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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건강보험 비급여, 알아야 잡힌다

입력
2017.08.16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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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장제도는 국민건강 유지ㆍ회복에 들어가는 ‘돈의 부담’을 줄여주는 제도다. 건강보험은 평소 공적 기금에 보험료를 모았다가 질병이 발생하면 내준다. 전자는 ‘건보료 부과체계’, 후자는 ‘보험 급여체계’와 각각 관련돼 있다.

한국 건강보험은 1989년 전국민을 대상으로 보편적 의료부조(Universal Health Care)의 틀을 갖추었고, 이를 통해 국민의 의료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높였다. 그래서 미국 대통령이 부러워하고,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에서 참고하겠다고 찾아온다. 하지만, 각론으로 들어가면 문제점도 많고 고쳐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가장 큰 문제로 여겨졌던 ‘건보료 부과체계’는 부분적으로나마 개혁의 방향성이 잡혀서 내년 7월부터 개선된 방식이 적용된다. 다음 개혁 대상은 ‘보험 급여체계’다. 건강보험이 얼마나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줄여줄 것인가. 어느 항목을 보험급여의 대상으로 할 것이며, 환자본인부담은 어느 정도가 적당한가. 이는 단순히 건보공단의 지출 수준을 결정하는 차원을 넘어선다. 국민의 의료 이용권과 관계된다.

어떤 치료 항목이 보험급여의 대상에서 제외되어 있을 때 이를 ‘비급여’라고 부른다. 이는 복합적 의미를 가진다. 첫째, 보험급여항목과는 달리 ‘비급여’는 가격의 결정을 시장에 맡긴다. 하지만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해서, 투입 비용에 비해서 높은 가격이 매겨지는 것이 보통이다. 환자의 정보에 비해 의료서비스 제공자의 정보가 절대적 우위에 있기 때문이다. 둘째, 비급여 비용은 환자가 전부 부담한다. 환자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셋째, 비급여는 필요 이상으로 소비될 가능성이 높다. 의료기관의 경제적 이득이 되는 만큼 의사에게는 과다 권유의 유인이 있고, 환자의 결정권은 크지 않기 때문이다. 넷째, 비급여는 서비스의 질을 감독하기 어렵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서비스 내용이 제출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상은 대체로 비급여의 단점과 관련된 특성이다. 그런데도 건보에서 비급여가 유지되는 이유가 있다. 우선, 비급여는 건강보험공단의 지출을 줄여준다. 필요성은 인정되나 재정 부담이 커서 비급여로 분류된 경우가 그 예다. 다음으로, 비급여는 환자에게 선택의 여지와 유연성을 준다. 획일성을 넘어, 제도의 반응성을 높일 수 있다.

어쨌든 비급여는 장점보다 단점이 많아서 해결 대상으로 인식돼 왔다. 이를 줄이고자 하는 노력으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이 참여정부 시절인 2005년부터 시작됐다. 하지만 비급여는 의료기관의 주된 수입원으로 활용되고 있어, 이를 줄이는 데는 의료기관의 저항이 따른다. 더욱이 실손보험의 무책임한 상품 확장이 상승작용을 일으켜 문제를 키워왔다. 이번에 대통령이 문제 해결에 직접 나선 것은 기존의 접근으로는 이 문제의 해결이 쉽지 않음을 역설적으로 말해준다.

보수ㆍ진보 구분 없이 모든 정권이 보장성 강화를 건보 개혁의 제1 과제로 삼아왔다. 하지만 건강보험보장률은 2005년 64%에서 2015년 63%로 되레 후퇴했다. ‘비급여’ 관리에 실패해서다. 4대 중증질환 위주의 정책은 건강보장 우선순위 왜곡을 가져왔다. ‘재난적 의료비 지원제도’도 4대 중증에 한정됐다. 어렵게 시작된 비급여 진료비 공개도 아직 제한적이다.

대통령이 나서서 해결하겠다고 하니 일단 기대가 된다. 예비급여의 도입과 3대 비급여 해소를 통해 기존 비급여를 없애고, 신포괄수가제를 민간의료기관에 퍼뜨려 새로운 비급여 발생을 차단하겠다고 한다. 또 저소득층의 본인부담 상한기준을 대폭 낮추겠다고 한다.

이런 대책이 실효성을 가지려면 비급여서비스의 전모가 파악돼야 한다. 실손보험에서 다루는 비급여를 공보험에서도 알고 있어야 한다. 의료행위라면 급여ㆍ비급여 모두를 꿰뚫어야 의료 적정화를 기할 수 있다. 참여정부가 시작한 일을 문재인 정부가 해결의 가닥을 잡을지 두고 볼 일이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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