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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남대 폐교 부담, 왜 우리가 떠안아야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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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남대 폐교 부담, 왜 우리가 떠안아야 하죠

입력
2018.01.23 19:0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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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편입학 대상 학부생 1900명

전북대 등 인근 32개 대학서 수용

“인원 늘었는데 시설 확충 전무”

재학생들 동맹휴학 불사 등 반발

교육부 “재정지원 없다” 선긋기

사립학교 폐교 뒤 관리망 도마에

21일 오후 서울 광화문KT 앞에서 전북대 의대생들과 학부모들이 서남대 의대생의 전북대 편입학을 반대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뉴스1
21일 오후 서울 광화문KT 앞에서 전북대 의대생들과 학부모들이 서남대 의대생의 전북대 편입학을 반대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뉴스1

“결국 폐교 된 사립학교나 이를 막지 못한 교육부는 어떤 책임도 지지 않고, 폐교 학생을 수용하는 인근 학교들만 모든 부담을 안게 되는 구조가 합당한가요?”(원광대 2학년 최모씨)

서남대와 한중대, 대구외대 등 재정악화로 폐교되는 사립학교가 잇따르면서 흔들리는 사립학교에 대한 정부의 관리망이 도마 위에 올랐다. 특히 쏟아져 나오는 폐교 학생을 수용하는 학교에 교육당국이 지원하는 재정이 사실상 제로(0)에 가까워 폐교 부담을 인근 학교들만 떠안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23일 교육부에 따르면 2월 말 폐교를 앞둔 서남대의 특별편입학 대상은 학부생 1,893명(휴학생 포함)으로 이들은 전북대와 원광대, 단국대 천안캠퍼스, 상명대 천안캠퍼스, 백석대, 선문대 등 32개 대학에 흡수된다. 대학별로 면접, 학점 등 자체 심사 기준에 의해 선발하되 학생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필기 시험은 실시하지 않는다는 게 교육부의 방침이다.

하지만 이들 대학 내에선 기숙사ㆍ강의실 등 시설 미비를 둘러싸고 내홍이 깊다. 대표적으로 서남대 의대생 177명을 비롯해 총 186명의 특별편입학 수용을 결정한 전북대에서는 “현재 의대 재학생 440여명의 40% 수준 인원이 갑자기 늘어나는데도 시설과 교원 확충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며 학생들의 반발이 거세다. 심지어 의과대 학생들은 이남호 전북대 총장과 송창호 의과대학장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및 직무유기 혐의로 전주지검에 고발하고, 학교가 뾰족한 대안을 내놓지 못할 때에는 동맹휴학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전북대 한 고위관계자는 “특별편입생들을 위해 따로 받는 지원금이 없기 때문에 미리 계획됐던 다른 항목에서 관련 지출을 해야 해 빠듯한 게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당초 특별편입생 1,425명을 수용하겠다고 밝힌 원광대 학생들 사이에서도 재정 지원 공백에 대한 불안이 퍼져있다. 학생들은 “같은 전공이라도 다른 커리큘럼을 밟아 온 서남대 학생들이 수업을 함께 들을 경우 재학생들에 피해가 될 수 있다”며 서남대 편입생들과 반을 나누어 수업 받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분반 수업이 되려면 교원 확보나 새 교육과정 개발, 강의 신설이 필요하다.

상황이 이런데도 교육부에선 “수용 학교를 위한 재정지원은 따로 없을 것”이라고 확실히 선을 긋고 있다. 이재력 교육부 사립대학정책과장은 “특별편입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시설확충이나 교육과정 개선은 충당 가능할 것”이라며 “대신 국회에 계류 중인 ‘사립학교법 일부개정안’이 통과할 경우 서남대의 잔여재산이 국고로 환수되기 때문에 이를 통한 지원도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방안 역시 서남대 폐교(2월 28일) 전에 개정안이 통과해야 가능한 일인데, 국회 내 반대 목소리가 적지 않아 본회의 상정이 가능할지조차 미지수다.

서남대와 함께 내달로 폐교가 예정된 한중대(학부생 972명)와 대구외대(392명), 대구미래대(264명)의 특별편입생을 받아야 하는 강원, 대구ㆍ경북 지역 대학들도 같은 문제로 학내 갈등이 빚어질 조짐이다. 한중대 관계자는 “교육부의 지원책이 부실해 특별편입생을 향한 재학생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며 “앞으로 학생 수 감소에 따라 재정 악화를 겪는 사립대학이 잇따를 수밖에 없는 만큼 학생 및 교직원 정착을 위한 면밀한 지원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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