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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홍준표 세탁기

입력
2017.04.14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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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는 2009년 이명박(MB) 대통령이 취임 1주년을 맞아 구상한 개각에서 법무부장관 물망에 올랐다. MB로부터 내락을 받을 즈음에 홍준표는 사석에서 “대한민국을 세탁기에 넣고 돌리고 싶다”는 말을 했다. 그러나 이 말이 발목을 잡았다. 장관 인사 결정 직전 MB 측근들이 “법무부장관 시키면 대통령 친인척을 도륙 낼 것”이라고 뜯어말려 수포로 돌아갔다.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법무부장관을 건의하자 MB가“통제가 되겠느냐”고 물어 “각하가 하셔야죠”했더니 “나도 홍준표 통제 못해요”라고 말했다는 얘기도 회자됐다.

▦ 홍 후보가 13일 첫 대선 TV토론회에서 다시 세탁기 발언을 했다가 맹공을 받았다. “모래시계 검사 홍준표가 대한민국을 세탁기에 넣고 확 1년 돌리겠다”고 하자 유승민 바른한국당 후보가 “형사피고인인 본인이 먼저 세탁기에 들어가야 한다”고 핀잔을 줬다. 홍 후보가 “들어갔다 나왔다”고 응수했지만 이번엔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고장 난 세탁기가 아닌가”라며 맞받아쳤다. TV토론을 본 시청자들은 “국민 모두가 빨래라는 거냐”“당신을 돌린 세탁기는 불량”이라는 등의 비난을 쏟아냈다.

▦ 첫 TV토론이 깊이가 떨어져 ‘겉 핥기’에 그쳤지만 형식에서 진일보해 후보들의 토론 실력과 태도를 살피는 데는 다소 도움이 됐다. 각 진영은 자화자찬하지만 유 후보와 심 후보가 상대적으로 돋보였다는 평가가 많다. 유승민은 소신이 뚜렷하고 정책적 쟁점을 분명히 소화한다는 느낌을 줬다.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는 조국 서울대 교수는 “표현력과 전달력에서 유승민 1위”라고 평했다. 심상정도 다른 후보와 정책적 차별화를 꾀하며 존재감을 보였다.

▦ 여론조사에서 2강을 형성한 문ㆍ안 후보는 주요 현안에서 준비된 논리를 암기식으로 반복해 실망을 안겼다. 문 후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이재명’, 유승민 후보를 ‘유시민’으로 부르는 등 말실수를 했고, 안 후보는 ‘유치원 발언’에 공세가 집중되자 표정이 경직되고 입가가 떨리는 모습을 보였다. TV토론에서 서로의 실력을 확인한 양 진영에서 미묘한 움직임이 감지된다. 안 후보의 끝장토론 제안에 무반응이던 문 후보 측에서 “밀릴 게 없다”며 역공에 나서는 분위기다. 홍준표의 세탁기 발언이 양자 토론의 필요성을 더 높여줬다.

이충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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