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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령의 길 위의 이야기] 시시한 블랙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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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령의 길 위의 이야기] 시시한 블랙리스트

입력
2016.10.14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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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시국 선언, 문재인 후보지지 선언 등을 한 문화예술인 9,473명의 블랙리스트가 존재한다는 뉴스에 예술인들의 SNS도 온종일 시끌시끌했다. 소설가 A는 숱하게 서명을 했는데 자신의 이름이 빠졌다며 서운해 했고 시인 B는 그런 문건이 존재한다는 건 참담하지만 자신의 이름이 있어 자랑스럽다며 웃었다. 소설가 C는 자신은 유명하지 않아 리스트에서 빠진 것 같다며 울적해 했고 소설가 D는 자신보다 훨씬 더 서명을 많이 한 사람들이 빠져 있다며 정부의 한심한 정보력을 한탄했다. 시인 E는 그 리스트에 끼는 바람에 지원금 심사에서 탈락한 게 분명할 거라 스스로를 위로했다. 시인 F는 선언 연락을 못 받아 서명을 못했다며 한스러워했고 만화가 G는 블랙리스트에 끼는 바람에 하루 종일 축하인사를 받았다고 했다. 소설가 H는 리스트에 있음에도 지원금을 받은 건 아무래도 작가로서의 존재감이 영 떨어져서 그런 것 같다고 투덜거렸다.

그 무시무시한 블랙리스트에 올랐음에도 왜 아무도 두려워하지 않을까(나도 두렵지 않다). 두려워하기는커녕 다들 낄낄댔다(나도 낄낄댔다). 거물 반정부인사들을 골라내기 위해 치밀하게 비밀활동을 펼쳐 블랙리스트를 작성한 것도 아니고, 그냥 시국 선언에 서명한 사람들 명단을 죽죽 베껴 쓴 정도라니. 검은 트렌치코트 입고 선글라스도 쓰고 품 안에는 권총을 품은 채 재빠르게 다가와 예술인들의 옷깃에 도청기도 심지 않는, 이 시시한 스릴러라니. 하나도 흥미진진하지 않은 이 유치짬뽕 드라마에 사람들이 조롱을 날리고 있다는 것을 청와대는 알기나 할까.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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