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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진하 기자

등록 : 2017.11.15 15:52
수정 : 2017.11.15 18:38

강진 전라병영성서 조선시대 함정 대거 발견

죽창 설치한 유적 64기 첫 발굴... 정약용 책에 등장 ‘함마갱’ 추정

등록 : 2017.11.15 15:52
수정 : 2017.11.15 18:38

전남 강진군 전라병영성에서 바닥에 죽창을 설치한 함정 유적 64기가 한꺼번에 출토됐다. 문화재청 제공

조선시대 전라도와 제주도의 육군 지휘부였던 전남 강진군 전라병영성에서 대나무 끝을 뾰족하게 깎은 죽창을 설치한 함정 유적 64기가 한꺼번에 발굴됐다.

국내 성곽 방어시설에서 함정 유적이 대규모로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화재청은 지난 4월부터 전라병영성의 동쪽과 남쪽 외부에서 발굴조사를 시행하고 있는 강진군과 한울문화재연구원이 함정과 해자 유적을 찾아냈다고 15일 밝혔다.

함정 유적은 전라병영성 남문 서쪽에서 발견됐다. 지름이 3.5~4.9m에 이르고 깊이는 최대 2.5m에 달한다. 원뿔을 뒤집어 놓은 듯한 형태로, 아래쪽으로 갈수록 좁아진다. 함정의 바닥에서는 죽창을 촘촘하게 꽂았던 흔적이 발견됐다.

강진 전라병영성 함정과 해자 유적 전경. 문화재청 제공

이 유적들은 정약용이 1812년에 펴낸 병법 서적인 ‘민보의’에 등장하는 ‘함마갱’ 시설로 보인다. 함마갱은 말이나 사람을 죽이기 위해, 사슴 뿔 모양의 막대기인 녹각목이나 대나무 조각을 심은 뒤 잡초나 지푸라기를 덮어 놓은 함정이다. 함정은 해자 바깥쪽에 6∼8m 거리를 두고 해자와 나란하게 2∼4열로 설치돼 성곽을 방어하는 중요 수단으로 이용됐다는 것이 연구원 측 설명이다. 현재 발굴조사가 남문 서쪽 지역에서만 진행돼 다른 곳에서도 추가로 발견될 가능성이 크다.

강진 전라병영성 해자. 문화재청 제공

해자는 성벽에서 11∼17m 떨어진 지점에 만들어졌다. 벽이 무너지지 않도록 돌을 이용해 ‘호안석축’을 쌓았다. 해자 폭은 3.9∼5.1m, 깊이는 최대 1.5m에 달한다. 해자 내부에서는 나막신, 목익(침입을 막고자 세운 나무 말뚝) 등 목제유물과 조선 초부터 후기에 이르는 자기ㆍ도기ㆍ기와 조각 등 다양한 유물들이 출토됐다. 연구원은 “해자가 조선시대 전 기간에 걸쳐 방어시설의 역할을 했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사적 제397호로 지정된 전라병영성은 올해 축성 600년이 됐다. 1417년 당시 병마도 절제사 마천목(1358~1431) 장군이 쌓아 올려 1895년 갑오경장 전까지 육군 총 지휘부로 기능했다. 네덜란드인 하멜이 약 8년간 억류돼 있던 장소이기도 하다. 1999~2008년 발굴조사에서 문 터 4곳과 치성(성벽 바깥으로 덧붙여 쌓은 성) 8개가 확인됐고 2010년 이후 재개된 조사에서는 건물터와 우물, 연못이 발굴됐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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