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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신과 함께’에서 발견한 인간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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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신과 함께’에서 발견한 인간의 힘

입력
2018.02.09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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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과 함께’ 를 봤다. 한국 대형 판타지 운운하는 기사를 하다 많이 읽어서 관람 전에 한껏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역시 대단했다. 세트장에서 촬영했다는 것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상상의 공간들을 잘 표현한 영화였다. 한국영화의 경쟁력을 증명했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뮤지컬 무대도 관객들에게 더 큰 자극을 주기 위해 끊임없이 발전해 나가고 있다. 특히 무대에서 영상이 차지하는 부분이 날로 커지고 있다. 예전에 한 장면마다 수천만원씩 들여 무대세트를 바꾸기도 했는데, 지금은 영상으로 쉽게 시공간을 바꾼다.

내가 출연했던 중국 뮤지컬 ‘상해탄’에서도 3D 영상을 사용해 그림 속 여인이 살아나 춤을 추는 장면을 연출해 관객들의 눈을 휘둥그레지게 만들었고, 브로드웨이 뮤지컬 ‘겨울왕국’에서도 눈사람 올라프가 만들어 지는 장면을 입체 영상으로 표현해 매 공연마다 관객들의 탄성을 자아낸다. 뮤지컬 시장도 판타지 뮤지컬 시대가 멀지 않았다. 현재 중국에서 창작중인 마카오 대형 뮤지컬 ‘금병매’도 정차오라는 유명 마술사가 무대 특수미술 디자이너로 참여해 무대 연출과 함께 연구 중이다. 이 마술사는 건축물이 사라지게 하거나 사람이 와이어 없이 공중에 날아다니게 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모두가 관객에게 더 큰 자극을 주기 위한 노력들이다. 현대인들은 판타지하고 자극적인 것에 익숙해져 있어 창작자들은 더욱 자극적인 것을 만들어 내야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 노력은 이미 오랜 시간 계속되었다. 일본 극단 사계 디즈니뮤지컬 ‘미녀와 야수’ 마지막 무대에서 야수가 공중에서 회전하면서 몇 초 만에 왕자님으로 변하는 장면은 보면서도 믿기 힘들 정도로 신기했고, 뮤지컬 ‘인어공주’는 브로드웨이 버전에는 배우들이 꼬리를 달고 롤러브레이드로 달려 헤엄치는 효과를 냈었는데 연구를 거듭한 결과 지금은 무대 전체를 바닷속으로 만들어 인어들이 떠오르며 헤엄치는 장면을 연출한다. 이렇듯 점점 무대 기술들을 발전시켜 관객에게 새로움을 선물하고 있다.

그러나 몇몇 새로운 뮤지컬은 이런 기술들이 너무 큰 비중을 차지해 스토리와 배우가 무대에 묻혀버린다. 주객이 전도된 것이다. 관객이 극장을 찾는 궁극적인 목적인 ‘감동’은 배우의 몫이다.

‘신과 함께’는 그 균형을 기가 막히게 잘 맞추었다고 생각한다. 볼거리도 대단했지만 가족애라는 보편적 정서를 표현하는 장면과 대사들이 관객의 마음을 두드렸다. 역에 딱 맞아 떨어지는 배우 캐스팅, 그 역을 정확히 표현해 내는 배우의 힘이 ‘신과 함께’를 대박영화로 만들었다는 생각이다. 무대와 스크린에 펼쳐지는 판타지가 시각을 자극하고 스토리에 몰입하게 만든다 해도 궁극적인 감동은 결국 배우의 깊은 눈빛과 절절한 대사를 곱씹어 뱉어내는 연기에서 나온다.

판타지와 보편적 정서 모두 ‘표현’에서 승부가 난다. 판타지도 컴퓨터그래픽이 조악하면 B급으로 전락한다. 보편적 정서는 결국 배우의 얼굴로, 즉 연기로 전달된다. CG가 아무리 훌륭해도 연기에서 세련미가 떨어지면 CG도 결국 볼품이 없어진다.

‘신과 함께’도 신파 논란이 잠시 일었다. 눈물이 들어가는 장면이 많아서일 것이다. 그럼에도 결국 이를 극복했다. 신파라는 난관을 연기력으로 돌파해낸 셈이다. 이런 연기력 덕분에 CG가 더 생생하고 사실적으로 보였다는 걸 누가 부인할 수 있을까. 신이 만든 작품인 인간이 인간이 만든 과학적 장치들을 압도했다고 하면 너무 과학 분석일까. 어쨌거나 어느 한류 스타의 말처럼 “한국에는 연기 잘하는 배우가 너무 많다.”

홍본영 뮤지컬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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