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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포인트 경영학] 방대한 내수 시장서 규제보다 보급 중시… 중국을 도약시키다

입력
2018.06.02 10:0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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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간 세계 시장에서 판매되는 신차는 9,000만대가 넘는다. 중국은 이 중 2,000만대 이상을 소화하는 세계에서 가장 큰 단일 시장이다.

과거 글로벌 기업들의 먹잇감이었던 중국 시장은 급격하게 변화했다. 지리자동차를 포함해 짝퉁 자동차나 만들던 중국 토종 브랜드들이 가격 경쟁력은 물론이고 디자인과 연비, 옵션에 이르기까지 상당한 기술력을 축적했다. 중국 토종 브랜드의 위상이 이젠 선진국 브랜드를 위협할 정도로 높아졌다.

이런 배경에는 지도층 의지에 따라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중국의 독특한 사회주의적 시스템도 한몫했다. 방대한 시장을 무기로 휘두르는 자국산업 보호정책도 그 어느 국가보다 강력하다. 그렇다고 우리가 포기할 수도 없는 게 중국 시장이다. 그 때문에 방향 설정과 현명한 대처가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우선 중국은 규제보다 보급을 중시하는 ‘네거티브 정책’이 기반이다. 제도적으로 전폭적인 지원을 해 주도권을 쥘 수 있을 정도로 활성화해서 수익원을 먼저 확보하는 것이다. 이후에 경쟁력이 떨어지거나 한계에 다다른 기업들은 솎아내 시장의 안정을 유지한다.

우리는 이와 반대다. 규제 일변도의 ‘포지티브 정책’이 수십 년간 몸에 배어 있다. 규제에 얽매여 적절한 투자 타이밍을 놓쳐서 자멸하는 경우도 많다. 정부에서 규제 타파를 외치고 있지만 관행을 바꾸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전기차 조기 도입도 중국 자동차 산업의 특징이다. 엔진과 변속기 등의 원천기술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선진국과의 격차를 극복하기 위해 선택한 전기차 전략은 제대로 맞아떨어졌다. 이제는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초기에는 조악한 기술력이었지만 10여 년이 지난 지금은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상당 영역을 중국 기술이 잠식하고 있다. 풍부한 실증 데이터를 기반으로 만든 전기버스 트럭 이륜차는 세계 최고 수준에 올랐다. 우리는 그 가격에 그 정도 품질을 맞출 수 없을 정도다.

중국은 적과의 동침은 물론 합종연횡, 인수합병 등 할 수 있는 방법을 모두 동원해 자동차 기술력을 급격히 끌어올렸다. 유수의 기업을 통째로 인수하며 몇 단계씩 점프한 지리자동차가 대표적이다.

최근 우리 기업들도 이 같은 전략을 글로벌 시장에서 활용하기 시작했지만 중국은 한걸음 빠른 결정과 실행으로 이미 ‘노른자’ 기업들을 독식하고 있다. 그래도 늦지는 않았다. 전력투구한다면 만회할 기회는 아직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우리의 기술이 세계 최상위급인 분야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자동차 산업도 중국 기술력을 우리보다 한 단계 낮게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 인정할 건 인정하고 재도약하겠다는 자세가 중요하다. 배울 것은 배워야 한다. 그러기 위해 무엇보다 먼저 생각을 바꿔야 한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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