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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오른 뒤 찾아온 거래 절벽 “지금이 고점”

입력
2018.07.31 04:00
수정
2018.07.31 07:38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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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설회사 출신 10년간 부동산 분석 

 거래 사라져 가격 조정 멈추면 

 결국 버블 터지고 가격도 떨어져 

 전세가격 하락이 방아쇠 될 것 

 규제보다 부양책이 영향 길고 커 

 현재 정부의 부양책은 ‘도시재생뉴딜’ 

이광수 미래에셋대우 수석 애널리스트. 미래에셋대우 제공/2018-07-27(한국일보)
이광수 미래에셋대우 수석 애널리스트. 미래에셋대우 제공/2018-07-27(한국일보)

2000년대 초반 건설회사 직원으로 전국의 아파트 건설 현장을 누볐다. 2007년 6월 건설업계 출신으론 처음으로 증권사 애널리스트로 자리를 옮겼다. 부동산 담당 애널리스트로 10년 이상 시장을 지켜봤다.

이광수(44) 미래에셋대우 수석 이야기다. 그는 집값이 최근 몇 년 간 급등한 것은 공급 감소가 가장 큰 배경이라며 현 단계를 ‘고점’으로 진단했다. 이는 외환위기 이후 위축됐던 부동산 수요가 회복되며 시장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던 2007년까지의 ‘부동산 버블’과는 다른 양상이다. 이 수석은 “최근 부동산 시장에선 가격을 높이기 위해 담합을 하거나 심지어 같은 단지 사람끼리 자전 거래를 하는 모습까지 확인된다”며 “집값이 상승한 뒤 거래가 메마른 지금은 고점일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내로라하는 부동산 전문가지만 이 수석은 직접 투자를 하진 않는다. 투자가치가 있어 보이는 부동산을 발견하더라도 살 수 없다. 다른 투자자들보다 먼저 정보를 알 수 있고 그 정보를 바탕으로 추천을 하는 만큼 그 전에 부동산을 샀다가는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선행매매’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에도 집값은 계속 오르고 있는데.

“집 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면서 집값 상승을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투자자들에게는 가격에 대한 맹신이 있다. 만약 10억원에 거래되던 집이 어느 순간 12억원에 팔리면 사람들은 왜 집의 가치가 상승했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고 가격 자체에만 주목한다. 매도자들은 이러한 맹신을 이용해 담합을 하거나 매도 물량을 줄이는 방식으로 집값을 더 끌어 올리곤 한다. 그러나 이렇게 만들어진 ‘버블’은 쉽게 빠질 수 있다. 거래 절벽으로 시장의 가격 조정 기능이 상실되면 결국 가격 절벽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가격 절벽이 언제 나타날 것으로 보는가.

“매물을 내놓지 않던 사람들도 직격탄을 맞을 수 있는 변수는 전세가격 하락이다. 지렛대(레버리지) 효과를 노리고 전세를 안은 채 여러 채의 집을 산 사람들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 집 주인들 사이의 담합도 자연스레 깨지게 된다. 신도시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현상이다. 전세 만기가 찾아올 때마다 ‘전세가 하락 – 담보가치(집값) 하락 – 급매’의 악순환이 생길 수 있다.”

-가격 하락만 걱정하다 보면 결국 집을 살 기회를 놓칠 수 있다.

“집을 살 땐 거래량을 잘 살핀 뒤 매수 시점을 결정해야 한다. 거래량이 감소할 때는 꼭지든 바닥이든 둘 중 하나다. 가격이 크게 올랐을 때는 집 주인들이 담합을 통해 더 높은 가격에 집을 내놓거나 아예 매물을 거둬들이곤 한다. 그러다 추세가 바뀌고 급매가 나오기 시작하면 주택 가격은 하락한 뒤 거래량도 줄어든다. 이런 때가 집값의 ‘저점’ 신호다. 2012년과 2013년이 그런 시기였다. 당시에는 집값이 하락한 상태에서 거래량도 감소했다. 그러나 이후 집값은 상승하기 시작했다.”

-집값이 너무 비싸 전세를 활용한 투자를 할 수 밖에 없지 않나.

“전세가율이 높을 땐 적은 돈으로 하는 ‘갭 투자’가 가능하다. 갭 투자가 늘면서 집값도 상승할 수 있지만 그러나 이는 단기 투자일 때 가능한 얘기다. 금리가 상승하고 아파트 공급이 늘어나는 상황이 되면 전세가율이 다시 낮아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오히려 전세가율이 낮은 집에 주목해야 한다. 이런 집을 살 수만 있다면 세입자와 재계약을 할 때마다 보증금을 올려 받을 수 있다. 다른 곳에 투자할 수 있는 새로운 ‘총알’이 생기는 것이다.”

-일반인들이 부동산을 통한 재산 증식에 실패하는 이유는.

“부동산은 전체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가격 변화에 신경이 쓰일 수 밖에 없다. 신경을 쓸 경우 조급해지기 마련이다. 이러한 심리에 쫓기는 사람일수록 집을 비쌀 때 사 쌀 때 팔게 된다. 계속 버티다 대출을 감당할 수 없는 시점에 손실을 떠안고 집을 팔게 되는데 그 때가 바닥일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시장이 과열될 때는 무리하게 빚을 내 집을 사는데 꼭지일 경우가 많다. 모두 ‘집값은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잘못된 확신과 ‘더 오르면 살 수 없을 지도 모른다’는 근거 없는 공포가 부른 과잉 행동이다. 반면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집을 팔 때 집을 살 여력이 있다. 부동산은 평균 보유 기간이 10년에 가까운 장기 투자다. 매일 시세표를 쳐다보고 한달 후 집값이 어떻게 변할 지 조바심을 내기 보다 긴 호흡으로 접근해야 한다.”

-실패를 줄이기 위해 꼭 기억해야 할 점이 있나.

“사실 집값은 단순하게 움직인다. 상승기에는 과거에 많이 하락한 동네가 많이 오른다. 반대로 하락기에는 상승률이 높았던 지역의 거품이 더 많이 빠진다. 2012년에는 서울에서 강남 집값이 가장 많이 빠졌지만 이번엔 강남 집값이 많이 올랐다. 올해 가장 많이 오른 지역은 분당이다. 역시 과거 하락을 최근 상승으로 맞춰간 셈이다. 시장에서 만들어낸 가격 대신 진짜 집의 가치를 고려해 ‘싼 집’에 투자를 하면 수익을 낼 수 있다.”

-투자 시 정부 정책은 어떻게 고려해야 하나.

“투자자들은 부동산 규제가 어떻게 변할 지에 대해 관심을 가지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정부 규제보다도 부양책이 집값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규제는 시장 상황에 따라 변경이 가능하지만 부양책은 한번 삽을 뜨면 돌이킬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최근 10년간 가장 많이 상승한 지역이 바로 세종시다. 정부의 개발 사업이 영향을 미친 것이다. 지금 정부의 부양책은 ‘도시재생뉴딜’ 사업이다. 막상 투자를 하려다 보면 ‘과연 여기를 사도 될까’하는 의문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곳이 가장 많이 바뀔 수 있는 지역이다. 사실 지금 강남 집값이 급등한 것도 지난 정부에서 재건축 규제가 완화됐기 때문이다.”

-최근 박원순 서울시장이 여의도 개발을 언급하며 해당 지역 집값이 급등했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이 다르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중앙정부는 집값에 관여할 수 있는 경제주체 중 가장 강력한 힘을 갖고 있다. 반면 지자체는 규제를 완화할 순 있지만 중앙정부의 규제 한도 범위 내에서만 가능하다. 추가로 인센티브를 줄 수도 없다. 예컨대 지방 정부가 용적률을 200%로 규제 했다 법정 상한선인 250%까지 늘리는 것까지 가능하다면 중앙 정부는 아예 특정 지역에 인센티브를 줘 용적률을 270~300%까지 줄 수도 있다. 중앙 정부를 이길 수 있는 지자체는 없다.”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이광수 미래에셋대우 수석연구위원. 미래에셋대우 제공
이광수 미래에셋대우 수석연구위원. 미래에셋대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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