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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래머블 대표 그릇들

입력
2018.05.23 04:40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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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릇계의 샤넬 로얄코펜하겐

간결한 덴비 젊은층에 인기

르크루제엔 반려견 그릇도

한 끼를 먹더라도 예쁜 그릇에 먹음직스럽게 담아내겠다는 일념이 그릇애호가를 만든다. 덴비코리아 제공
한 끼를 먹더라도 예쁜 그릇에 먹음직스럽게 담아내겠다는 일념이 그릇애호가를 만든다. 덴비코리아 제공

‘인스타그래머블(Instagrammable)’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인스타그램과 ‘할 수 있다’는 의미의 영어 단어가 만나 탄생된 이 신조어는 요즘 마케팅계의 핵심 단어다. 인스타그램에 게시 하기에 적합하다는 뜻이다. 적합함의 척도는 ‘사진발’이다. 자신이 얼마나 맛있는 음식을 먹고 있는지 찍어 올리던 ‘먹스타그램’은 더 이상 음식 그 자체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인스타그래머블’한 음식 사진은 최대한 예뻐야 한다. 주방계 SNS 인플루언서(영향력을 가진 개인)들의 관심사가 음식을 담는 그릇과 플레이팅으로 옮아가는 건 당연하다. 예로부터 명품 그릇으로 일컬어진 로얄코펜하겐, 웨지우드부터 새롭게 뜨고 있는 이딸라, 오덴세까지 인스타그래머블 대표주자인 그릇들을 찾아봤다.

그릇 수집가들은 요리를 잘하는 주부나 트렌드를 반영하는 카페에서 사용하는 그릇이 무엇인지 눈여겨 본다. 입소문의 속도를 압도하는 건 방송의 영향력이다. 최근 tvN에서 방송된 예능프로그램 ‘윤식당2’에 나온 ‘호떡 접시’가 대표적이다. 길거리 대표 음식인 호떡이 육각모양의 접시에 담기자 레스토랑 음식으로 거듭났다. CJ오쇼핑의 독립브랜드인 오덴세의 이 접시는 방송이 나간 후 전년 대비 매출이 50% 늘었다.

오덴세 제공
오덴세 제공

오래 전부터 마니아 층을 형성한 그릇 브랜드는 주로 해외에서 넘어왔다. 로얄코펜하겐은 덴마크 왕실 도자기 브랜드로 그릇계 ‘샤넬’로 불린다. 인스타그램에서 그릇 브랜드 중 가장 많은 게시물(4만8,000여건)을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파란 문양이 그려진 블루 플레인이 가장 인기 있는 라인이다. 접시 하나에 수 백만원을 호가 하는 플로라 다니카 라인을 수집하는 사람들도 있다.

로얄코펜하겐 제공
로얄코펜하겐 제공

고가의 제품은 여전히 연령대가 있는 여성 주부들에게 인기가 더 많다. 백화점 등 유통업계에 따르면 가격대에 따라 그릇 브랜드가 나뉜다. 로얄코펜하겐, 웨지우드, 빌레로이앤보흐는 프리미엄 라인으로, 덴비, 포트메리온, 이딸라 등은 중간 라인으로 분류된다. 오덴세, 코렐 등은 상대적으로 저가 라인이다. 영국 브랜드인 웨지우드와 독일 브랜드인 빌레로이앤보흐는 화려한 문양의 그릇들이 수집 욕구를 불러 일으킨다. 신세계백화점은 주방식기 중 고가 라인 매출이 올해 17.1% 늘었다고 밝혔다. 비싼 그릇이 더 잘 팔린다는 얘기다. 온라인으로 구입하는 소비자도 많아 웨지우드는 지난 2월 아예 자체 온라인 몰을 열었다.

이딸라 제공
이딸라 제공

상대적으로 저렴한 브랜드 중, 간결한 디자인이 젊은 층으로부터 인기를 끄는 건 최근의 경향이다. 영국 브랜드인 덴비가 선두주자다. 덴비 코리아 관계자는 “국내 소비자들이 생각보다 튀는 제품을 선호하지 않아, 은은한 파스텔 톤 제품을 많이 구매한다”고 설명했다. 여러 색상들을 섞어서 구입할 수 있기 때문에 브랜드 측에서는 소비자들의 수집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새로운 색상을 지속해서 출시한다. 인테리어와 가구 등 인기를 끈 북유럽 라이프스타일도 접시에 상륙했다. 핀란드 브랜드 이딸라도 단순한 디자인이 인기를 얻고 있다. 나무로 만든 식기 브랜드 차바트리는 태국에 여행가면 꼭 사와야 하는 쇼핑 목록에 이름이 올라 있다. 일본 도자기 그릇 아리타, 카네수스 등을 그릇애호가들은 직구를 통해 들여 온다.

유통업계에서는 국내 그릇시장이 계속 커지고 있다고 본다. 롯데마트는 브랜드 자기 매출이 지난해 16.7% 증가한 데 이어 올해에도 9.6% 늘었다고 밝혔다. 신규 브랜드도 지속적으로 매입한다는 계획이다.

남성들도 그릇 시장의 미래 고객으로 진입했다. 로얄코펜하겐 제공
남성들도 그릇 시장의 미래 고객으로 진입했다. 로얄코펜하겐 제공

이 시장에서 남성들도 잠재적 고객이다. 플레이팅 강의나 요리 수업 등에 드물지만 참여하는 남성들이 생겼다. 로얄코펜하겐 관계자는 “그릇 핸드페이팅 시연이나 티 클래스에 예전에는 여성고객만 참여했다면, 이제는 관심 있는 남성이 참여한다는 자체가 눈에 띄는 변화”라고 설명했다.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그릇을 구매하는 남성 고객이 올해 1~4월 기준, 지난해보다 5.4% 늘었다.

반려동물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출시된 반려동물을 위한 도자기 그릇 제품. 르크루제 제공
반려동물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출시된 반려동물을 위한 도자기 그릇 제품. 르크루제 제공

늘어나는 그릇애호가들의 마음을 뺏고 싶은 브랜드들은 새로운 가능성을 찾기 위해 골몰한다. 프랑스 브랜드 르크루제는 반려동물을 위한 도자기 그릇을 내놨다. 르크루제 관계자는 “반려동물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온 가족이 같은 제품을 사용하고 싶어 구매한다는 소비자들이 많다”고 했다. 남성 소비자 만을 위한 그릇을 볼 날도 머지 않았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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