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박경우 기자

등록 : 2017.09.14 08:12
수정 : 2017.09.14 09:31

‘부정 청탁’오죽했으면… 무안군 “신고해 버리세요”

등록 : 2017.09.14 08:12
수정 : 2017.09.14 09:31

외부 인사 “단속 무마” 부탁 잇따르자

군수권한대행 이례적 특별 지시

주민 신고 꿈쩍도 않던 직원들

뒤늦게 단속 나서 업체 적발 비난

“외부 청탁이 들어오면 사법기관에 신고하세요.” 지난달 말 박준수 전남 무안군수 권한대행은 건축개발 등 인허가 부서 담당 직원들에게 이 같은‘특별지시’를 내렸다.

관내 한 고령토채굴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불법 행위를 눈 감아달라는 지역 정치권 등 외부 인사들의 청탁성 민원이 끊이지 않아 공무원들이 힘들어 한다는 얘기를 들은 직후였다. 박 권한대행은 이달 초 주간업무회의 석상에서도 “나에게까지 부정 청탁이 들어오면 가만히 있지 않고 신고하겠다”며 “직원들도 흔들리지 말고 원칙과 소신을 갖고 일을 하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처럼 박 권한대행이 토사채취를 둘러싸고 공무원들에게 이례적으로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을 준수하라고 지시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군의 허술한 관리ㆍ감독 등이 도마에 올랐다.

외부 인사들의 단속무마 청탁이 끊이지 않는 곳은 무안군 해제면 천장리 일대(2만2,437㎡)에 조성된 고령토 채취 및 공작물 설치(선별 파쇄장) 개발 현장. 군은 2015년 3월 전북지역 골재채취업체인 A사에게 채굴허가를 내줬다. 군은 당시 올해 11월까지 고령토만 채취할 수 있도록 허가해 줬지만, A사는 고령토뿐만 아니라 육상모래 등 골재에도 눈독을 들였다.

실제 A사는 지난해 초부터 당국의 눈을 피해가며 골재를 불법 채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근 주민들은 “A사가 엄청난 양의 모래를 파갔는데도, 군은 이를 묵인했다”고 비난했다.

한 주민은 “고령토채취 현장에서 나온 모래는 규격과 용도가 건축용으로는 적합하지 않아 건축물 공사장으로 반입돼 사용될 경우 사고 위험도 있다”며 “평상시에도 모래를 실어 나르는 25톤짜리 트럭 여러 대가 수십 번씩 현장을 들락거렸다”고 말했다.

A사의 채굴현장 주변 주민들 사이에선 “A사의 불법 골재 채취를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고 할 정도로 A사의 불법 행위 소문이 파다했지만 군은 어쩐 일인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한 직원은 “채굴 현장을 먼 발치에서 봤는데, 불법이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황당한 답변을 늘어놔 비난을 샀다.

그러던 군이 A사의 불법 골재 채취에 반응하기 시작한 것은 김철주 군수가 4월 뇌물수수 등 혐의로 구속된 이후부터였다. 김 군수 이후 몇 달 뒤인 6, 7월쯤부터 외부 인사들이 “A사의 불법 행위를 눈 감아달라”, “단속을 하지 말아 달라”는 취지의 청탁이 줄을 이었고, 담당 공무원들은 골머리를 앓아야 했다. 실제 공무원 B씨는 “A사의 불법 골재 채취 내용이 언론에 보도되면, 지역 토호세력들의 부정청탁 사실을 사법기관에 말할 수도 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그간 “단속해달라”는 주민들의 볼멘 소리엔 애써 귀를 닫던 행정당국이 힘 있는 외부 인사들의 부정 청탁엔 꿈틀댄 셈이다.

결국 참다 못한 주민들은 불법 골재 채취 현장을 신고했고, 뒤늦게 현장 단속을 나간 군은 파쇄기에 모래가 쌓여 있는 사실 확인하고 5일 A사를 경찰에 고발했다. 군의 한 관계자는 “인허가 담당직원들이 외부인사들의 부정 청탁에 시달려 군수권한대행에게까지 관련 사실을 털어놓았다”며 “공직자들은 윤리와 직무 원칙대로 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경우 기자 gw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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