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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발(發) 긴장 속 성탄절 맞은 베들레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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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발(發) 긴장 속 성탄절 맞은 베들레헴

입력
2017.12.24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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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자정미사 앞두고 기독교도 행진

‘예루살렘 선언’ 항의 시위도 계속

이라크 모술에선 4년 만의 성탄미사

피에르바티스타 피자발라(왼쪽) 예루살렘 라틴 총대주교가 팔레스타인 자치구역 베들레헴에서 순례객 행렬을 맞이하던 중 한 어린이의 머리에 키스하고 있다. 베들레헴=로이터 연합뉴스
피에르바티스타 피자발라(왼쪽) 예루살렘 라틴 총대주교가 팔레스타인 자치구역 베들레헴에서 순례객 행렬을 맞이하던 중 한 어린이의 머리에 키스하고 있다. 베들레헴=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하겠다고 발표하면서 긴장이 고조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성탄절을 맞았다.

24일(현지시간) 예수의 탄생지 베들레헴 구유광장에서는 전통적인 자정미사를 앞두고 낮부터 성지 기독교 최고위 성직자인 피에르바티스타 피자발라 예루살렘 라틴 총대주교가 주도하는 크리스마스 행진이 열렸다. 행렬의 앞에는 산타클로스가 오토바이 조수석에 탄 채 등장해 기념일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구유광장에는 거대한 크리스마스 트리가 서서 관광객들을 맞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예루살렘 선언 여파도 눈에 띄었다. 올해 크리스마스 트리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예루살렘 선언을 규탄하는 현수막이 걸렸다. DPA통신과 인터뷰한 한 예루살렘의 상점가 관계자는 예년보다 매출 상승세가 느리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으로 인해 긴장이 고조된 분위기가 일부 순례객들의 발길을 되돌리게 했다는 것이다. 베들레헴 근처에 거주하는 기독교도 나힐 바누라는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이 “크리스마스를 절망적으로 만들었다”라고 주장했다. 피자발라 총대주교도 “순례객 수십명이 크리스마스 여행을 취소했다”라고 말했다.

이와 달리 이스라엘 관광부는 크리스마스 준비에 큰 영향이 없다며 2016년보다 순례객이 약 20%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예루살렘과 베들레헴 사이에 추가 경찰력을 배치해 순례객들의 안전과 질서유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날 베들레헴 일대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에 항의하는 시위가 계속됐으며 집회 참가자들이 이스라엘 경찰과 충돌을 빚기도 했다.

팔레스타인 깃발을 들고 산타클로스 복장을 한 팔레스타인인이 23일 베들레헴에서 경찰이 뿌린 최루가스를 피해 코를 감싼 채 도망치고 있다. 베들레헴=AP 연합뉴스
팔레스타인 깃발을 들고 산타클로스 복장을 한 팔레스타인인이 23일 베들레헴에서 경찰이 뿌린 최루가스를 피해 코를 감싼 채 도망치고 있다. 베들레헴=AP 연합뉴스

안톤 살만 베들레헴시장은 AP통신에 “올해 축제는 더 활발하길 바란다”라며 “우리가 살아 마땅한 인간이고, 자유와 독립을 지지 받아 마땅하고, 예루살렘이 팔레스타인의 수도라는 점을 존중 받아야 함을 보여주고 싶다”라고 말했다.

앞서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대통령은 성탄절 전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베들레헴과 예루살렘 두 성도 사이의 단절을 조장하고 있다”라며 “성지에 거주하는 기독교인들은 미국의 예루살렘 선언을 강력하게 반대한다. 세계 기독교인들이 이 목소리를 들어달라”고 호소했다.

베들레헴은 예루살렘 남쪽 팔레스타인 자치구인 요르단강 서안지구에 위치해 있지만 구유광장 근처에는 예수의 탄생지로 전해지는 동굴 위에 예수 탄생 기념 성당이 건설돼 있어 성탄절 시기에는 늘 관광객으로 붐빈다. 무슬림 다수 거주지역이지만 팔레스타인인 기독교인 공동체도 형성돼 있다.

이날 팔레스타인 자치구역인 가자지구에서는 9일 전인 15일 예루살렘 선언 항의 시위에 참가했다 총상을 입은 팔레스타인 소년 모하마드 사미 알다두(19)가 끝내 사망했다. 이로써 트럼프의 예루살렘 선언 이후 팔레스타인인 사망자는 모두 12명으로 늘었다.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지배를 받다 올해 이라크 정부측 연합군에 의해 수복된 이라크 북부 모술의 성 바울 성당에서 기독교도들이 성탄절 기념 미사에 참석하고 있다. 모술=AFP 연합뉴스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지배를 받다 올해 이라크 정부측 연합군에 의해 수복된 이라크 북부 모술의 성 바울 성당에서 기독교도들이 성탄절 기념 미사에 참석하고 있다. 모술=AFP 연합뉴스

주변국과 국제사회가 예루살렘 일대를 긴장의 눈으로 지켜본 것과 달리 평화를 되찾은 여타 중동 지역에서는 성탄절 맞이 기독교 행사가 열려 이목을 끌었다. 시리아 수도 다마스커스와 중부 핵심도시 홈스 등지에서는 이슬람국가(IS)가 무너지고 정부군과 반군 사이의 전투도 종결되면서 기독교도들이 대대적으로 크리스마스를 기념했다.

또 올해 7월 수복된 이라크 북부 모술에서는 2014년 도시가 IS에 점령당하면서 축출됐던 기독교 공동체가 시 동부에 있는 성 바울 성당에 모여 기념 미사를 준비했다. 행사에는 기독교도뿐 아니라 정부ㆍ군부 관계자와 무슬림 시민이 모여 무려 4년 만에 모술에 돌아온 성탄절 기독교 행사를 환영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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