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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카드모집 부추기는 해묵은 ‘연회비 10% 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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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카드모집 부추기는 해묵은 ‘연회비 10% 룰’

입력
2017.05.30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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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내에서만 경품 허용 불구

모집인, 룰 어기고 현금 등 지급

소비자는 연회비 대납 등 혜택

온라인 모집땐 100%까지 제공

현장선 “실정에 안 맞아” 토로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직장인 정모(30)씨는 공항 라운지 이용과 호텔 무료 식사 등이 제공되는 프리미엄 신용카드를 발급받고 싶었지만 20만원이 넘는 연회비에 가입을 망설여 왔다. 그러나 최근 연회비 전액을 한 달 내 계좌로 이체해준다는 모집인을 알게 돼 결국 카드를 발급받았다. 정씨는 “좀 과한 혜택을 받긴 했지만 모집인도 수당을 받으니 서로 이득 아니냐”고 말했다.

신용카드 불법 모집이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여신전문금융업법 시행령에 따르면 신용카드 모집인은 연회비의 10%를 초과하는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거나 제공할 것을 조건으로 회원을 모집해선 안 된다. 그러나 현실에서 이를 지키는 모집인과 소비자는 찾아보기 힘들다. 비현실적 규정을 고쳐 ‘불법 딱지’를 떼는 게 합리적이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신용카드업계는 지난달 건전한 회원모집 질서를 세우겠다며 정도영업 실천을 위한 자정 결의 대회를 열었다. 우수 모집인으로 선정되면 차별화한 혜택을 부여하는 우수모집인 인증제도도 도입했다. 금융당국과 여신금융협회도 업무협약을 맺고 불법 모집인 단속에 들어갔다.

신용카드 모집인 수 추이
신용카드 모집인 수 추이

그러나 불법 모집은 사라지긴커녕 온라인으로 숨어 들었다. 인터넷에서는 ‘별’(현금을 뜻하는 은어) ‘프로모션’ ‘혜택’ 등의 은어를 써가며 연회비 10%를 초과하는 경제적 이익을 전제로 한 회원 모집이 활개치고 있다.

신용카드 불법 모집이 근절되지 않는 것은 모집인과 소비자간 이해 관계가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다. 모집인들은 회원 한 명을 유치할 때마다 카드사로부터 수당을 받는다. 신규 회원이 3개월 이상 카드를 쓰면 10만원 초반의 수당이 나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회원 입장에서도 조금이라도 혜택을 많이 주는 모집인을 통해 가입하는 게 유리하다.

현장에선 연회비 10% 초과 금지법이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한다. 연회비가 1만원일 경우 1,000원 이하의 혜택만 줄 수 있다는 얘기인데, 볼펜 한 자루 외엔 마땅한 물품도 없다. 전광원 전국신용카드설계사협회장은 “모집인은 손해를 보면서 고객에게 혜택을 주는 건데 이를 범죄로 몰아가니 괴롭다”며 “연회비10%룰을 현실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불법 모집으로 제재를 받은 카드모집인은 380명이다.

이에 대해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연회비 10%룰을 완화하면 혜택을 받기 위해 카드 발급이 남용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카드사가 온라인을 통해 회원을 모집할 때는 연회비의 100%까지 혜택을 제공할 수 있다. 고객이 자발적으로 카드 발급을 신청하는 만큼 불완전판매 우려가 적다는 이유 때문이다. 한 모집인은 “온라인에서는 100%까지 가능한데 오프라인에서 땀 뻘뻘 흘리며 파는 것은 10% 밖에 안 된다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고 토로했다.

보험업계처럼 계약 체결 시 특별 이익을 제공하면 설계사뿐 아니라 이를 수수한 피보험자도 함께 처벌하는 쌍벌제를 도입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보험업계와 카드업계에 다른 잣대가 적용되는 것은 일관성에도 어긋난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정말 해묵은 문제인데도 관련 당사자들이 한자리에 모인 적이 없다”며 “모집인단체, 소비자단체, 금융당국, 카드사 등 당사자들이 함께 새로운 기준에 대해 고민하는 자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연회비 10% 초과 경품을 굳이 불법화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권재희 기자 luden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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