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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뱅크 첫날 18만 계좌 돌파…금융거래 혁명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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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뱅크 첫날 18만 계좌 돌파…금융거래 혁명 예고

입력
2017.07.27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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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출범 카카오뱅크

12시간 만에 시중은행 1년치 비대면 실적 넘어

한때 사용자 폭주로 트래픽 지체

이용우 공동대표 “미흡한 부분 죄송”

암호ㆍ공인인증서 대신 지문 로그인

상대 계좌번호 몰라도 카톡 송금

최대 300만원까지 가능한

비상금 대출도 1분이면 충분

국내 2호 인터넷전문은행인 한국카카오은행(카카오뱅크)이 27일 출범하자마자 불과 12시간 만에 작년 시중은행 전체의 1년치 비대면계좌 개설 실적을 뛰어 넘는 파괴력을 선보였다.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앞세워 기존 금융권 관행과 거래방식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것이란 예상을 첫날부터 수치로 입증한 셈이다. 카카오뱅크는 간편한 본인인증과 사용자 친화적인 시스템으로도 관심을 끌었지만 가입자 폭주로 첫날부터 연결이 자주 끊기는 호된 ‘신고식’도 치러야 했다.

뜨거운 인기에 ‘먹통’ 허점도

이날 오전 7시부터 서비스를 개시한 카카오뱅크는 “업무 개시 12시간 만인 오후 7시 기준으로 18만7,000개 계좌가 개설됐고 애플리케이션(앱)은 약 33만5,000회 다운로드 됐다”고 밝혔다. 12시간 동안 예ㆍ적금을 포함한 수신은 426억원, 대출은 145억원이 기록됐다.

이는 지난 4월 먼저 출범한 케이뱅크(사흘 만에 계좌 10만개, 수신 730억원, 대출 410억원)의 돌풍을 훨씬 뛰어넘는 것은 물론, 지난해 전 시중은행들이 비대면으로 개설한 계좌수(15만5,000개)를 반나절 만에 돌파한 것이다.

이날 카카오뱅크는 종일 주요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차지하며 세간의 관심을 독차지했다. 오전 한 때는 한꺼번에 접속자가 몰리면서 앱 설치부터 본인인증 등 절차가 중단돼 불만이 폭주하기도 했다. 대출고객이 몰리면서 신용한도 조회 서비스는 늦은 오후까지 먹통 상태를 보였다. 이용우 카카오뱅크 공동대표는 “대비한다고 했지만 미흡한 부분이 있어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사과까지 했다.

카카오뱅크 열풍은 이날 시중은행과 카드사 업무까지 마비시켰다. 카카오뱅크가 나이스평가정보에 대출 신청 고객 신용정보를 대거 조회하는 과정에서 나이스평가정보 측의 서버가 사실상 마비됐고, 이로 인해 역시 나이스평가정보를 이용하는 시중은행과 주요 카드사도 약 2시간 가량 대출고객 상담이나 카드발급 신청 업무에 차질을 빚었다.

카카오뱅크
카카오뱅크

초간편 계좌개설… 6~7분이면 OK

이날 기자가 직접 계좌 개설부터 입ㆍ출금, 계좌이체, 소액 대출서비스인 ‘비상금 대출’ 신청까지 사용해 본 결과, 대부분의 서비스는 직관적이고 간편했다.

계좌 개설은 휴대폰에 카카오뱅크 앱을 다운로드하고 지문과 패턴 등을 입력해 가입하면 된다. 이후 본인 명의 휴대폰 문자인증과 신분증 사진을 등록하고 타행계좌 확인을 거치면 본인 인증이 완료된다. 사용자 폭주로 트래픽이 걸렸던 시간대를 제외하면 모든 절차를 거쳐 계좌를 개설하는 데까지 약 6~7분이 소요됐다.

일단 계좌를 트면 다른 서비스 이용은 한층 쉬워진다. 시중은행 이용 시 필요한 복잡한 암호와 공인인증서 등 대신 지문으로 로그인 하고, 6자리 인증비밀번호(핀번호)만 입력하면 이체가 완료된다. 상대방의 계좌번호를 몰라도 카카오톡을 통해 마치 메시지를 보내듯 돈을 보낼 수도 있다. 받는 사람이 카카오뱅크 앱을 설치하지 않았어도 카카오톡 메시지로 입금을 확인하고 돈을 수령할 수 있다.

최대 300만원까지 받을 수 있는 비상금대출도 1분이면 충분했다. 상품설명서 확인과 실명ㆍ휴대폰 본인확인 버튼을 누르니 곧바로 ‘대출금리 3.85%’라는 메시지가 뜨고 돈이 입금됐다. 급하게 소액 대출이 필요할 경우 별도의 서류 제출 없이도 빠르게 신청할 수 있는 셈이다.

다만 본인인증 과정에서 카카오뱅크가 타행 계좌로 1원을 이체하며 4글자의 메시지를 남기고 이 단어를 다시 입력해야 인증이 완료되는데, 휴대폰에 해당 은행 앱이 깔려있지 않으면 은행이나 자동입출금기(ATM)를 직접 찾아 확인해야 하는 번거로움은 있다. 기존 시중은행보다 가입 절차가 간편해졌다고는 해도 모바일뱅킹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 등에겐 여전히 사용 문턱이 높아 보인다.

카카오뱅크 화면 캡쳐
카카오뱅크 화면 캡쳐

카카오발 ‘메기 효과’ 현실화될까

카카오뱅크는 첫날부터 스스로 ‘찻잔 속의 태풍’이 아님을 입증했다. 출범 전부터 카카오뱅크가 예고했던 해외송금 수수료 인하 소식에 다투어 기존 송금수수료를 내렸던 시중은행들은 앞으로 한층 더 긴장감을 높일 수밖에 없는 처지다.

실제 시중은행들은 고객 이탈을 최소화 하기 위해 거대은행이란 체면을 제쳐둔 채 안간힘을 쓰고 있다. 신한은행은 25일 공인인증서와 보안매체 비밀번호 입력 없이 간편하게 계좌조회와 이체(일 100만원)가 가능한 ‘S뱅크 간편서비스’를 선보였다. KB국민은행은 26일 공인인증서 없이 대출을 받을 수 있는 ‘리브간편대출’을 출시했다. 카카오뱅크가 금융권의 새로운 혁신을 불러오는 이른바 ‘메기’ 역할을 이미 하고 있는 셈이다.

다만 카카오뱅크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선 ‘산업자본의 은행지분 소유 제한(은산 분리)’이란 장벽을 넘어서야 한다. 언제까지 이름은 IT기업(카카오)이지만 최대주주는 금융사(한국투자금융지주)인 기형적 형태를 계속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날 이용우 공동대표는 “(은산분리)법이 개정되지 않는다 해도 전혀 문제가 없다. 한투지주가 58% 지분을 갖고 있는데 지주회사의 기본 목적은 자회사의 자금 확충”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여신 증가 속도가 가팔라지면 장기적으로는 케이뱅크가 안고 있는 고민인 자본금 부족 문제에 역시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케이뱅크는 연 2.67%로 최대 1억원을 대출해주는 ‘직장인K신용대출’에 수요가 지나치게 몰리자 출시 석 달 만에 이를 중단한 상태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카카오뱅크가 중금리 대출 부분에서는 시중은행을 앞설 수 있겠지만 결국 은산분리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끝까지 무서운 경쟁상대가 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국내 두번째 인터넷 은행인 카카오뱅크가 출범한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세빛섬에서 열린 카카오뱅크 B-day '언베일링 세러머니'에서 관계자들이 시연을 하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국내 두번째 인터넷 은행인 카카오뱅크가 출범한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세빛섬에서 열린 카카오뱅크 B-day '언베일링 세러머니'에서 관계자들이 시연을 하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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