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인 신년인사회서 경고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한 국가에서 시작된 위기가 다른 국가들로 급속히 번지는 ‘나비 효과’ 가능성을 언급하는 등 안팎의 경제 상황에 대해 강한 경고성 메시지를 던졌다.
이 총재는 5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2015년 범금융인 신년 인사회’에서 신년사를 통해 “우리가 처한 상황을 보면 마냥 희망만 품기엔 불안함을 떨칠 수 없다”며 “국내 경제가 패러다임이 급격히 뒤바뀌는 지각 변동기의 한 복판에 서 있는지 모른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특히 “지금은 많은 전문가들이 세계경제의 장기침체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며 “새로운 일상, 뉴노멀(new normal)이라는 것도 그 동안 겪어보지 못했던 낯선 환경, 즉 저성장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가야 할지도 모른다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금융시장에서의 큰 폭풍 가능성을 경고했다. 이 총재는 “올해 주요국 통화정책방향의 엇갈림이 분명해지면서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한층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며 “국가간 상호연계성이 크게 증대된 상황에서 어느 한 국가의 금융위험이 예기치 못한 상황으로 확산될 수 있으므로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금융기업들의 활발한 금융업 진출에 따른 변화도 예고했다. 이 총재는 "금융권에서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기반으로 한 직거래가 활성화되고 있다"며 이로 인해 금융의 본질이라 할 수 있는 '중개기능'의 효용성이 점차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작금의 상황은 돌이킬 수 없는 큰 흐름"이라며 "진화하는 디지털시대에 슬기롭게 적응하지 못해 중앙무대에서 밀려난 노키아의 사례를 돌아봐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총재는 신년사로 덕담이 아닌 경고성 메시지를 던진 데 대해 “새로운 각오를 다지자는 뜻”이라고 말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도 신년사에서 가계부채 및 부실기업에 대한 리스크 관리를 강조했다. 신 위원장은 “금융산업을 위협하는 리스크 요인에 선제적으로 대비해 금융안정을 반드시 수호해야 한다”며 “가계 빚의 체질 개선과 기업 부실위험의 상시적 관리에 역점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은 "올 한 해 한국 금융이 '자금의 중개'라는 본래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경제활성화의 한 축을 담당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전국은행연합회를 비롯해 금융투자협회, 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 상호저축은행중앙회, 여신금융협회 등 전 금융업종 기관장과 관계자 1,200명이 참석했다.
김진주기자 pearlkim7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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