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전혼잎 기자

등록 : 2017.07.16 19:00
수정 : 2017.07.17 14:10

문재인표 소득주도 성장, 논란 속 첫발

내년도 최저임금 7530원 결정

등록 : 2017.07.16 19:00
수정 : 2017.07.17 14:10

17년 만에 16.4% 최대폭 인상

문 대통령 1만원 공약도 가시권

영세업체 가파른 부담 상승 등

경제적 파장에 기대ㆍ우려 교차

15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이 확정돼 근로자 측 위원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세종=연합뉴스

16일 오전 국회 더불어민주당 당대표회의실에서 열린 최저임금 대책관련 긴급 당정협의에서 김태년 정책위의장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악수를 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inliner@hankookilbo.com

내년도 시간 당 최저임금이 7,530원으로 결정되면서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이 본격적인 첫 삽을 떴다.

2001년 이후 17년 만에 최대 인상폭(16.4%)으로 7,000원을 조금 웃돌지 않겠느냐는 당초 예상을 크게 뛰어넘은 결과다. 이로써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문 대통령의 공약도 가시권에 진입했다. 하지만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은 영세업체의 부담 상승 등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 과속 논란이 쉽게 수그러들지는 않을 전망이다.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는 1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새벽까지 이어진 11차 전원회의에서 노동자위원(7,530원)과 사용자위원(7,300원) 측이 각각 제출한 최종 수정안에 대한 표결 끝에 15대 12로 내년 최저임금을 7,530원으로 결정했다. 앞서 노동자위원 측은 올해 대비 54.6% 인상한 1만원을, 사용자위원 측은 2.4% 오른 6,625원을 제시했으나 공익위원들이 중재를 거듭한 끝에 이 같은 최종안이 나왔다. 애초 올해 역시 노사합의가 불발되면서 공익위원이 임금을 결정하는 상황이 재연될 것이란 전망이 있었지만, 이날 표결에는 2009년 이후 처음으로 노동자위원 9명, 사용자위원 9명, 공익위원 9명이 모두 참여했다. 결과를 보면 캐스팅보트를 쥔 공익위원 중 6명이 노동계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최저임금/2017-07-16(한국일보)

공익위원들이 이례적으로 노동계의 편을 든 배경에는 ‘최저임금 1만원’을 공약한 노동친화적 정부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평가다. 공약 이행을 위해서는 최소 연평균 15.7%의 최저임금 인상이 필요한 만큼 정부는 앞서 ‘올해 최소 두 자릿수 인상이 돼야 한다’고 공공연히 밝혀왔다. 이에 최임위가 ‘거꾸로 기울어진 운동장’이 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지난해엔 노동자위원들이 "공익위원들이 사용자측에 치우쳤다"며 협상장을 박차고 나간 반면, 반대로 올해는 사용자위원들이 '공익위원들이 노동계 편을 들고 있다'고 반발하기도 했다. 김문식 한국주유소협회 회장을 비롯한 중소기업ㆍ소상공인 사용자위원 4명은 이날 “최임위가 정권의 거수기로 전락했다”면서 사퇴를 선언했다. 최저임금 인상이 미칠 경제적 여파에 대해서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정부와 여당은 최저임금의 과감한 인상으로 가계의 소득이 증대되면 소비 증가 →내수 활성화 →일자리 증가 →경제 성장의 선순환이 가능하다는 기대를 내놓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저소득층의 소비 여력이 너무 낮다 보니 내수가 살아날 기미가 안 보이는 상황에서 최저임금 인상이 경제에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도 “일부 대기업에서조차 최저임금을 지급하고 있는 만큼 최저임금 인상은 그 어느 나라보다 내수 활성화 촉진에 효과가 높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실제 최저임금 인상은 세계적 추세이기도 하다. 이미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기 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해 미국, 일본, 독일 등에서 비슷한 정책을 썼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연방 최저임금을 7.25달러에서 10.1달러까지 올리려다 야당의 반대로 실패했으나, 올해 미국 19개 주가 최저임금을 인상했고 뉴욕 등 3개 중에서는 최고 11달러까지 올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역시 대선 후보 시절 최저임금 인상을 공약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최저임금 3% 인상’을 틈날 때 마다 당부하고 있고, 독일은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2015년 전국 단위의 최저임금제를 도입했다.

하지만 영세업자 등이 충격을 제대로 흡수할 수 있을 지가 관건이다. 정부가 이날 당장 관계부처 합동으로 최저임금 평균 인상률(7.4%)을 넘어서는 부분에 대해 정부가 3조원 가량의 재정을 투입해 직접 지원하는 내용의 ‘소상공인ㆍ영세중소기업 지원대책’을 내놓은 것도 이 때문이다. 사실상 월급 일부를 정부가 지원해주겠다는 것인데, 제한된 나라 곳간 사정을 감안할 때 일시 미봉책은 될지언정 지속 가능성은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동원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정부의 지원대책은 한시적일 뿐 국민의 세금으로 계속 지원을 할 수는 없다”며 “최저임금이 오르면서 아파트 경비원, 청소원 등에 대한 고용이 줄어들면서 오히려 내수를 위축시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주휴수당을 주지 않거나 실제 쉴 수도 없는 명목상 휴게시간을 늘리는 등 최저임금을 제대로 주지 않으려는 각종 편법 역시 더 늘어날 소지가 있다는 점도 경계해야 할 대목이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 못지않게 현장에서 제대로 여러 가지 꼼수 없이 이행되도록 하는 사후적인 이행 장치 마련에 정부가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국일보 페이스북

한국일보 트위터

한국일보닷컴 전체기사 RSS

RSS

한국일보닷컴 모바일 앱 다운받기

앱스토어구글스토어

한국일보닷컴 서비스 전체보기

Go

뉴스 NOW

이전

  • 종합
  • 정치
  • 사회
  • 경제
  • 국제
  • 문화
  • 연예
  • 라이프
  • 스포츠

다음

오늘의 사진

많이 본 뉴스

  • 1
  •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