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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트렌드, NOW] 아일랜드 정부 무료 암검진 오류 파문 확산

입력
2018.05.01 17:56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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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부터 2014년 사이

자궁경부암 208명 ‘가짜 음성’

30일 아일랜드 북동부 던도크에서 열린 ‘아일랜드 시민과의 대화’ 행사에 참석한 리오 버라드커 총리가 자궁경부암 무료 검진 오류 사태와 관련해 정부를 대표해 사과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30일 아일랜드 북동부 던도크에서 열린 ‘아일랜드 시민과의 대화’ 행사에 참석한 리오 버라드커 총리가 자궁경부암 무료 검진 오류 사태와 관련해 정부를 대표해 사과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총 인구가 400만명에 불과한 유럽 북서부 작은 섬나라 아일랜드가 요즘 자궁경부암 진단 관련 스캔들로 떠들썩하다. 2010년부터 2014년 사이 정부가 제공한 무료 검진을 받은 여성 중 208명이 중증 질환이 있는데도 음성 판정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들 중 17명은 이미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아일랜드 정부는 이날 자궁경부암 위음성僞陰性ㆍ가짜 음성) 사례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는 한편 무료 자궁경부암 검진 서비스 관련 공식 안내 전화를 개통했다. 리오 버라드커 아일랜드 총리는 “이번 사태에 분노와 슬픔을 느낀다”며 “피해 대상자 208명과 연락해 오진 결과를 통보하고 보상책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여성암 사망률이 30%로 유럽연합(EU) 평균(23%)보다 높은 아일랜드는 2008년부터 외국인을 포함한 자국 내 25~60세 여성에게 자궁경부암 무료 검진 서비스인 스미어 테스트(smear test)를 제공해 왔다. 25~44세 연령층은 3년에 한 차례, 45~60세는 5년에 한 차례씩 검사를 받게 된다.

이번 오진 사례가 알려진 것은 지난달 25일 말기 자궁경부암 환자 비키 펠란(43)이 재판을 통해 미국의 한 임상병리연구소로부터 250만유로(32억원)의 피해 보상금을 받게 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부터다. 미 텍사스주 오스틴에 있는 이 연구소는 아일랜드로부터 스미어 테스트 샘플을 넘겨 받아 진단하는 외주 기관이다.

펠란은 2011년 스미어 테스트에서 음성 판정을 받고 2014년 검진에서 양성 판정을 받았다. 이후 2011년 검진을 재검토한 결과 이미 뚜렷한 이상 징후가 나타났음을 발견했다.

NYT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4년 사이에 스미어 테스트 음성 진단을 받고도 이후 자궁경부암에 걸린 여성은 약 1,400명으로 대부분은 검사 이후 발병했다. 하지만 2014년에야 이들 중 208명이 위음성 진단 사례인 것으로 판명됐고 당시 46명에게만 통보됐다. 펠란은 지난해 9월에야 잘못된 진단 결과를 알게 됐고 올해 초 시한부 1년을 선고 받았다. 펠란의 변호인은 “펠란이 2011년에 제대로 암 진단을 받았을 경우 완치 확률은 95%였다”고 NYT에 밝혔다.

펠란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존 셰퍼드 박사는 “의학 전문가라면 환자에게 범한 실수를 반드시 고지해야 할 도덕적 책임이 있다”고 아일랜드 매체 RTE에 밝혔다. RTE는 스미어 테스트의 오류 가능성은 이미 10년 전에 연구 외주 확대 우려와 함께 예견됐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자궁경부암 진단 관청에 근무했던 데이비드 기번스 박사는 “아일랜드에 공인된 임상병리연구소가 부족한 데다 비용 절감 차원에서 미국 외주 기관에 맡기는 일이 늘었다”며 “자궁경부암 검진 주기가 3년인 아일랜드의 샘플을 검진 주기 1년인 미국에서 분석하면서 오류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고 RTE에 말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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