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개혁 비판 글 공감 얻기엔 부족
미디어시리즈 뒷면 배치돼 못 찾아
‘행복리포트’ 한국 사회 엿볼 기회
‘男 기자들의 전 부치기’ 설특집 참신
서비스법 파견법 여야 논쟁만 부각
한국일보의 입장 담은 해설 부족해
제주공항 결항 인천공항 보안 허점
재발 방지 대책도 제시 아쉬움
한국일보 보도와 독자권익 침해 여부를 점검하고 편집 방향을 조언하는 독자권익위원회 2월 회의가 17일 서울 세종대로 한국일보사 18층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이날 회의에는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인 권광중 독자권익위원장을 비롯 독자의원인 최창렬 용인대 교수, 지평님 황소자리출판사 대표, 김남두 스타마크에이전시 부장, 주부 정희수씨, 대학생 변은샘(가톨릭대 영문과), 윤여진(경희대 언론정보학과)씨와 간사 이계성 한국일보 논설실장, 진성훈 편집위원이 참석했다.
윤여진
1일 사드를 한 면 전체 그래픽으로 쉽게 설명한 부분이 돋보였다. 요약하면 레이더의 통제 소프트웨어를 어떻게 운용하느냐에 따라 전진배치 모드, 종말모드 모두 사용 가능하다는 내용이다. 레이더의 방위각을 60도로 설정하면 북한 지역만, 120도로 설정하면 중국 전역까지 탐지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이 설명은 우리 정부가 ‘도입을 검토하는 사드는 종말모드에 한정된다’는 입장에 반대되는 것이기도 하다.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개성공단 임금이 핵과 미사일 개발 비용으로 전용된다고 입장을 12일 밝혔다가 15일 전용 근거가 없다고 유감을 표명했다. 이 사안과 관련 한국일보는 초기에 정부의 입장을 신뢰하는 듯했다가 며칠 뒤 정부를 비판하는 등 다소 일관되지 않는 보도를 해 아쉬웠다. 또 한 가지 10일 우리 정부의 개성공단의 ‘전면중단’ 조치는 헌법에 따른 정책 결정절차를 제대로 따르지 않았다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문제제기가 있었는데, 한국일보를 비롯해 모든 언론이 이 문제를 제대로 다루지 않은 점도 의아하다.
변은샘
급변하는 남북 관계와 한반도 상황에 대해 다양한 입장에서 이야기를 꼼꼼하게 전하고 있어 부족함이 없다고 느꼈다. 하지만 개성공단 폐쇄라는 선택을 한 정부에 대한 비판기사는 있어도, 정부가 취할 수 있는 다른 선택지에 대한 대안이 부족해 아쉬웠다.
노동개혁과 관련해서도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는데, 실제 사례를 들어 이해를 도왔다면 좀 더 현실에서 공감을 자아낼 수 있는 글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이러한 문제들을 이미 겪었던 유럽의 노동시장 등을 모델로 분석을 해 앞으로 개선해나갈 방향을 언급해주었다면 좀 더 깊이 있는 이야기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지금은 미디어 빅뱅시대’ 기획기사가 일곱 번에 걸쳐 나왔는데 흥미 있는 주제였음에도 불구하고 경제 섹션 뒤에 배치되다 보니 뒤편에 놓여 다른 기사에 밀려 찾지 못할 때가 많았다.
최창렬
사드나 개성공단 폐쇄 같은 복잡한 사안에 대해 한국일보가 중심을 잡아줘야 중도지로서의 가치를 드러낼 수 있다. ‘사드’의 경우 그 개념을 우리 국민들이 얼마나 정확히 이해하는지, 정확한 의미도 모르면서 찬성이나 반대를 선택하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든다. 특히 몇몇 종편을 비롯해 일부 미디어가 이런 문제에 대해 편향된 정보를 쏟아내고 있다. 이럴수록 정론을 펴 정확한 지식을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점이 한국일보 독자로 아쉽고 한국사회 시민으로 분노도 느낀다. 사드 배치의 경우 처음에는 찬반이 반반이었다. 그런데 집권당 원내 대표의 발언 이후 몇몇 매체가 앞장 서 편향된 보도를 쏟아내자 여론이 ‘사드를 배치해야 한다’ ‘개성공단 폐지 잘했다’ 로 돌아선 듯하다. 매스컴, 소수 정치 지도자에 의해서 여론이 호도, 왜곡되는 것은 중대한 문제다. 이런 정국에서 균형자 역할을 해야 할 한국일보에 한계가 있었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한국일보도 소외되고 한국사회에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 같아 안타깝다.
17일자 대통령 국회 연설 관련 사설도 미지근한 정도여서 독자의 눈길을 잡기 힘들어 보였다. 살짝 건드리기만 했다. 어떤 면에서는 일부 보수지가 더 비판적 사설을 게재했다. 보수와 진보의 문제가 아니다. 이런 부분들이 모이면 한국일보가 중도를 지향하고 균형 잡힌 시각을 제공함에도 불구하고 점점 더 제대로 가치를 평가받지 못하게 될 것 같다.
지평님
신년기획 중 ‘저성장 시대 행복리포트’가 지난달 26일 끝났다. 특히 25일자에 실린 연관어를 통한 빅데이터 분석은 시선이 갔다.
관련 단어 분석만으로도 행복에 대한 각국의 인식 차이랄까, 의식구조가 극명하게 드러났다. 삶의 철학도 고스란히 보였다. 특히 가족 간 끔찍한 불화와 병리가 연일 뉴스에 오르내리는 상황에서 여전히 우리나라 사람들은 가족관계를 행복의 최우선순위로 두는 상황이야말로 21세기 한국인의 현실과 의식구조 간의 괴리를 선명하게 보여주는 것만 같아 참으로 가슴이 아팠다. 한국일보가 행복에 대한 논의를 1년 내내 키워드로 가지고 나갈 것이라고 했는데 내부에서 좀 더 논의를 심화 확장한다면 한국일보의 품격, 신뢰성이 높아질 것이다.
6일자 ‘남 기자들의 전 부치기’설특집 기획은 1면과 별지로 크게 펼쳤다. 결코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텐데, 기자들이 관찰자 시선에 머물지 않고 직접 취재 대상이 되어 기획물을 생산해내는 적극성이 돋보였다. 올해 국내 언론의 설특집 기획 중 단연 참신한 기사였다.
김남두 위원:
서비스법, 파견법 등 국회에서 여야간 의견이 갈리고 있는 법안들에 대해 한국일보의 입장이 담긴 해설이 부족하다. 여야가 격렬하게 논쟁하고 있다만 부각시키고 그 원인에 대해 두리뭉실 넘어간 것 같다. 1월 23일자 용산참사 7주기 추모행사나 24일 유엔특별보고관의 세월호나 평화의소녀상 방문 및 인권현황 전반에 대한 탐문은 기사가 실렸으나 조사결과에 대한 기사가 없어 아쉬웠다.
1월 26일자 제주공항 기사는 제주도청의 발표와 공항 상황 간의 차이가 잘 드러나 관심이 갔다. 앞으로도 현장성과 사연이 담긴 기사 늘어나기를 바란다.
2월 3일자 ‘view&’ 기획 ‘장밋빛 정부광고 보이는 대로 믿습니까’는 점점 더 정부의 정책홍보광고가 정직하지 않다는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었는데, 제때 나와 반가웠다. 13일자 여자 스피드 스케이팅 500m 경기가 이상화, 장홍, 위징 3파전으로 벌어진다는 스포츠면 기사는 보는 순간 어리둥절했다. 1월 11일자에 이상화 선수 올해 대회에 참가하기 힘들다는 기사가 보도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갑자기 출전한다는 기사를 쓰면서, 빙상연맹과의 문제는 어떻게 해결됐는지 기사를 찾기 힘들다.
정희수
1월 29일자 칼럼 ‘36.5도’에 실린 ‘두 번째 육아휴직’(채지은 기획취재부기자)도 공감됐다. 행복하지 못한 개인은 절대 일에 충실할 수 없다. 저출산이 고민인 시대에 육아휴직을 보는 사회적 분위기 역시 관대해져야 마땅하다는 기사를 줄곧 써댔지만 사실 상비 인력을 둘 여력을 가진 회사가 얼마나 되겠나. 많은 공감을 할 수 있는 칼럼이었다.
제주공항 사태나 인천공항 보안 문제 등 보도의 경우 미리 대비했으면 벌어지지 않았을 일들인데, 재발을 방지할 수 있는 대책을 제시했으면 좋겠다.
권광중
1월 22일자 ‘2심도 전교조는 법외노조… 교육현장 혼란’ 기사에 딸린 시각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법적 지위 변동’에서 ‘효력정지신청 인용’을 ‘합법’이라고 표현했는데, 효력정지신청을 인용한 것은 ‘합법’이라는 취지가 아니다. 법원이 합법과 불법을 놓고 갈팡질팡한다고 독자들이 오해할 소지가 있는 표현이다. 2월 5일자 ‘성추행 이경실 남편 법정구속… 법원 죄질무겁다 징역 10월 선고’ 기사의 제목은 공연히 사실을 적시해서 ‘이경실 씨’의 명예를 훼손한 것으로 볼 소지가 크다. 왜 이 기사에서 ‘이경실’을 언급해야 했는가 궁금해서 조사해 봤더니 그 스스로가 2015년 10월8일 남편 성추행 혐의에 “결백 믿는다”는 보도자료를 낸 것이 있었다. 그렇더라도 제목이 아니라 기사만 적으면 족하지 않았을까.
이계성
독자권익위 출범 취지는 ‘독자들의 권익이 침해 받지 않도록 한다’에 중점을 뒀다. 그와 함께 신문의 품질에 대해서도 지적해 주길 바랐다. 자유스럽게 말하면 좋겠다. 다만 모든 사안을 참과 진, 선과 악의 절대적 기준에 따라 재단하지 않았으면 한다.
각 분야 좋은 지적이 있었다. 중도를 표방하는 한국일보가 사설, 지면에 많은 고민을 한다. 중도지로서 존재감을 드러내는 부분을 많이 고민하겠다. 각계 전문가를 활용하는 방안, 내부 역량을 늘리는 방안 등을 적극 검토하겠다.
진성훈
지난 한달간 잇따라 큰 사건 사고가 쏟아지면서 소소한 내용이 소홀히 다뤄진 점이 있을 것이다. 한국일보가 꾸준히 관심을 가져온 미디어 시리즈, 노동개혁이 상대적으로 소홀히 다뤄졌다. 하지만 신문은 TV보다 이슈를 오래도록 집중해 다룬다. 앞으로 다양한 뉴스가 균형있게 실리도록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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