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폭스바겐 자동차그룹이 2009년 이후 6년간 자동차 배기가스 배출량을 조작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빈테르코른 회장이 사임하는 등 후폭풍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배출량 조작 엔진을 장착한 차량은 무려 1,100만대에 이르는 것으로 밝혀졌다. 폭스바겐의 사기극으로 기술강국 독일에 대한 신뢰도까지 떨어지고 있다. 메르켈 독일 총리가 나서서 “폭스바겐이 완전한 투명성을 보여주고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게 열쇠”라고 말할 정도로 다급한 상황이다.
사태가 불거진 18일 이후 폭스바겐 주가는 올해 3월 고점과 비교해 50% 이상 추락, 시가총액 80조원이 사라졌다. 또 미국에서만 180억 달러(21조원)의 벌금을 물어야 할 처지가 됐고 줄소송까지 예고돼 있다. 또 우리 정부를 비롯한 각국이 배출가스 테스트 조작사건에 대한 정밀조사 방침을 밝혀 최종적인 벌금액수는 천문학적으로 불어날 가능성이 있다. 회사의 존립 자체가 위험해진 것이다.
폭스바겐의 죄질은 매우 불량하다. 골프, 제타, 파사트, 비틀, 아우디A3 등 주요 중소형 생산차량의 배기가스 배출량을 전면 조작한 것이다. 폭스바겐은 차량 승인검사 시에는 배출가스저감장치가 정상 작동하고, 실제 도로주행 때는 이 장치가 꺼지도록 소프트웨어를 설치했다. 이에 따라 도로주행 시 기준치보다 무려 40배나 많은 오염물질이 배출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폭스바겐이 내걸었던 ‘클린 디젤’의 실체가 사실은 사기였던 것이다. 그런데도 빈테르코른 회장은 “사임은 회사를 위한 것이지만, 나로서는 어떠한 부정행위에 대해서도 알지 못했다”는 변명으로 소비자들의 분노를 키웠다.
사실 자동차 배출가스량 조작은 수십 년 된 관행으로 자동차 업계 전반에 널리 퍼져 있다는 점에서 더 심각하다. 폭스바겐 사태로 반사이익을 보게 될 주요 자동차업체의 주가가 동반하락한 것이 이를 반증한다. 다른 자동차업체로 번질 우려 때문이다. 한편으로 폭스바겐 사태는 유럽업계가 주도해온 디젤 엔진의 친환경성에 대해서도 근본적인 의문을 던지고 있다. 세계자동차 시장에서 디젤차 비중은 53.2%(2014년 기준)에 달한다. 한국 시장도 디젤차 비중이 올 상반기 43.4%까지 올라갔다. 문제의 폭스바겐 차량은 우리나라에서도 15만대가 팔렸다.
우리 자동차업계도 이번 사태를 계기로 디젤엔진 기술에 문제가 없는지, 혹은 눈가림으로 성능을 과장한 시도는 없었는지 등을 다시 한 번 점검해야 할 것이다. 소비자의 신뢰를 기만하는 기업은 결국 시장에서 퇴출당한다는 것이 이번 폭스바겐 사태의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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