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사장 연임로비 혐의 공판
증인 노려보며 코웃음 기세 등등
화려한 정ㆍ재계 인맥을 과시하며 해결사 역할을 자처해 온 박수환(58) 전 뉴스커뮤니케이션스(이하 뉴스컴) 대표가 고재호 전 대우조선 사장과 송희영 전 조선일보 주필 등이 모인 골프 모임 식사 자리에서 직원에게 “돌멍게를 구해 오라”고 무리하게 요구하는 등 갑질을 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박 전 대표의 위세를 실감케 하는 대목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 현용선) 심리로 4일 열린 박 전 대표에 대한 4차 공판에서 대우조선 홍보대사 예술단체인 보헤미안싱어즈의 강모(44) 단장이 출석해 이 같이 증언했다. 강씨는 “지난 2012년 고 전 사장과 송 전 주필, 박 전 대표와 산업은행 고위 관계자 등이 참석한 1박 2일 부산 골프 모임에 초대를 받았다”며 “당시 만찬 자리에서 박 전 대표가 ‘메뉴에 돌멍게가 빠져 있으니 가져와 달라’고 해 고 전 사장의 지시로 직원이 급히 돌멍게를 구해 왔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의 위세는 법정에서도 여전했다. 강씨가 증언하는 동안 박 전 대표는 줄곧 강씨를 노려보다가 작게 코웃음을 치기도 했다. 강씨의 목소리가 심하게 떨리자 검찰이 “피고인과 같은 자리에 있어 답변하기 힘드냐”고 묻기까지 했다. 강씨는 직원이 가져 온 돌멍게를 박 전 대표가 혼자만 먹어 직원에게 재차 부탁해 가져온 돌멍게를 다른 참석자와 나눠 먹었다고 덧붙였다.
이날 법정에서는 송 전 주필이 고 전 사장의 연임 로비를 한 대상이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었다는 증언도 나왔다. 고 전 사장이 박 전 대표가 연임 로비를 해주겠다고 한 제안을 거절하고, 송 전 주필을 통해 안 전 수석에게 연임을 부탁했다는 사실을 들은 적이 있다고 강씨는 증언했다.
박씨는 2009~2011년 남 전 사장의 연임을 위해 힘을 써 주는 대가로 대우조선에서 홍보대행비ㆍ자문료 명목으로 21억3,40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변호사법 위반)로 재판에 넘겨졌다. 민유성 전 산업은행장 등 유력 인사들을 상대로 연임을 청탁해 주겠다며 돈을 챙긴 혐의다. 박씨는 또 2009년 유동성 위기로 산업은행 등 채권단과 재무구조 개선 약정을 맺게 된 금호그룹에 접근해 민 전 행장 등에게 말해 문제를 해결해주겠다며 홍보대행비ㆍ자문료 명목으로 11억 원을 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김민정 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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