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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트럼프를 넘기 위한 다섯 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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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트럼프를 넘기 위한 다섯 고개

입력
2017.02.07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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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취임 후 첫 휴가지인 플로리다 웨스트 팜비치의 트럼프 인터네셔널 골프 클럽에 도착해 팜비치 센트럴 고등학교 밴드의 환영 연주에 박수를 치고 있다. [플로리다=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취임 후 첫 휴가지인 플로리다 웨스트 팜비치의 트럼프 인터네셔널 골프 클럽에 도착해 팜비치 센트럴 고등학교 밴드의 환영 연주에 박수를 치고 있다. [플로리다=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부동산 거물로 활동하던 1983년 뉴욕 맨해튼 5번가의 랜드마크‘트럼프 타워’를 지을 때의 얘기다. 트럼프는 그곳에 50층 건물을 짓고 싶었다. 이를 위해선 근처 티파니 스토어의 공중권이 필요했다. 얼마를 들여서라도 공중권을 사고 싶었던 그는 협상 상대인 월터 호빙 티파니사 회장이 조망권 때문에 건축을 반대할 걸 우려했다.

그는 고심 끝에 호빙 회장과 만나 두 개의 건물 모형을 제시했다. 하나는 티파니 스토어에 어울리는 화려하고 멋진 건물 모형으로 트럼프가 짓고자 하는 것이었다. 다른 하나는 티파니사가 협조하지 않을 경우 뉴욕시 지역 개발국이 짓게 될 모형이었다. 이 건물은 벽면 전체가 철망으로 뒤덮여 있는 흉측한 모양이었다. 호빙 회장은 당연히 트럼프의 제안을 선택했다. 상대를 협박하거나 구걸하지 않고, 자신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상대가 잃게 될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고도의 설득 기술로 트럼프는 꿈을 이뤘다. 이는 얼마 전‘쌩큐 삼성”이란 트위터 글로 삼성전자를 얽어맸듯, 그를 ‘협상의 달인’이라 부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격변의 시대다. 럭비공처럼 튀는 트럼프 미 행정부의 불확실성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에 날 선 중국의 보복, 일본의 약삭빠른 대처 등 우리를 둘러싼 국제 정치ㆍ경제환경이 모두 그렇다. 급변하는 국제 기류에 적응하며 상대를 설득하고 제때 전략적 판단을 내릴 수 있는 균형감있는 리더십이 절실한 시점이다. 치열한 외교ㆍ통상 문제를 놓고 싸우는 전쟁터는‘각자도생’의 급변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국운이 갈린다. 트럼프의 협상 기술과 시진핑의 힘의 굴기, 아베의 임기응변에 맞서 전쟁터에 나설 우리 미래 리더십이 가장 염두에 둬야 할 것은 무엇일까.

전쟁터에 나서는 장수가 예로부터 경계해야 할 다섯 가지 위험 요소,‘오위(五危)’는 이 대목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첫째는 필사(必死)다. 용맹이 지나쳐 죽음을 무서워 않는 무모한 태도다. 승리의 기본 원칙은 승산 없는 싸움을 피하고 승산 있는 싸움만 하는 것이다. 소통과 타협 없는 결기는 리더십 상실이란 결과를 가져와 경계해야 할 대상이다. 다음은 필생(必生)이다. 비굴하거나 권모술수, 배신 등 잽싼 임기응변을 통해 반드시 살겠다는 자세다. 일관ㆍ신뢰성 결여는 리더십 실종으로 이어져 적에게 포로가 되기에 십상이다. 셋째는 분속(忿速)이다. 분노를 통제 못하고 쉽게 폭발하는 경우다. 적에게 모욕을 당하는 결과를 부른다. 넷째는 염결(廉潔)이다. 너무 원칙만 고수해 자신의 정당성에만 집착하는 행위다. 이는 적에게 농락당하기 마련이다. 마지막으로 애민(愛民)이다. 지나치게 대중의 입맛을 좇아 포퓰리즘에 빠지게 되면 위급한 전황(戰況)인식과 대응에 때를 놓칠 수 있다. 결국 적에게 끌려다니게 된다. 오위는 <손자병법> 구변에 나오는 내용이다.

이 다섯 가지 위험 요소는 전쟁의 승패를 갈라 병력이 전멸할 수 있는 참담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장수는 극도로 신중하게 리더십 관리에 힘써야 하고 감정에 휘둘려선 안 된다. 개인적인 생각과 전황을 혼동해선 안 되며 크고 작음, 시작과 끝을 정확히 분별해야 하는 것이다.

앞으로 더 격화될 미중 간의 싸움에 낀 우리의 고민은 깊어가고 있다. 다만 마윈 알리바바 회장이 트럼프를 만난 후 밝힌 소감은 다소 안도감을 준다. “트럼프는 비즈니스맨이어서 중국에 욕심을 부리거나 압박을 가하겠지만 결국 국익을 우선하는 정책을 취할 것이다. 그는 국익을 중심으로 의사결정을 해 (중국의 핵심 이익과 관련된) 결정적 문제를 건드리지 않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중국에 나쁘지 않은 일이 될 것이다.”문제는 그가 힘센 중국과 달리 우리에게 과연 어떤 비즈니스맨십으로 다가올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는 우리 미래 리더십이 우선적으로 극복해야 할 과제다.

장학만 산업부장 trendnow@hankookilbo.com

[필진] 장학만 편집국 뉴스1부문 산업부장 (부국장)
[필진] 장학만 편집국 뉴스1부문 산업부장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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