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정민승 기자

등록 : 2017.04.05 16:18
수정 : 2017.07.04 15:29

[짜오! 베트남] “베트남 금융 투명해져도 금고는 더 팔릴 걸요”

<5>현금시대에서 신용시대로

등록 : 2017.04.05 16:18
수정 : 2017.07.04 15:29

정해갑 건가드 금고제작 대표

정해갑 건가드 금고제작 대표. 미국 수출 물량 단가를 낮추기 위해 17년 전 저렴한 인건비의 노동력을 찾아 베트남에 진출했지만, 베트남 자체가 훌륭한 시장이 되었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현금과 금을 선호하는 베트남 사람들이 집에 쌓아뒀던 돈을 은행에 예치하고, 현금 대신 신용카드를 쓰기 시작하면서 타격이 예상되는 곳 중 하나는 금고시장.

하지만 정해갑(58) 건가드 금고제작 대표는 5일 “그럴 가능성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금고 구매 목적이 당초 현금, 금 등을 직접 보관하기 위한 것이긴 했지만 지난 몇십년 동안 베트남에서 그 기능이 확장됐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분석이다. 정 대표는 “시계, 차용증 등 중요 서류는 물론이고 사진, 편지 등 개인적으로 중요한 것까지 금고에 보관하는 일이 보편적”이라며 “베트남 사람들이 외국인보다 더 큰 금고를 사 가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심리적 안정감은 식지 않는 금고의 인기 비결이다. 정 대표는 “한국인들도 처음에는 작은 사이즈를 선호하지만 여기서 지내면서 추가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며 “재구매 시 90%는 더 큰 사이즈를 찾는다”고 말했다. 인건비가 싸 한국인들은 현지인 청소부를 고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불미스러운 일을 방지하고자 금고를 구입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지인을 집에 고용할 가능성이 많은 외국인 유입이 꾸준한 점도 그가 이 시장을 밝게 보는 이유다.

이와 함께 그는 한국 금고 시장이 금융실명제 이후 성장했고 5만원권 출시 이후 금고 매출이 늘었다는 점을 들어 베트남의 금융이 투명해질수록 금고 수요도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정 대표는 베트남에 진출한 지 올해로 17년째다. 당시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왔지만, 그 사이 베트남 자체가 하나의 훌륭한 시장이 됐다. 진출 초기 생산 물량 70, 80%를 수출했지만, 화재에 견디는 내화기능이 강화된 금고를 개발하면서 현재는 생산 물량 70%를 베트남 현지에서 소화하고 있다. 그는 “집문서에서 시작해 차용증, 사업자 등록증 각종 공증 서류 등 베트남만큼 서류가 많고 복잡한 나라는 없을 것”이라며 “소유, 채권 등 등기가 모두 수기(手記)로 이뤄지는 탓에 원본 보존이 필수인 만큼 금고는 베트남사람들에게 여전히 필수품”이라고 말했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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