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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시스 G70 몰래 찍어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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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시스 G70 몰래 찍어봤더니

입력
2017.08.20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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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파라치(paparazzi)란 유명인을 쫓아다니는 프리랜서 사진작가를 뜻한다. 이탈리아에서 건너온 단어인데 국립국어원이 순화시킨 표준화 용어는 ‘몰래제보꾼’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파라치’는 우리말 속에서 ‘불법 행위를 신고하여 보상금을 타내는 일이나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을 뜻하는 말(제보꾼)로 통용되어, ‘폰파라치’, ‘담파라치, 겜파라치’ 등 39건의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자동차에 얽힌 파파라치는 다이애나 영국 왕세자비의 비극적인 교통사고가 대중에게 잘 알려진 바 있다.

카메라는 노트북과는 다른 매력을 품은 도구다. 그래서 카파라치에 도전을… 사진 김훈기 기자
카메라는 노트북과는 다른 매력을 품은 도구다. 그래서 카파라치에 도전을… 사진 김훈기 기자

서론이 길었다. 최근 의도치 않게 파파라치로 나선 경험을 밝히기 위함이다. 벌써 3번째 촬영인데, 가위바위보도 삼세판이면 끝이라 직업을 바꿔볼까도 고심 중이다. 자동차 전문 프리랜서 사진작가니, 명명하자면 카파라치(caparazzi)인가? 어린 시절부터 ‘대포 렌즈’로 무장한 프로 사진가를 동경하는 마음뿐이었고, 도로만 나서면 위장막을 두른 파일럿 카가 주변을 얼쩡대니 하늘이 내린 재주가 있나 싶기도 하다. 자, 이제 자칭 ‘카파라치’의 솜씨를 만나 보시라.

#1 곧 출시될 제네시스 G70을 포착하다

제네시스 G70부터 살펴보자. 전기차 시승을 위해 현대모터스튜디오 고양을 찾았을 때다. 지하주차장 구석에서 발견한 직후 흠칫했지만 이내 쾌재를 불렀다. 곱게 주차된 자동차를 남들 방해 없이 감상하라니, 이건 고양이한테 생선을 맡긴 격이 아닌가? 보무도 당당하게 사진부터 찍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런, 미팅을 위해 갔던 터라 DSLR 카메라가 없다. 할 수 없이 아이폰을 꺼내 한 컷 한 컷 꾹꾹 눌러 담았다. “대체 스마트폰 없던 시절은 어떻게 살았을까”라고 웅얼거리며.

일단 뒷좌석부터 들여다봤다. 내 초미의 관심사니까. ‘프리미엄 럭셔리를 표방하는 제네시스 브랜드의 고급스러운 스포츠 컴팩트 세단’은 실내 패키징이 어떨까? “어랏!” 육안으로는 그리 고급스럽지 않았다. 세로로 줄을 세운 시트 표면은 뭔가 칙칙하고 앞 좌석 포켓은 그물망처럼 생겼고 송풍구는 그리 고급스럽지 않다. 드라이브 샤프트 때문에 불쑥 솟아오른 센터 터널을 덮은 건 아반떼 커버와 다를 바 없고 생각보다 좁은 뒷좌석은 2인용에 가깝다는 생각이다. G80 프리미엄 옵션으로 제공되는 나파 가죽과 리얼 알루미늄을 기대한 건 아니지만 이 차가 완전 엔트리 트림인가 싶어 앞쪽으로 향한다.

라디에이터 그릴에 달린 레이더 센서 보호용 커버는 이 차가 스마트 크루즈 패키지 옵션이 달린 모델임을 말해준다. 어댑티브 크루즈 콘트롤이 달린 모델이라면 최상급 트림이라는 얘기. 초기 품평회 때 ‘왕회장’께서 버럭 호통치며 “품질감을 높이라”고 일갈했다는 에피소드가 납득이 간다.

익스테리어를 차근히 감상하니 옆에 선 그랜저보다도 훨씬 작게 느껴지는 암팡진 차체에 기대감이 물씬 피어난다. 헤드램프 안에 자리한 LED 조명과 위장막을 둘렀어도 굴곡에 따라 바로 촉진되는 캐스케이딩 그릴의 모양새가 가늠이 된다. 생각 같아서는 훅 벗겨내고 싶지만 그건 상도의(?)에 어긋나는데다 설렘의 즐거움을 스스로 박탈하는 허무한 짓이다. 왜 아니 그럴까? 차를 사는 즐거움은 실제 돈을 지불하는데 있지 않고 카탈로그와 가격표를 가늠하며 ‘이 차 고를까, 저 차 고를까’를 고심하는 행복한 고민에 있다는 걸 다들 아실 테니까.

내가 찍었지만 가장 가치 있는 사진이다. 솔직히 백날 익스테리어 찍어봤자 위장 패턴의 어지러움 안에서 실루엣만 볼 뿐인데, 차라리 서스펜션 구조라도 알 수 있는 이미지가 좋지 않겠나? 사실 G70이야말로 본격적인 스포츠 세단 타이틀에 도전하는 루키 아닌가? G80은 말 그대로 현대차의 창세기를 열었던 2세대 제네시스의 이름표를 바꾼 모델일 뿐 알버트 비어만 부사장의 솜씨는 G70에 모두 구현되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아우, 저 로워암 형상 좀 봐봐. 동력 추진축의 충격을 완충하는 브릿지 세팅은 어떻고!” 알로이 합금이 아닌 서스펜션 재질이 아쉽지만 값 대비 성능 사이에서 고심했을 기술자의 마인드가 읽혀진다. 앞서 출시된 스팅어를 통해 전체적인 동력 성능은 유추할 수 있으니 출시되어 실제 몰아볼 수 있는 날만 고대하고 있다.

19인치 미쉐린 파일럿 스포츠 타이어에서 개발진의 본격적인 의지를 읽는다. 사이즈는 225/40ZR19 (93Y)인데 생각보다 사이드월을 만나는 트레드 끝부분이 매끈하다. 본격적인 테스트 용도로 사용한 차는 아닌가 싶어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해외 외신에서 테스트하던 사진을 봤을 때는 완전 ‘하드코어’ 내구성 판정단을 운영하는 것 같았는데 말이다. 휠 스포크 사이로 보이는 빨간 캘리퍼 속 패드와 디스크의 마찰 흔적을 봤다. 생각보다 디스크 표면이 고르지 못하고 손상되어 있다. 항상 지적 받던 특유의 페이드 증상을 이번에는 제대로 담금질해서 원천봉쇄 하겠다는 의지가 느껴진다면 과장일까?

카파라치 도전 점수

제네시스 G70은 이제 데뷔를 목전에 둔 최신예 루키다. 그 말은 곧 적당한 대외 노출을 통해 사람들의 관심을 미리 끌어 모으려는 전략이다. 작년에 이런 사진을 찍었다면 바로 특종이겠지만 지금 시점에 누구에게나 공개된 주차장에서 이 차를 만났다는 건 내겐 카파라치의 자격이 모자르다는 뜻일 거다. 오로지 궁금했던 몇 가지 부품을 눈으로 봤다는 걸로 만족할만한 사진으로 볼 때 카파라치 점수 60점!

#2 내년에 출시될 기아 카니발 부분변경 모델을 포착하다

며칠 전 퇴근길이었다. 우연한 만남을 가장한 필연의 찰나, 너무나 익숙한 실루엣의 차가 나타난 거다. 아마 딱 봐도 아실 거다. 올 뉴 카니발 페이스리프트 모델이다. 테일 램프 디자인은 완전히 바뀌었지만 너무나 눈에 익숙한 쿼터패널하며 전체적인 사이즈가 현행 모델과 다를 바 없다. 뒤에서 보자마자 바로 따라 붙었지만 (변명하자면) 야간에다가 좀체 멈추질 않아 제대로 된 사진을 찍기가 어려웠다. 게다가 테스트를 맡은 운영사 담당 직원은 우리를 의식하고는 꽁무니를 빼기 시작했으니 협조(?) 불능! “음. <체험! 극한 직업의 현장>을 찍는 기분이 이렇겠군.” 이유가 무엇이든 밥벌이는 소중한 법이다.

사이드 펜더의 캐릭터 라인마저 익숙하다. 당연히 휠 디자인은 달라졌다. 부분변경에서는 금형을 새로 맞춰야 하는 패널조차 최소한으로 줄여야 칭찬 받는 원가절감의 시대니까 알아서 잘 했으리라. 디자이너와 엔지니어가 예전보다 훨씬 소통을 강조한다니 그런 부분에서는 이해가 간다. 더구나 카니발 제작은 각 모듈의 생산 라인이 다르다.

다음 날 믿을만한 1차 밴더 고위직 관계자 분께 문의를 드렸다. 반갑게 받다가 바쁜 척 “나중에 소주 한 잔 하자”더니 이내 ‘뚜뚜’ 적막만 남았다. 뭐 이해할 수 있다. 그게 지구의 평화를 지키는 소중한 정보도 아닌데 뭘. 남양만에 근무하는 ‘절친’ 모 선배는 G70 정보를 캐내려는 내 전화를 아예 받지도 않았다. “하하하…”

비슷한 사진의 나열이다. 어쩔 수 없다. “남들은 아이폰 갖고도 근사한 영화도 찍는다는데 난 왜 이럴까” 한탄한다. 그래도 소중한 정보 하나는 건졌다. 다시 한 번 손가락을 놀려 자칭 카파라치의 사진을 보시라. 그렇다. 새하얀 광원이 상하로 퍼지며 넓은 면적을 비춘다. (물론 고급형 모델에 달리겠지만) 무조건 LED 헤드램프다. 직진성이 훨씬 강한 레이저 라이트도 나오는 마당에 뭘 그리 호들갑 떠나 싶을 수도 있겠지만 패밀리 미니밴에 LED 헤드램프를 채용했다는 사실이 내겐 중요하다. 청색광이 많고 차가운 느낌을 주는 건 그리 반갑지는 않지만.

언뜻 보기에도 디자인 변화는 크지 않다. 최근 페이스리프트된 쏘렌토를 참고하면 어지간한 궁금증은 풀릴 듯하다. 주력 파워트레인은 2.2ℓ 디젤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를 매칭했을 것이다. 각종 주행안전장치가 옵션으로 제공되고, 2018년형 카니발의 실내 패키지는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제품 기획자의 시각으로 본다면 쏘렌토처럼 2ℓ 휘발유 터보 엔진을 쓰기에는 상품성이 떨어지지만 베이스가 같기에 전혀 불가능한 희망은 아닐 것이다. 무엇보다 현행 디젤 카니발의 진동과 공명음 이슈를 얼마나 개선하고 출시할지 궁금하다. 보디와 디젤 파워트레인의 유기적인 결합, 배기량 대비 보유세를 줄여주는 휘발유 터보 엔진의 채용(V6와 I4 엔진의 차이 때문에 어려울 수도)이 관전의 핵심이다.

카파라치 도전 점수

카니발은 내년에 데뷔를 앞두고 있다. 제네시스 G70에 비해 발 빠른 촬영 시기에는 스스로 뿌듯하다. 하지만 사진 퀄리티를 보면 이건 도무지 쓸 수 없는 사진이다. 그리고 따라가다가 집이 가까워져 추적을 그만둔(새벽이라 피곤했다) 식어버린 열정은 내가 카파라치의 자격이 없다는 뜻일 거다. 장거리 여행용 미니밴이 필요한 개인적인 흥미로 수전증 환자마냥 찍은 사진에 카파라치 점수 50점!

#3 하반기에 출시될 현대 싼타페 완전변경 모델을 포착하다

근사하다. 사진의 수준이 다르다. 확대하니 그릴의 벌집 문양과 위장막으로 두른 현대 로고마저 선명하다. 헤드램프는 아래쪽에 위치했고 주간주행등이 위쪽에 자리한 전면 디자인이 보인다. 최근 인기를 끄는 현대의 소형 SUV 코나와 비슷한 모양새다. 두툼한 필러와 한층 커진 사이드 미러, 그에 걸맞게 체구도 한 급 위로 끌어올렸다. 그렇다. 신형 산타페다. 해외에서 포착된 사진과 달리 국내 테스트 버전은 위장막으로 그릴의 디자인을 교묘하게 감춰놨다.

카파라치 도전 점수

스파이샷을 왜 더 보여주지 않느냐고 물으신다면 (기사보기☞ [오토포토] '위장막 주름까지 보여요' 4세대 신형 싼타페 포착) 직접 확인하셔도 좋겠다. 정리하자면 풀 모델 체인지를 앞둔 싼타페는 내 관심 모델이 아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내가 찍은 사진이 아니다. 박창완 자동차 전문 사진가가 내 차의 트렁크로 넘어가 마치 요가 하듯 기묘한 자세를 취한 채 셔터를 누른 작품이니까. 그 말인즉슨 난 카파라치 대신 전문 드라이버가 어울린다는 얘기다. 셔터 타이밍을 완벽하게 보조했던 운전 실력을 감안해 카파라치 점수 30점!

#4 결론

300점 만점에 140점, 환산하니 46점. 낙제점이다. 이쯤에서 카파라치 전직의 아쉬움을 접고 흥미로운 자동차 콘텐츠나 계속 써대야겠다고 다짐한다. 혹시라도 의지를 상실한 기자에게 용기를 북돋워주려는 독자가 계시다면, 그래서 도로를 달리다가 흥미로운 위장막을 두른 차라도 발견한다면 아래 메일로 제보를 부탁 드린다.

최민관 기자 edito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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