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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헌법 84조 특권과 강제수사

입력
2016.11.3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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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불소추 특권을 규정한 헌법 84조는 1948년 정부수립 당시의 제헌헌법 원안에는 빠져 있었다. 헌법 초안 작성을 맡은 제1대 법제처장 유진오는 헌법기초위원 다수의 지지를 받은 의원내각제안을 만들려 했다. 이 구상은 제헌의회 의장인 이승만의 강력한 반대에 부닥쳐 대통령중심제안으로 수정됐고, 그때 참고한 독일 바이마르헌법의 43조가 지금의 헌법 84조다. 하지만 의회 동의가 있으면 형사소추를 가능케 한 바이마르헌법과 달리 우리 조항은 반역죄가 아닌 한 재임 중에는 아예 형사소추를 못하도록 대통령 특권을 강화했다.

▦ 헌법재판소는 1995년 전두환 등이 일으킨 12ㆍ12사태 헌법소원심판에서 대통령 불소추특권의 의미에 대해 이렇게 정의를 내렸다. “국가를 대표하는 지위에 있는 대통령이라는 특수한 직책의 원활한 수행을 보장하고 권위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헌법 84조 문구 그대로 ‘재직 중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아니하는’것일 뿐 결코 대통령 개인에게 부여한 특권이 아니라는 뜻이다. 대통령에게 특권을 주는 대신 그 범위를 최대한 좁게 해석해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고 볼 수 있다.

▦ 박근혜 대통령이 헌법 84조를 방패막이로 삼으면서 이 조항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헌정사상 국가 원수가 피의자 신분이 된 것이 처음이어서 논란이 일었으나 수사는 가능하다는 데는 대체로 의견이 일치한다. 문제는 강제수사다. 검찰 조사를 약속했던 박 대통령이 끝내 대면조사를 거부하자 강제수사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데 여기서 다시 견해가 엇갈린다. 상대방의 동의나 승낙을 받아서 하는 임의수사만 가능하다는 주장과 헌재의 취지에 따르면 체포, 구속, 압수수색 같은 강제수사도 할 수 있다는 주장이 팽팽하다.

▦ 강제수사 주장은 헌법상 ‘법 앞의 평등’ 원칙과 수사상 증거인멸 차단 필요성 등을 근거로 하고 있다. 임의수사에만 기댄다면 대통령의 증거인멸을 막을 수 없고 탄핵과 퇴직 이후에도 진실 규명에 장애가 된다는 이유에서다. 중대한 형사범죄를 저지른 경우 사실관계를 명확히 해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라도 강제수사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박 대통령이 어제 특검의 직접 조사에 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곧이곧대로 믿기 어렵다. 그런 경우 검찰처럼 공갈포만 쏠 수는 없다. 특검이 그 벽을 깨야 한다.

이충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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