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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용출 칼럼] 북한 정권의 표류와 남북대화

입력
2015.07.19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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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간 대화는 지난 2008년 이후 사실상 중단 된 상태다. 이는 어느 모로 보나 비정상적이다. 이전 정권에서 시작된 이런 상황은 현 정권이 내세운 한반도신뢰프로세스 등 적극적 구호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큰 변화가 없다. 이런 상황의 지속은 남한은 물론 한반도 전체에 이익이 되지 않는다. 남한의 능동적 전략을 통해 이제 이런 상황을 끝낼 때가 되었다.

그 가장 큰 이유는 6자회담의 한계다. 부분적 성취에도 불구하고 6자회담은 그 원래 목표인 북한 비핵화에 실패했다. 북한과 직접 접촉을 꺼려한 미국이 고안한 다자회담 형태는 구성원 간 상이한 입장과 북한의 조작으로 인해 많은 시간을 소비하여 “회의 피곤증”에 빠졌다.

6자회담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북한의 핵무기 개발은 계속되어 회담이 중단된 2008년 전후 북한의 핵무기 숫자를 세는 단계에 이르렀다. 비핵화를 목표로 한 6자회담은 결국 북한의 핵 개발이 확대되는 핵 딜레마를 초래했다. 회담이 중단된 이후 관련 당사국들은 북한의 비핵화가 전제되지 않는 한 대화나 접촉은 불가능하다는 입장들을 취해 왔다. 이 기간에도 북한은 핵실험, 미사일 발사를 번갈아 시행했다. 한 마디로 지난 수 년 동안 북핵 문제의 해결은 개선되기보다 악화되면서 표류하고 있다.

6자회담이 초래한 핵 딜레마는 북한에게 큰 도전이었다. 김정일의 전략은 핵협상을 통해 국내 개혁을 위한 국제적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었다. 즉 핵협상으로 조성된 국제적 환경을 이용하여 국내체제 변화를 꾀하려했다. 그러나 핵협상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북한의 내부 개혁은 지연되면서 국내 경제 상황은 더욱 악화되어 갔다. 국제적 여건과 국내 사정의 동시적 악화는 북한 정권의 전략 방향을 어렵게 하고 급기야는 정권 표류 현상을 초래했다.

정권의 표류는 능동적인 정책의 수립을 통한 정권의 “생존”이 아니라 정치적 위험 부담으로 인해 과감한 변화를 시도하지 못하고 사회와 암묵적 타협을 통해 정권이 단순히 “존재” 해 나가는 현상이다. 북한 정권이 공식적 비공식적으로 묵인하는 소위 종합시장이나 장마당이라는 것도 정권 표류의 결과일 뿐 장기적 비전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결국 북한은 지난한 핵무기 협상의 실패로 개혁과 변화의 모멘텀을 잃은 것이다.

핵무기를 가진 표류 정권은 방향성을 잃어 대내외 행위를 예측하기 어려운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체제 불안정성으로 핵무기에 대한 집착은 높아지면서도 핵무기 협상과 체제 개혁을 어떻게 연계할 것인가에 대한 확실한 전략이 수립이 어렵게 된다. 표류하는 정권의 핵무기에 대한 집착을 고려할 때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알레르기적 반응을 이해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의 선택은 제한되어 있다. 장기적 표류는 결국 체제의 붕괴를 초래한다는 것은 소련의 사례가 잘 보여주고 있다. 북한 정권은 표류가 붕괴로 이어지지 않기 위해서 어떤 형태이든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 북한이 자체적 힘으로 체제개혁에 한계가 있다면 남한을 포함한 외부와의 대화가 필수적이다. 다만 북한은 핵무기와 핵 프로그램을 이전 보다 더욱 강하게 체제 변화를 위한 지렛대로 사용하려 할 것이다. 이러한 북한의 성향은 대화를 거부하는 것처럼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북한도 그리 많은 시간을 허비할 처지가 아니다.

이 시점에서 남한이 주도적으로 남북대화에 나서야 한다. 남한은 단순히 6자회담의 일원으로 남아 북한 및 한반도 사태의 불안정을 좌시할 수 없다. 북한의 표류가 붕괴로 나타나던 개혁으로 변화를 꾀하던 이 과정에서 남한의 목표는 한반도 전체에 대한 외부 세력의 영향력을 최소화 하는 데 주어져야 한다.

실효성 없는 6자회담 구도를 고집하기 보다는 북한의 비핵화와 북한의 체제 변화를 연계하는 장기적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이 과정은 지난 10여 년간의 6자회담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지난한 과정이 될 것이다. 남북대화를 통해 남한이 이니셔티브와 비전을 가지고 북한은 물론 미국 등 주변국을 설득해야 한다. 이제 시간 벌기의 전략 아닌 전략에서 벗어나 북한과의 대화를 통한 돌파구를 남한이 마련할 때다

하용출 미국 워싱턴대 잭슨스쿨 한국학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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