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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앓던 李' 뺐지만 국정 정상화까지 '뇌관' 수두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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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앓던 李' 뺐지만 국정 정상화까지 '뇌관' 수두룩

입력
2015.04.21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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崔부총리가 국무회의 주재, 정부 난맥상 그대로 노출

朴대통령, 위기 정면 돌파 의지 "정치개혁 차원서 확실히 수사"

野인사 포함 사정 대치 불 보듯

공무원 연금 등 개혁 과제 추진, 野 압박하며 분위기 전환 노려

최경환(왼쪽) 경제부총리가 21일 정부서울청사 회의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기 위해 자리를 잡고 있다. 최 부총리 뒤로 황우여 사회부총리가 입장하고 있다. 홍인기기자 hongik@hk.co.kr
최경환(왼쪽) 경제부총리가 21일 정부서울청사 회의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기 위해 자리를 잡고 있다. 최 부총리 뒤로 황우여 사회부총리가 입장하고 있다. 홍인기기자 hongik@hk.co.kr

국정운영 2인자인 이완구 국무총리가 사의를 표명하면서 21일 국무회의는 이례적으로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주재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해외 순방으로 자리를 비우고 이 총리마저 사실상 유고 상태에 빠지면서 총리 직무대행 1순위인 경제부총리가 국정운영의 바통을 이어받은 것이다. 최 부총리는 이날 잔뜩 굳은 표정으로 정부서울청사 국무회의장에 나타났으며 모두발언도 하지 않은 채 곧바로 안건 심의·의결 절차를 시작했다.

이날 국무회의는 박근혜정부가 처한 국정 난맥상을 그대로 드러낸 단면이었다. 대통령과 총리를 대신해 국정 3인자가 국무회의를 진행한 전례가 없지는 않지만 정권 실세들을 향한 ‘성완종 사태’가 진행형이라는 점에서 국정 혼란은 지금부터라는 목소리가 파다하다. 여권 관계자는 “어디서부터 고리를 끊고 국정을 정상화해야 할지 막막할 따름”이라고 전했다.

검찰발 사정정국 전망과 불투명한 결과

이런 가운데 박 대통령은 “정치개혁 차원에서 확실히 수사해 모든 것을 명백히 밝혀주기 바란다”며 고강도 사정으로 위기국면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불법 정치자금 전반에 대한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황교안 법무부 장관의 전날 발언과 겹쳐 볼 때 검찰 발(發) 사정정국이 본격화했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하지만 검찰 수사가 미흡할 경우 도리어 역풍이 우려되는 데다 후임 총리 인선을 둘러싼 혼선까지 감안하면 박 대통령의 구상이 기대한 결과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여권에서는 사정 정국이 향후 더 큰 혼란을 부채질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서초동에서 새로운 인물의 조사 계획이나 혐의가 나오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이 사정 파도에 휩쓸릴 수밖에 없다”며 “정치인 부패 수사에서 여야 균형을 맞추려는 검찰의 속성상 야당에서도 수사 대상자가 나온다면 극렬한 대치 국면으로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함께 새누리당 지도부는 민생 입법을 포함한 개혁 과제를 밀어붙이면서 국정 정상화를 도모한다는 복안이다. 이종훈 원내대변인은 “해임건의안까지 운운하던 이 총리가 자진해서 물러났으니, 이제 야당은 ‘성완종 리스트’는 검찰에 맡기고 공무원연금 개혁 등 산적한 현안 처리에 나서야 한다”며 야당에 개혁 과제 처리를 압박했다.

여야가 합의한 시한대로 다음달 2일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가 마무리 될 경우, 유 원내대표를 필두로 노선 투쟁도 치열하게 벌어질 전망이다. 내년 4월 총선이 다가오면 다가올수록 여당으로선 ‘구 보수’의 상징인 청와대와 명확한 선 긋기에 나설 수밖에 없다. 유 원내대표는 이미 무상급식ㆍ무상보육을 포함한 ‘증세와 복지 의총’을 예고한 바 있다.

새누리당 일각에서는 개헌론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한 중진 의원은 “연이은 총리 낙마 사태를 볼 때 문제는 사람이 아니라 ‘권한 없는 자리’”라며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개헌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 우위 국정운영 가속화

청와대와 정부가 무기력증에 빠진 가운데 당정청 관계에서는 당이 확실한 우위를 점할 공산이 커졌다. 여권 관계자는 “정부도 청와대도 핵심 인사들이 ‘성완종 리스트’에 연루되면서 큰 흠집이 난 상태이기 때문에 후임 총리가 누가 되든 당이 우위에서 국정 운영을 이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출범 초기부터 불거진 인사 난맥이 해결되기는커녕, 현직 총리의 금품 수수 의혹으로 정점을 찍어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는 것이다. 여기에 지난해 세월호 참사와 이후 미진한 후속 조치로 국정운영의 신뢰도 추락한 상태다. 이 총리 사의 국면을 무리 없이 조정하고 이끈 당 지도부의 리더십이 더욱 탄력을 받으며 향후 당정청 관계도 당이 중심이 될 수 밖에 없다는 전망이다.

김지은기자 lun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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