에 묶인 손을 높이 들어 정부의 인권탄압 행보를 비난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AP 연합뉴스
미얀마 온라인매체 이라와디의 라위 웽(왼쪽부터), 독립언론 버마민주소리(DVB)의 아이예 나이, 파이 폰 아웅 기자가 18일 불법회합금지법 위반 혐의로 샨주 시포우 법원에서 재판을 받은 후 쇠사슬에 묶인 손을 높이 들어 정부의 인권탄압 행보를 비난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AP 연합뉴스

2013년 11월 미얀마 북부의 중국 접경도시 카친주 소도시 라이자에는 미얀마 소수민족 반군들이 정부와의 휴전협상 전략을 논의하기 위해 모여들었다. 라이자는 소수민족이 주로 거주하는 카친주 독립군의 근거지로, 고립된 이 지역에 닿으려면 중국과 미얀마 국경을 두세 번 넘나들며 심지어 정글까지 지나야 한다. 하지만 유례없는 규모의 반군회의를 취재하기 위해 반군과 현지 기자들이 구름처럼 모여들었다. 당시 회의장은 몰려든 인파만큼이나 평화협상에 대한 열망으로 가득 차 뜨겁게 달아올랐다.

하지만 라이자 회의 후 3년하고도 약 8개월이 지난 현재 휴전의 꿈은 산산조각이 난 모습이다. 미얀마 북부 전선에는 반군과 정부군 간 교전으로 중무장 헬기와 중포(重砲)가 연일 등장하고 있다. 반군 진영은 중앙정부와 협상을 위해 머리를 맞대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어느새 사분오열로 갈라졌다. 최근 스웨덴 출신 미얀마 전문기자 버틸 린트너는 북부 내전이 “전면전 수준”으로 악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평화’를 약속하며 집권한 아웅산 수치의 미얀마는 어쩌다 이 지경이 됐을까.

미얀마 북부의 복합 교전은 수년간 풀리지 않는 난제로 남아있다. 라이자 회의 당시에는 그나마 12개 조직이 참여한 민족연방협회연합(UNFC)이 반군 진영을 대표했으나, 현재 이중 절반 이상이 연합을 빠져나가고 여타 동맹체들이 힘을 얻음에 따라 구도가 복잡해지고 있다. 정부가 2015년 말 반군들과 일괄 휴전을 목표로 시도했다 실패한 ‘전국휴전협상’(이하 전국휴전)은 문제의 핵심이 무엇인지 여실히 보여준다. 그해 10월 휴전 합의가 도출되긴 했으나, 정부는 애당초 일부 단체를 배제한 채 17개 조직과 협상을 진행했으며 그마저도 전부 합의하는 데 실패했다.

문제는 전국휴전 이후 더욱 커졌다. 샨족, 팔라웅족, 카친족 등 여러 소수민족이 거주하는 샨주 북부 지역에 내재해 있던 종족 간 갈등관계가 폭발한 것. 전국휴전 한달 후인 2015년 11월 휴전에 합의한 ‘샨주 남부군’(RCSS)과 전국휴전에 초대도 받지 못한 ‘탕민족해방군’(TNLAㆍ팔라웅족 군대)이 충돌하기 시작됐다. 두 반군은 현재까지도 교전을 이어오고 있는데, 이면에는 둘의 경쟁 관계를 이용한 정부군의 분열통치 전략이 숨어 있다는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TNLA 대변인은 필자에게 “남부 지역을 기반으로 한 RCSS는 우리 구역(샨주 북부)을 관통해 이동하는데 이는 정부군의 도움 없이 불가능하다”며 “정부군은 RCSS에 협조하거나 눈 감고 있다”고 주장했다.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이러한 갈등은 주민 피해로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다. 샨주와 카친주는 특히 정부군 대 반군, 반군 대 반군 교전으로 주민 납치, 살상, 고문과 같은 심각한 인권침해가 계속되고 있다. TNLA는 지난 3월 샨주 북부 짜욱메 지역의 샨족 주민 90명을 RCSS 협조자라며 납치해 그중 2명을 즉결 처형했다. 반면 TNLA에게 식량을 제공했다는 이유로 팔라웅족 주민을 혹독히 고문하는 정부군의 영상도 공개됐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에는 TNLA의 지역 행사를 취재하고 돌아오던 현지 기자 3명이 군에 체포되는 일까지 발생했다. 1916년 식민시대에 만들어진 ‘불법회합금지법’ 17조 1항을 어겼다는 혐의다. 소수민족 취재의 베테랑으로 통하는 온라인매체 이라와디의 라위 웽 기자도 포함됐다. 웽은 동료 기자들과 함께 지난 18일(현지시간) 샨주 시포우 법원에 쇠사슬로 손목이 묶인 채 모습을 드러냈다. “이게 과연 민주주의인가”라는 웽의 외침을 수치 정부는 기억해야만 한다.

이유경 국제분쟁전문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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