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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주한미군 철수’ 카드로 통상협상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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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주한미군 철수’ 카드로 통상협상 압박

입력
2018.03.15 17:05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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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당 행사서 “동맹은 자신들만 생각”

북미정상회담서 협상 카드 활용할 수도

한국, FTA 개정ㆍ방위비 분담금 협상 부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 로스앤젤레스 국제공항에서 미국 대통령 전용 헬리콥터 ‘마린 원’을 떠나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로 향하는 전용 항공기 ‘에어포스 원’으로 향하던 도중 엄지를 치켜들고 있다. 로스앤젤레스=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 로스앤젤레스 국제공항에서 미국 대통령 전용 헬리콥터 ‘마린 원’을 떠나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로 향하는 전용 항공기 ‘에어포스 원’으로 향하던 도중 엄지를 치켜들고 있다. 로스앤젤레스=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공화당 정치 행사에서 한국에 대한 무역적자 문제를 다루며 주한 미군을 협상카드로 거론했다. 5월 북미 정상회담에서 북한과의 대타협을 노리는 그가 북미 정상회담마저 한국과의 통상협상에서 우위를 차지하는 지렛대로 이용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북미 정상회담이 한국 바람과 달리 한반도에서 ‘미국 우선주의’를 관철하는 통로로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14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에서 진행된 공화당 선거 모금 행사에서 미국의 대(對) 한국 무역 적자를 언급하면서 주한미군을 거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그들(한국)에 상당한 무역 적자를 안고 있음에도 그들을 보호해 주고 있다. 우리는 무역에서 돈을 잃고, 군사에서 돈을 잃는다. 북한과 한국의 군사분계선에는 우리(미국) 병사 3만2,000명이 있다.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보자. 동맹은 자신들만 생각하지 우리를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 주장과 달리 2017년 기준 한국 내 미군 병력은 2만4,000여명이다.

트럼프 대통령 발언은 초청자만 참석할 수 있는 비공개 행사에서 지나가듯 한 발언이지만 워싱턴포스트는 “한미 통상협상에서 긍정적 결과를 얻지 못하면 한국에 주한미군 철수 위협을 가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1월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도 한반도 외교 문제를 언급하던 도중 갑작스레 한국과의 무역적자 수치를 언급했다. 당시에도 남북대화에서 한국이 문재인 정부가 원하는 긍정 신호를 보내는 것을 지렛대로 한미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이나 무역문제에서 실리를 챙길 의도를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왔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의 토머스 라이트 연구원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14일 발언을 인용해 “트럼프가 북한을 상대로 미군 철수라는 유화정책을 쓸 기반 쌓기에 들어갔다”고 주장했다. 트위터 캡처
미국 브루킹스연구소의 토머스 라이트 연구원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14일 발언을 인용해 “트럼프가 북한을 상대로 미군 철수라는 유화정책을 쓸 기반 쌓기에 들어갔다”고 주장했다. 트위터 캡처

일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5월 북미 정상회담에서 ‘주한미군 철수’까지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세계 순위 1위 싱크탱크인 미국 브루킹스연구소의 토머스 라이트 수석연구원은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를 대가로 주한미군 철수 요구하면, 협상가로서의 자아가 지나치게 강한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수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주장은 지난 9일 미국 잡지 ‘애틀랜틱’에 실렸다.

북한은 과거부터 핵개발 포기 대가로 ‘미국의 적대정책 중단’을 요구해 왔는데 이 가운데는 당연히 주한미군 철수도 포함된다. ‘최고의 협상가’를 자처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상, 북한과의 대화에서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을 열어 놓으면서 한미동맹을 흔들 수 있다는 것이다. 라이트 연구원은 워싱턴포스트가 보도한 발언에도 밑줄을 그으며 “트럼프가 북한을 상대로 미군 철수라는 유화정책을 쓸 기반 쌓기에 들어갔다”고 주장했다.

물론 아직은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 철수를 결행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등 ‘트럼프의 장군들’이 반대할 것이 확실하다. 트럼프 정부 내 ‘미국 우선주의’의 대표주자였던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도 지난해 8월 언론 인터뷰에서 주한미군 철수 카드를 거론했다가 자진 사퇴한 바 있다.

그러나 11월 중간 선거를 앞두고 북미정상회담 외에 중국 등을 상대로 한 무역전쟁에서도 성과를 내야 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언급하는 것만으로도 한국은 큰 부담을 안게 생겼다. 10차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나 한미FTA 개정 협상 등에서 한국을 위해 북미 정상회담까지 해줬다는 명분을 내세운 미국의 파상공세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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