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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은 제외” 사우디 국제 체스대회 ‘빈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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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은 제외” 사우디 국제 체스대회 ‘빈축’

입력
2017.12.27 16:02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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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 이유로 선수 비자발급 거부

55개국 참가… “스포츠 정신 훼손”

전세계 55개국 출신 체스 기사들이 26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살만 국왕배 세계 체스 속기·초속기 선수권 대회'에 참가해 실력을 겨루고 있다. AFP 연합뉴스
전세계 55개국 출신 체스 기사들이 26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살만 국왕배 세계 체스 속기·초속기 선수권 대회'에 참가해 실력을 겨루고 있다. AFP 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 왕실이 자국의 개방ㆍ변화를 보여주기 위해 처음 개최한 세계 체스 선수권대회가 국가 간 갈등으로 얼룩졌다. 사우디가 숙적인 이스라엘 선수단이 대회에 참가할 수 없도록 비자 발급을 거부함에 따라 외교 갈등에 스포츠 정신을 희생시켰다는 빈축만 샀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26일(현지시간)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서 세계 체스 선수권대회가 이스라엘 선수단이 불참한 가운데 개막했다. 닷새간 열리는 이번 대회의 공식 명칭은 ‘살만 국왕 배 세계 체스 속기ㆍ초속기 선수권 대회’로 세계 55개국 선수단이 참가한다. 애초 이스라엘의 체스 기사 7명도 참여를 희망했으나 사우디 당국이 입국 비자를 발급해주지 않아 사실상 강제 불참했다. 파티마 바에셴 주미 사우디 대사는 이날 성명을 통해 “사우디 왕실은 모든 시민의 (대회) 참여를 허용했다”며 “단지 우리가 역사적으로 외교 관계를 맺지 않은 특정 국가를 예외로 하고 있고 기존 정책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발 빠른 해명에도 불구하고 사우디 정부가 이번 결정으로 인한 불명예에서 벗어나긴 어려워 보인다. 양국의 오랜 적대 관계나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촉발한 ‘예루살렘 사태’를 고려하더라도 화합의 장이 돼야 할 스포츠 대회에 정치적 이해관계를 끌어들인 것은 부당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스라엘과 마찬가지로 사우디와 단교 상태인 이란, 카타르 선수단은 대회 직전인 24일 입국을 허가받아 공식 해명의 합리성마저 의심받고 있다. 이에 세계체스연맹(FIDE)의 게오르기오스 마크로풀로스 부회장은 사우디 스포츠 당국 고위 관계자들이 참석한 개막식에서 “사우디에서 모든 스포츠를 위한 새 시대가 열렸다”며 “스포츠는 평화와 우정을 증진시켜야 하며 이번 행사에 모두 환영 받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측은 이번 결정에 경제적 보상까지 요구하며 반발하고 있다. 이스라엘 체스 연맹의 리오 아이젠버그 대변인은 NYT와 인터뷰에서 “정치와 나라 간 관계는 챔피언십 같은 국제 행사의 일부가 돼선 안 된다”며 “사우디의 비자 거부는 FIDE 규정을 위반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스라엘 선수단 대표인 츠비카 발카이도 이날 FIDE에 공개서한을 보내 대회 불참에 대한 배상금을 요구, 사우디와 내년 같은 대회를 개최하기로 한 계약을 해지하라고 촉구했다. 이번 대회의 우승 상금은 최신 대회의 3.5배에 가까운 200만달러(약 21억4,700만원)로 알려졌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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