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로 아열대 기후 확산
3년 뒤에 경작지 10%가 속하고
2080년엔 62%까지 늘어날 듯
농진청, 아열대 작물 20종 추천
한식 조리에 접목도 가능할 듯
제주의 남동쪽 끝 서귀포시 남원읍에서 감귤농사를 짓던 김순일(50)씨는 2015년 농부인생 30년 만에 작목을 바꾸기로 했다. 제주 날씨가 점점 더워지자 아열대 작물인 파파야와 바나나를 키우기로 한 것. 김씨의 도전은 대박을 터뜨렸다. 지난해 파파야와 바나나로 2억원의 소득을 올린 데 이어 올해는 소득이 4억원까지 늘 것으로 기대된다.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2020년이 되면 국내 경작지의 10% 정도가 아열대 기후에 속하게 될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피할 수 없는 기후 변화를 아예 기회로 삼아 아열대 작물 재배를 늘리고 수입산 대체 효과도 노리기로 했다.
30일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국내 아열대 작물 재배면적은 2015년 362헥타르(ha)에서 올해 428.6ha로 급증했다. 이는 2년 만에 18.4%나 늘어난 것이다. 물론 총 경작 면적 164만4,000ha와 비교하면 아직 0.03%에 불과하다. 그러나 농진청은 지구 온도 상승이 앞으로 더욱 빠르게 진행되면서 2020년이 되면 아열대 작물 재배 면적이 1,000ha 이상으로 크게 늘 것으로 보고 있다. 농진청은 또 2020년엔 국내 경작 면적 중 10.1%가 아열대 기후 지역에 해당될 것으로 예상했다. 2080년에는 이러한 지역이 경작 면적의 62.3%까지 넓어져 사실상 남한 대부분이 아열대 기후 지역에 속하게 될 전망이다.
아열대 기후권은 월평균 기온이 섭씨 10도가 넘는 달이 연중 8개월 이상인 지역을 말한다. 지금은 제주와 남해안 일부만 해당되지만 2080년이 되면 서울은 물론 경기 북부와 강원 일부 지역까지 아열대 기후권이 된다. 특히 연평균 기온이 2도 오르면 감귤을 재배할 수 있는 면적은 지금보다 36배 넓어진다. 영호남 지역에서 감귤 농장을 흔하게 볼 날이 멀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농진청은 이날 이러한 기후 및 작물 환경 변화 등을 감안해 국내 실정에 맞는 아열대 작물 20종을 선정해 발표했다. 오크라 삼채 여주 공심채 강황 사탕무 얌빈 게욱 롱빈 아티초크 인디언시금치 차요테 등 채소가 12종이고, 망고 패션프루트 용과 올리브 파파야 아떼모야 구아바 훼이조아 등 과일이 8종이다.
아열대 작물 재배 확대는 수입산을 국산으로 대체하는 효과를 낳을 것으로 기대된다. 열대ㆍ아열대 과일 수입금액은 1995년 5,873만달러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5억4,533만달러로 10배 가까이 늘었다.
농진청은 우리나라 날씨와 토양에 적합한 아열대 작물 재배법도 연구 중이다. 바나나와 파인애플에 이어 과일 수입량 3위를 차지한 망고의 경우, 나무의 키를 낮게 해 노동력을 36%나 절감한 재배법을 이미 농가에 보급 중이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패션프루트 묘목의 번식 기술은 묘목 가격을 10ha당 240만원 정도 줄일 수 있다.
농진청은 아열대 작물을 한식 조리법에 접목하는 작업도 벌이고 있다. 농진청 관계자는 “산지에서 오는 데 4,5일 정도 걸리는 수입산에 비해 국내산 아열대 작물은 신선도가 상대적으로 뛰어나다”며 “소비자 선호도가 바뀌고 다문화 가정이 늘면서 아열대 작물의 소비도 꾸준히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세종=이영창 기자 anti09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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