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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24시] 일본 헬기 조난구조 유료화… “안전의식 높여” VS “관광 악영향”

입력
2017.07.0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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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타마현 내년부터 조례 시행

구조된 등산객에 수수료 부과

여름 등산철 앞두고 찬반 논쟁

일본의 산악구조 헬기가 구조활동을 벌이고 있다. 위키피디아
일본의 산악구조 헬기가 구조활동을 벌이고 있다. 위키피디아

일본에서 방재헬기를 이용한 산악구조를 유료화하기로 해 논쟁이 붙고 있다. 사이타마(埼玉)현에서 내년 1월 이같은 조례가 시행되는 게 발단이다. 헬기 조난구조 유료화는 일본에서 처음이다. 기존 중년층 등산 마니아들에 이어 ‘야마(山)걸(산소녀)’이란 신조어가 나올 만큼 일본의 등산인구는 급증하는 추세여서 산악 조난사고도 자연스럽게 늘고 있다. 이를 배경으로 여름 등산철은 앞두고 조난구조 유료화 찬반 의견이 충돌하는 것이다.

지난 3월 사이타마현 의회에선 자민당 의원단이 방재헬기에 관한 조례개정안을 제출해 통과시켰다. 현내 산에서 헬기로 구조된 등산객에게 수수료를 부과하는 내용이다. 요금은 연료비 실비이며, 시간당 5만엔(약51만원) 정도 예상된다. “유료화는 관광에 악영향을 끼친다”거나 “등산로 정비부터 하는 게 우선”, “구조요청을 포기할 수 있다”와 같은 반대 의견이 있었지만, 찬성 측은 “유료화로 등산객 스스로 더욱 철저한 준비와 신중한 행동을 유도할 수 있다”, “등산로 정비를 어느 수준까지 할지 애매하다”는 주장을 폈다.

결국 등산객은 추락이나 실족 등의 위험을 감수한 채 산에 오른다는 점에서 ‘수익자 부담’을 강조해 찬성 다수로 가결됐다. 아사히(朝日)신문에 따르면 2010년 7월의 사고가 조례개정안 제출의 계기가 됐다. 현내 지치부(秩父)시의 산에서 구조활동 중이던 헬기가 추락해 탑승자 5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있었기 때문이다. 일본 경찰청이 집계한 지난해 산악 조난자수는 2,929명으로, 통계가 남아있는 1961년 이후 두 번째로 많았다.

유료화에 대해선 불공평하다는 지적이 만만치 않게 제기되는 상황이다. 수색활동만 하는 현당국의 경찰헬기나 지상에서 구조한 수색대에 대해선 요금을 내지 않는 점도 그렇고, 다른 인근현에서 지원받아 출동한 헬기로 구조된 경우는 무료라는 모순이 생긴다.

다른 현에서도 유료화를 검토하다 무산된 경우가 적지 않다. 나가노(長野)현에선 2004년 유료화가 논의되다 유상으로 사람이나 물건을 수송하면 ‘항공운송사업’에 해당돼 국가의 허가가 필요하다는 항공법 문제, 이웃 현과의 조율 필요성 등으로 현실화의 벽을 넘지 못했다. 그러나 국토교통성이 이번 사이타마현에 대해 “방재헬기를 이용한 구조는 사회통념상 사업으로 볼 수 없다”는 유권해석을 내려 논의가 급진전됐다. 이후 사이타마의 움직임에 자극받아 야마나시(山梨)현 등에서도 유료화가 추진됐지만 검토 과제가 많다는 반대로 미뤄졌다.

전문가들 의견은 엇갈린다. 일부 등산단체는 “유료화가 등산인구의 안전의식을 높일 수 있다”고 찬성하는 반면, “등산은 국민생활에 뿌리내린 스포츠다. 놀이활동 중 다친 다른 경우까지 구급차 유료화 논의로 이어질 위험성이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도쿄=박석원 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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