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수수색 이튿날 전격적으로
실무자 등 조사 건너 뛰어
확실한 범죄 혐의 포착한 듯
끈끈한 친분 끊는 분리 수사
진 검사장은 자수서 문건 제출
김 회장 수사에 압박 느꼈을 수도
진경준(49)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검사장)의 ‘주식 대박 의혹’을 수사 중인 특임검사팀이 13일 ‘은둔의 경영인’ 김정주(48) 넥슨 회장을 전격 소환해 압박에 나섰다. 놀라울 정도로 신속한 김 회장의 소환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는 가운데 진 검사장이 이날 자수서를 제출해 수사가 가속화하고 있다.
특임검사팀은 전날 김 회장의 자택과 넥슨 지주회사인 NXC의 제주 본사, 경기 판교의 넥슨코리아 본사 등을 압수수색했다. 6일 이금로(51) 인천지검장이 특임검사로 지명된 지 6일 만에 압수수색을 단행한 데 이어 압수물 분석을 마치지도 않고 실무자급 소환 조사도 없이 김 회장을 소환한 것이어서 매우 이례적이다.
때문에 검찰이 이미 김 회장과 넥슨의 확실한 범죄 혐의를 포착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넥슨 측은 일본 주식시장 상장을 앞둔 2005년 진 검사장에게 매입자금 4억여원을 빌려주면서까지 넥슨 주식을 살 수 있도록 특혜를 제공했다는 의심을 받았다. 진 검사장은 의혹이 제기되자 처음에는 자신의 돈이나 처가의 돈으로, 나중에는 넥슨 측에서 빌렸다가 갚은 것으로 해명했지만 김 회장으로부터 무상 제공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진 검사장은 지난해 이 주식을 팔아 120억원대 차익을 남겼다.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 후에는 김 회장의 개인회사 와이즈키즈가 NXC의 자회사 엔엑스프로퍼티스를 편입하며 내부 주식 거래로 부당한 이득을 얻었다는 김 회장의 개인 비리 의혹이 제기됐고, 검찰은 진 검사장의 차명계좌로 흘러들어간 돈의 출처로 넥슨을 의심하고 있는 상태다. 진 검사장이 넥슨 측으로부터 고급 차량을 제공받아 사용한 의혹도 나왔다. 한 검찰 관계자는 “압수수색과 관계 없이 수사 과정에서 일부 혐의가 확정됐기 때문에 불렀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이 김 회장과 넥슨의 범죄 혐의를 특정했다면 김 회장 소환은 진 검사장과의 연결고리를 끊기 위한 것이라고 풀이할 수 있다. 김 회장과 진 검사장은 서울대 동창으로 가족들끼리도 친분이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끈끈한 인간관계를 갈라 놓지 않으면 이번 수사는 성공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왔다.
김 회장 소환에 앞서 진 검사장은 이날 오전 변호인을 통해 특임검사팀에 자수서 형식의 문건을 제출했다. 자수서에서 그는 2005년 넥슨에서 4억여원을 받아 비상장주식 1만주를 산 뒤 2006년 이 주식을 넥슨 쪽에 10억여원에 팔고 다시 넥슨재팬 주식을 매입한 사실, 넥슨의 법인 리스 차량인 제네시스를 처남 명의로 제공 받아 보유한 사실을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기된 의혹 중 공소시효가 지나 형사처벌 가능성이 희박한 일부 사실관계만 인정한 꼼수로 읽힌다.
일각에선 넥슨 창업 후 성공 가도를 달리면서 ‘은둔의 경영인’으로 불리던 ‘절친’ 김 회장이 검찰 수사를 받게 되자 진 검사장이 압박감을 느끼고 일부를 시인했다는 분석도 하고 있다. 동시에 소환조사를 앞둔 김 회장에게 검찰에서 답변할 내용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검찰은 김 회장을 상대로 진 검사장의 자수서 내용의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한편, 진 검사장의 형사처벌과 직결되는 대가성, 직무관련성 등을 집중 추궁할 방침이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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