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수송기 원산서 인계 받아
오산기지로 65년 만에 귀환
내달 하와이서 정밀 감식
트럼프 “많은 미군 가족에
위대한 순간 될 것”
북한이 27일 6ㆍ25전쟁 미군 전사자의 유해 55구를 송환했다. 6ㆍ12 북미 정상회담 합의 후속 조치의 일환으로, 2007년을 끝으로 중단됐던 미군 유해송환 작업의 첫 결실이다. 정전협정 체결 65주년을 맞아 유해송환 회담이 결실을 맺으면서 북미관계 개선과 비핵화 협상에도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날 오전 5시 55분 경기 평택시 오산미군기지를 떠난 미군 ‘C-17 글로브마스터’ 수송기는 북한 원산 갈마비행장에서 55구의 미군 유해를 인계 받고 약 5시간 만에 오산으로 복귀했다. 약 1,000명의 오산기지 관계자와 미군, 미군 가족들이 유해를 맞을 준비를 한 가운데, 수송기는 오전 10시 57분쯤 전투기 2대의 엄호를 받으며 기지 상공에 모습을 드러냈다. 기내에는 이번 송환을 담당한 유엔군사령부 관계자와 미 국방부 전쟁포로 및 실종자 확인국(DPAA) 전문가들이 타고 있었다.
11시 정각 수송기가 착륙하자 기지에는 엄숙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한미연합군사령부 깃발과 태극기, 성조기를 든 의장대와 연합사 소속 군인 55명은 5열로 나뉘어 수송기 앞으로 행진했다. 활주로를 천천히 돌던 수송기도 약 15분 만에 이들 앞에 정지해 의장대 군인들의 경례를 받았다. 이내 수송기 뒤쪽 문이 열리자 대기하던 병사들은 11명씩 기내에 올라 파란색 유엔기로 감싼 유해함을 하나하나 두 손으로 받쳐들고 수송기에서 내렸다. 전사자들의 유해가 65년 만에 조국 후예들의 품으로 돌아온 순간이었다.
유해를 옮기는 약 50분간 장병들은 빠짐없이 참전 용사들에게 예를 갖췄다. 유해함을 든 병사들은 시종일관 진중한 표정으로 수송기로부터 약 20m 거리에 준비된 승합차로 걸음을 옮겼다. 유해함이 차량 6대에 차곡차곡 자리를 잡자, 의장대 및 병사들은 ‘차렷’ 구령과 북소리에 맞춰 기지 본부 인근 보관소를 향해 이동했다. 승합차량도 그 뒤를 뒤따랐다. 보관소까지 약 400m의 이동경로를 열 맞춰 대기하던 사병 80여명도 차량이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경례 자세를 유지했다.
유해 송환이 성사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던 만큼 미 백악관은 수송기가 오산기지에 도착하기도 전에 성명을 발표해 환영의 뜻을 밝혔다. 이번 송환은 북미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합의한 사항이지만 회담 후 6주를 넘겨서야 실행에 옮겨졌다. 주한미군이 지난달 23일 판문점에 100여개의 운송 상자를 옮겨 둔 이후 북미는 이달 15, 16일 각각 장성급 회담과 실무회담을 열어 송환 관련 협상을 펼쳤다. 백악관은 “오늘 이뤄진 조치는 북한으로부터의 유해송환, 아직 집으로 돌아오지 못한 약 5,300명의 미군을 찾기 위한 북한 내 발굴 작업이 재개되는 중대한 첫 걸음”이라며 뒤이어 유해 공동발굴이 이뤄질 것임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많은 세월이 흐른 뒤 (취해진) 이번 조치는 많은 (미군) 가족에게 위대한 순간이 될 것”이라며 “김정은(국무위원장)에게 고맙다”고 직접 인사를 전했다.
한편 미국 측은 오산기지에서 유해확인 절차를 거친 뒤 다음달 1일 오후 5시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 주관으로 공식 유해송환 행사(추모식)를 열 예정이다. 추모식 후 유해는 미국 하와이 DPAA로 옮겨져 더욱 정밀한 신원확인 작업을 거친다.
평택=외교부 공동취재단ㆍ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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