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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24시] 다빈치 그림 거액 경매 후폭풍

입력
2017.11.19 15:57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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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뉴욕의 크리스티 경매장에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품 ‘살바토르 문디’ 경매가 진행되고 있는 모습. AP 연합뉴스
지난 15일 뉴욕의 크리스티 경매장에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품 ‘살바토르 문디’ 경매가 진행되고 있는 모습. AP 연합뉴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예수를 그린 작품 ‘살바토르 문디’(구세주)가 15일(현지시간) 뉴욕의 크리스티 경매장에서 4억5,030만 달러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에 낙찰된 것을 두고 뒷말이 끊이지 않고 있다. 2015년 파블로 피카소의 작품 ‘알제의 여인들’이 1억7,490억 달러를 기록한 미술 경매 최고가를 2년 만에, 그것도 단숨에 2배 이상 뛰어넘은 데 대해 경이 보다는 우려와 탄식, 충격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다빈치의 작품이라 하더라도 훼손이 많이 된 데다 진위 자체에 의문이 제기되는 데도 상상을 초월한 가격으로 거래됐기 때문이다. “가치와 가치관의 균형에서 뭔가가 잘못되고 있음을 입증하는 것” (뉴욕타임스 사설)이라는 지적에서 보듯 이번 경매는 미술계를 넘어서 사회 전반에 충격을 던지고 있다.

수 백 년 간 누가 소유했는지도 불분명한 이 작품은 1958년 소더비 경매에서 단돈 45파운드(7만원)에 거래될 정도로 잊힌 존재였다. 2005년 1만 달러에 3명의 미국 미술품 딜러들 손에 들어간 이 작품은 전문가들의 복원과 감정을 거쳐 다빈치 진품으로 인정받는 극적인 반전을 이뤘다. 그러나 초유의 경매 이후 다빈치 작품 전문가이자 예술사학자인 자크 프랑크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다빈치가 일부 참여한 화실 작품”이라며 “그림 속 손 모양이 다빈치의 해박한 해부학 지식을 반영하지 못했다”고 주장했고, 미술평론가인 제이손 프라고도 뉴욕타임스 칼럼에서 “16세기 이탈리아 북부 롬바르디로부터 나온 종교화 중 특별히 뛰어난 작품이 아니다”며 옷 주름 묘사에서는 이슬람식 터치도 가미돼 있고, 인물이 평범하게 그려져 다빈치 작품과는 다르다고 지적했다. 미술 예술사가인 노아 차니는 옵서버 기고에서 “이번 경매는 왜 위조가들이 대가들의 작품을 그토록 열심히 위조하려는 지를 보여준다”고 비꼬았다. 반면 다빈치 전기 책을 냈던 유명 전기작가인 월터 아이작슨은 워싱턴포스트 기고에서 “다빈치의 천재성을 보여주는 또 다른 증거”라고 작품을 두둔했다.

이같은 진위 및 작품성 논란에도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이유를 두고 ‘세금 회피용재산 보유’ ‘과시성 미술품 투자’ ‘작품의 관심을 증폭시키기 위한 도박’ 등 곱지 않은 시선도 적지 않다. 크리스티 경매사가 ‘남자 모나리자’라며 대대적인 홍보를 편 것을 두고 ‘크리스티의 상술에 낚였다’는 비아냥마저 없지 않다. 미술 자문업체인 ‘순수미술그룹’의 가이 제닝스 이사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부의 엄청난 불균형을 반영하는 것”이라며 “세상이 이미 미쳤다는 징후다”고 탄식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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