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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칼럼] 야생동물 사육 제한, 개인의 권리 침해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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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칼럼] 야생동물 사육 제한, 개인의 권리 침해일까

입력
2017.12.27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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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외모로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미어캣. 위키피디아
귀여운 외모로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미어캣. 위키피디아

뱀, 거북, 도마뱀같은 파충류에서 미어캣, 라쿤, 북극여우같은 야생 포유류까지 희귀동물을 기르는 이들이 늘고 있다. 그러나 관련규정은 미비해 멸종위기종 동물 불법거래, 동물 유기 등에 대한 문제는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지난 11월 27일 이석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사람의 생명이나 신체에 위해를 가할 수 있는 동물을 ‘반려주의동물’로 지정하고, 동물의 사육 관리 및 수입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최근 반려동물로 기르는 동물 종의 범위가 넓어짐에 따라 혹시 모를 안전사고를 방지하겠다는 의도다. 개정안에 따르면 반려주의동물로 지정된 동물을 구입·양도·분양하려는 사람은 사육 관리에 대한 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인정하는 부득이한 경우에는 수입을 제한하거나 금지할 수 있다.

현행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의하면 국제적 멸종위기종 포유류와 조류는 개인이 사육할 수 없다. 그러나 멸종위기종에 속하지 않는 종의 경우 개인의 사육과 거래에 대한 규정이 따로 없어 법적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심지어 사막여우같은 국제적 멸종위기종도 인터넷에서 버젓이 거래되고 있는데도 제대로 된 규제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최근 코아티가 은여우에게 물려죽는 사고가 발생한 동물카페에서 전시하던 사막여우. 사막여우는 개인 소유가 금지된 국제적 멸종위기종이지만 공공연히 거래되고 있다. 어웨어 제공
최근 코아티가 은여우에게 물려죽는 사고가 발생한 동물카페에서 전시하던 사막여우. 사막여우는 개인 소유가 금지된 국제적 멸종위기종이지만 공공연히 거래되고 있다. 어웨어 제공

공중보건과 생태계 보전이 우선

개정안은 안전사고 방지를 입법 취지로 밝히고 있지만, 충분한 정보 없이 개인이 야생동물을 사육할 경우 동물에게도 악영향을 미친다. 사육시설이 갖추어지지 않은 가정이나 동물카페같은 영업장에서 야생동물을 사육하게 되면 생태적 습성에 적합하지 않은 환경과 영양공급, 감금 스트레스 등으로 동물이 고통 받을 가능성이 크다. 동물의 습성과 관리방법, 앞으로 얼마나 커질지 등에 대해 알지 못하고 순간적인 호기심만으로 희귀동물을 기르게 되면 관리가 쉽지 않아 동물을 유기하는 원인이 된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유기동물보호소에 접수된 개 고양이 외 동물의 유기 건수는 2008년 405건에서 2016년 1,218건으로 두 배가 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발의안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현재 희귀동물을 기르고 있는 사육자나 관련업계에서는 발의된 개정안이 개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과도한 규제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멸종위기종만 아니면 누구나, 어디에서나 야생동물을 기르는 것을 허용하는 나라는 많지 않다. 특히 외래유입종의 생태계 교란과 인수공통전염병 발생으로 인한 공중보건 위기상황이 발생하면서 외국에서는 개인이 반려동물로 사육할 수 없는 종을 지정하거나 소유할 수 있는 야생동물 종을 제한하는 규제를 마련하고 있다. 벨기에는 2001년 야생동물 사육을 제한하기 위해 개인이 사육 가능한 동물 42종을 지정해 2009년부터 시행하고 있으며, 네덜란드도 2015년부터 유사한 법을 시행 중이다. 싱가포르의 경우 개인이 기를 수 있는 동물 종은 총 13종에 불과하다. 영국에서는 '위험한 야생동물법(Dangerous Wild Animals Act)'을 제정해 지정된 야생동물 종을 사육하려는 사람은 조건을 갖춰 지방자치단체의 허가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주와 도시 별로 '희귀애완동물법(Exotic Pet Law)'을 제정해 개인의 야생동물 소유를 제한하고 있다.

개인 소유의 뱀(왼쪽)과 먹이로 사용하는 쥐. 뱀은 온도와 습도에 매우 예민해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어웨어 제공
개인 소유의 뱀(왼쪽)과 먹이로 사용하는 쥐. 뱀은 온도와 습도에 매우 예민해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어웨어 제공

야생동물의 반려동물화... 사람에게도 위험하다

국내 전문가들도 야생동물이 무분별하게 ‘반려동물화‘되는 것에 대해 우려를 보이고 있다. 강원대학교 야생동물학연구실의 황주선 박사는 야생동물이 보유하는 병원체에 인간이 감염되었을 경우 병리적으로 국내는 물론 국제적으로도 알려진 정보가 부족한 점을 가장 큰 위험으로 들었다. 한 예로, 페럿에게 물렸을 경우 페럿의 구강상재균에 대한 데이터 부족으로 체계적인 항생제 치료가 어려울 수 있다. 또한 양서파충류는 살모넬라 보균율이 높아 주의해야 한다. 황 연구원에 따르면 매년 미국에서는 양서파충류의 접촉에 의한 살모넬라 감염이 7만4,000여건 발생하고 있으며, 번식업자들이 대량으로 항생제를 사용한 결과 이제 항생제 내성 살모넬라 균이 검출되고 있다고 한다.

건국대학교 수의과대학 한진수 교수 역시 특수동물의 반려동물화로 인해 알지 못하는 질병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 교수는 "특수동물의 경우 인수공통전염병 발생 위험에도 불구하고 수입 시 검역조차 면밀히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며 "특히 은여우, 왈라비 등 일부 동물은 질병에 대한 연구조차 충분히 되어있지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전문지식이 없는 개인이 특수동물을 사육하면서 적절한 사육환경과 관리를 제공하지 못했을 경우 동물복지 뿐 아니라 시민들의 공중보건에도 위해를 가져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마포구의 동물카페에서 손님들이 미어캣을 만지고 있다. 개인이 소유한 동물로 동물카페를 영업하거나 번식시켜 분양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어웨어 제공
마포구의 동물카페에서 손님들이 미어캣을 만지고 있다. 개인이 소유한 동물로 동물카페를 영업하거나 번식시켜 분양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어웨어 제공

물론 개, 고양이 외의 동물이 모두 위험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아무 규제 없이 야생동물을 애완화하는 사회적 분위기는 바람직하지 않다. 그리고 단순히 물리는 사고만이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위험이 아니다. 야생동물과의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발생하는 인수공통질병, 생태계 교란, 생명존중 의식의 결여까지, 고민해야 할 지점은 많다. 설사 사육자가 잘 기른다고 하더라도 야생동물이 포획 또는 번식되어 운송, 판매되는 과정에서 동물복지를 저해하거나 공중보건을 위협하는 문제들이 발생한다.

어떤 종의 동물이던 동물을 기르는 사람은 사전에 필요한 교육을 이수하도록 하고, 동물에게 필요한 환경과 관리를 의무적으로 제공해야 하는 사회적 분위기와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 이번 개정안을 시작으로 법적 사각지대에 놓여 관리되지 않는 야생동물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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