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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셸 마르소

입력
2017.03.21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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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할 오늘] 3.22

현대 마임의 거장 마르셸 마르소가 1923년 3월 22일 태어났다. en.wikipedia.com
현대 마임의 거장 마르셸 마르소가 1923년 3월 22일 태어났다. en.wikipedia.com

프랑스 리모주(Limoges)에서 코셔(kosher) 정육점을 운영하던 유대인 아버지는 1944년 나치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살해됐다. 21세 청년 마르셸 멩겔(Marcel Mangel)이 아버지의 성 대신 프랑스혁명 영웅 프랑수아 세비앙 마르소-드그라비에(Francois Severin Marceau-Desgraviers)의 성으로 개명, 마르셸 마르소(Marcel Marceau)가 된 게 그 무렵이었다.

그는 레지스탕스였다. 나치와 비시정부 치하에 숨어 살던 유대인들, 특히 어린이들을 스위스와 연합국 진영으로 도피시키는 게 그의 임무였다. 게슈타포의 감시를 피해 자동차로, 때로는 어둠을 틈타 걸리기도 하면서 아이들을 무리 지어 인솔하는 건 위험천만한 일이었다. 침묵의 손짓 발짓 몸짓이 더 유효했을 것이다. 아이들의 두려움과 슬픔을 눅이고 용기를 북돋우기도 해야 했을 것이고, 무엇보다 먼저 부모와 떨어져야 했을 그들의 신뢰를 얻어야 했을 것이다. 그건 말보다는 표정, 몸짓으로 전해지는 진솔한 기운 같은 것이어야 했을 것이다. 18세기의 마르소가 쥐었던 총과 지휘봉 대신 청년 마르소는 그렇게, 마임(mime, 무언극)을 선택했다.

그는 생사를 건 저 레지스탕스 활동기부터 이미 마임의 거장이었을 것이다. 5살 무렵 어머니와 함께 찰리 채플린의 영화를 본 뒤부터 마임에 관심을 쏟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는 영어와 독일어에도 능통했다. 전후에는 프랑스 육군에 입대, 패튼 부대의 연락장교로 일했다.

마르셸 마르소는 45년 해방된 파리의 사라 베르나르(Sarah Bernhardt) 극장 샤를 뒬렝(Charles Duyllin) 드라마학교에 등록해 본격적인 연기 수업을 시작했고, 47년 그의 평생 아바타가 된 ‘어릿광대 빕(Bip the Clown)’으로서 첫 무대에 섰다.

긴 마임의 역사에서 마르소는 현대 마임을 대중화하고 새로운 문법을 정립한 배우로 불린다. 그는 감정과 행위, 공간과 시간을 드러내 보여주는, 함축적이고도 상징적인 몸짓들로, 때로는 말이나 글보다 더 섬세하고 웅장하게 인간과 세계를 구현했다는 평을 듣는다. 수다한 말이 침묵으로 끝난 뒤에, 그 침묵과 더불어 시작되는 게 마임이라고 그는 말했다. 하지만 마임은 말과 말 사이, 소통의 처음서부터 시작된다고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가 무대에 등장하는 순간부터 그의 마임은 시작되곤 했다. 마르셸 마르소는 1923년 3월 22일 태어나 2007년 9월 22일 별세했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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