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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깊은 지구의 구멍

입력
2017.05.2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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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할 오늘] 5.24

구소련 콜라 시추공의 폐쇄된 입구. 지구의 가장 깊은 구멍이다.
구소련 콜라 시추공의 폐쇄된 입구. 지구의 가장 깊은 구멍이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무인탐사선 보이저 1호가 지구를 떠난 게 1977년 9월이었다. 우주선은 초속 70km 속도로 날아 2012년 8월 태양계 너머 성간 공간으로 진입했다. 지금쯤 보이저 1호는 지구에서 최소 44억km 이상 먼 우주의 어둠 속을 날고 있을 것이다.

7년 전인 1970년 5월 24일 구소련 서쪽 끝 콜라(Kola)반도의 페첸스키라는 곳에서 지구중심을 향한 굴착작업이 시작됐다. 우주(탄생)의 비밀을 먼 데서만 찾을 게 아니라 우주의 일부인 이 행성에서, 우리 발 밑에서 찾아보자는 취지였다. 당시로는 첨단 굴착장비였을 ‘우랄매쉬(Uralmash-4E, 나중에는 업그레이드 된 우랄매쉬-15000)’로 중심 시추공과 방사선 상의 직경 9인치(22.86cm) 구멍 몇 개를 동시에 파 들어갔다. 목표는 1만5,000m. 하지만 장비 고장과 드릴 비트 파손, 예상보다 높은 지열 등 난관에 부딪쳐 1992년 굴착이 중단됐고, 2005년 재정난으로 프로젝트가 백지화됐다.

그로써 1989년 도달한 1만2,262m 구멍(SG-3)이 육지에 존재하는 가장 깊은 구멍으로 남게 됐다. 2011년의 사할린 유정 시추공 깊이가 1만2,345m지만 그건 해양이었다. 서울 종로 피맛골 재개발 과정에서 발견된 조선시대의 유적은 지하 1.5~6m에서 드러났다. SG-3의 바닥은 약 25억년 전, 그 지구는 단세포 원핵생물이 주인이던 시생누대(Archean)의 땅이었다.

이른바 딥-홀 프로젝트(Deep-Hole Project)를 처음 시작한 건 미국이었다. 1957년 멕시코 태평양 연안에서 벌인 ‘모홀(Mohole) 프로젝트’. 그건 NASA의 스펙터클한 우주프로젝트에 밀려 자금난 끝에 1966년 중단됐다.

지질학자들로선 그 중단이 무척 안타까운 일이었겠지만, 이른바 모호로비치치 불연속면에서 화강암이 현무암으로 바뀌는 게 아니라 용융상태의 변성암으로 변이된다는 사실을 눈으로 확인한 건 성과였다. 모호로비치치 불연속면이란 대륙과 맨틀이 만나는 경계지점으로, 지진파 이동속도가 급속히 빨라지는 점에 착안해 1909년 지진학자 안드레이 모호로비치치가 발견했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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