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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철의 관전 노트] 박정환, 2연속 준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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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철의 관전 노트] 박정환, 2연속 준우승

입력
2016.11.27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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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박정환 9단

흑 탕웨이싱 9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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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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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12> 백1로 달려 차이를 좁혔으나 흑이 더는 틈을 보이지 않았다. 행여나 둑이 무너질라 흑10으로 지켰고 16으로 넘어서 변수가 사라졌다. 탕웨이싱은 더는 벌점을 받지 않으려고 빠르게 두었고 박정환은 어쩔 수 없이 벌점 2점을 안았다. 대국자가 공배까지 다 두고 손을 놓고 있는 사이 관중과 기자들이 몰려왔고 심판 두 사람이 집을 헤아렸다. 313수 끝, 흑 5점승. 탕웨이싱이 8회 응씨배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응씨배 우승상금 40만 달러는 2위보다 네 배 많다. 돈으로는 살 수 없는 역사에 남을 명예를 얻었다. 마지막에 웃는 주인공은 숱한 축하 세례에 묻히고 2위는 격려를 받는다. 승부 세계에서 뒤풀이는 늘 이렇다.

탕웨이싱은 우승할 자격이 있음을 내용으로 보여줬다. 1국과 3국을 지고도 곧장 따라붙는 뚝심이 대단했다. 위기에 몰릴 때마다 깊은 수읽기와 두둑한 뱃심으로 어려움을 뚫었다. 박정환은 지난 대회에 이어 다시 준우승에 머물렀다. 보통 사람은 할 수 없는 일을 했지만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국가대표팀에서 박정환을 오랫동안 지켜본 목진석 코치가 말했다. “박정환은 ‘내가 한국을 대표한다. 세계대회에서 우승해야 한다’는 부담을 너무 많이 가지고 있다. 박정환만큼 바둑 공부를 많이 하고 바둑에만 집중하는 사람은 바둑 역사를 통틀어서도 찾아볼 수 없다. 그러나 승부에는 꼭 그런 게 좋지 않다. 언젠가는 지칠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부담을 내려놓고 의무감이 아닌 즐기면서 바둑을 하기를 바란다.”

박영철 객원기자

박정환(왼쪽)이 다시 아쉬움을 삼켰다. 가장 높은 곳에 오르려는 싸움은 이렇게 끝난 자리에서 다시 시작할 것이다. 박영철 제공
박정환(왼쪽)이 다시 아쉬움을 삼켰다. 가장 높은 곳에 오르려는 싸움은 이렇게 끝난 자리에서 다시 시작할 것이다. 박영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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