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장정일
소설가

등록 : 2016.07.22 14:14
수정 : 2016.07.22 14:50

[장정일 칼럼] 국민은 ‘외부 세력’이 될 수 없다

등록 : 2016.07.22 14:14
수정 : 2016.07.22 14:50

[저작권 한국일보] 21일 오후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사드 배치 반대 집회'에서 성주 주민들이 사드 배치 반대 구호를 외치고 있다.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성주 군민에게 대못을 박지 마라. 첫 번째 대못은 성주 군민을 향해 ‘자업자득’이라고 조롱하는 것이다.

선거 때마다 새누리당을 찍어 왔으니 성주에 사드(THAADㆍ고고도미사일방어) 기지가 배치되어도 성주 군민들은 할 말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두 번의 민주당 정권(김대중ㆍ노무현)과 더민주당 지지자들이 그렇게 말하는 모양인데, 이것은 자기기만이다. 새만금 개발,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이 309일 동안 크레인 고공 시위를 벌이게 된 한진중공업 사태, 평택(대추리) 미군기지,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한미FTA, 밀양 송전탑 건설 강행은 모두 노무현 정권 때 생겼다. 두 번의 민주당 정권은 박정희 군부의 산업화 국가전략이었던 ‘방법으로서의 군사주의’를 온존한 채, 민영화라는 더 나쁜 방법마저 더했다.

두 번째 대못은 첫 번째 대못보다 크다. 정부와 경찰청은 성주 군민들의 사드 반대 투쟁을 ‘외부 개입설’로 몰아붙인다. 경찰청이 마련한 ‘외부세력’에 대한 엄밀한 기준에 따르면 “성주 출생이고 초ㆍ 중ㆍ 고를 (성주에서) 나왔는데 (타지로) 간 사람” “더 엄격하게 말하면 주민등록에 등재 안 된 사람”은 모조리 외부 세력이다. 이런 규정은 성주에 살지 않지만 성주가 고향인 사람들의 고향을 빼앗고, 명절 때마다 성주로 귀향해서 하나가 되던 가족과 친구를 찢어 놓는다.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이며, 대한민국의 주권자인 국민은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에서 일어난 어떠한 문제에서 외부가 될 수 없다. 지난 7월 8일, 한국 정부가 사드를 배치하기로 최종 결정하자 유력 후보지였던 칠곡ㆍ예천ㆍ평택ㆍ군산ㆍ원주ㆍ기장에서 자발적인 반대 운동이 일어났다.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대한민국 전역이 곧 내부였으며, 청와대와 미국이 없으면 죽는다는 한 줌의 정치 엘리트가 대한민국의 외부다. 현재 ‘전략적 모호성’이라는 명목으로 어영부영하는 더민주당도 알고 보면, 성주와 대한민국의 외부에 지나지 않는다. 그 외부는 성주경찰서 경찰이 아닌 타지의 경찰들로 곧 가시화될 것이다.

사드 배치가 발표되고 난 7월 19일, 북한은 스커드 미사일 두 발과 노동 미사일 한 발을 동해로 발사했다. 사드 배치 결정 직후에 벌어진 북한의 미사일 시위에 대해 여러 가지 해석이 있지만, 그것은 한국의 결정을 반기는 북한의 축포였다. 한국에 사드를 배치했을 때와 하지 않았을 때를 가정한 두 개의 미래 시나리오를 소설형식으로 구성했던 ‘말과 칼’(유리창, 2016)에서, 정욱식은 북한 지도부의 입을 빌려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선 사드가 남조선에 들어가면 보시다시피 남조선과 중국과의 관계, 중미 관계 모두 악화됩니다. 러시아도 계속 반발하고 있습니다. 그게 우리 공화국에게는 큰 전략적 이익입니다. 조중 간의 경제적ㆍ 군사적ㆍ외교적 관계도 강화될 것입니다. 남조선에서도 사드가 배치되면 우리 공화국이 최대 수혜자가 될 것이라는 주장이 있었잖아. 그런데 그걸 무시하고 사드를 들여놓겠다니…. 참 이렇게 우릴 도와주니 얼마나 고마운 일이야.” 한국이 사드를 배치하기로 결정하면서, 중국이 고려해야 할 북한의 전략적 가치는 수직 상승했다. 당장 북한의 미사일 시위에 중국이 아무런 논평을 내어놓지 않은 것만 봐도, 올해 6월에 나온 이 책의 예상이 하나도 틀리지 않을 것 같다.

언제부터인가 한국에서는 청년 세대를 중심으로 ‘헬조선(망한 한국)’ 담론이 넓게 퍼졌다. ‘말과 칼’의 지은이는 n포 세대의 경제적ㆍ심리적 박탈 담론으로 풀이되는 헬조선의 해결책으로, 남북 간의 평화운동을 제시한다. 이 제안은 귀중하다. 많은 논객이 헬조선에 대해 온갖 잡설을 늘어놓았지만, 다 틀렸다. 헬조선은 분단 70년을 훌쩍 넘기고 답보된 통일운동, 70년 넘게 극한 대결을 유지해온 한반도의 전시상태가 누적되어 나타난 것이다. 평화운동 없는 분단 상태는 한국의 미래 세대를 억누르는 부메랑으로 되먹임 된다. 우선 사드로 위축될 수밖에 없는 대북ㆍ대중ㆍ대러 북방정책은 젊은 세대의 이동성과 포부를 한층 제한하게 될 것이다.

장정일 소설가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국일보 페이스북

한국일보 트위터

한국일보닷컴 전체기사 RSS

RSS

한국일보닷컴 모바일 앱 다운받기

앱스토어구글스토어

한국일보닷컴 서비스 전체보기

Go

뉴스 NOW

이전

  • 종합
  • 정치
  • 사회
  • 경제
  • 국제
  • 문화
  • 연예
  • 라이프
  • 스포츠

다음

유엔사 ‘JSA 귀순 조사결과’ 발표… “북한군, 군사분계선 너머로 총격”
[단독] BTS가 미국의 2018년을 연다
[좋은 이별] 나의 이별은 당신의 연애보다 아름답다
‘이국종 교수 비난’ 김종대 의원 “논란 1차 책임은 이 교수에 있어”
[단독] ‘박근혜정부 금융 실세’ 이덕훈 전 수은행장 뇌물 수사
롯데百 잠실점 ‘평창 롱패딩’ 대기 1000명 돌파
얼굴도 모르는 아버지 빚 4억원 떠안은 고1 아들

오늘의 사진

많이 본 뉴스

  • 1
  •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