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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하자수리 업무 스트레스 중 자살 “업무상 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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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하자수리 업무 스트레스 중 자살 “업무상 재해”

입력
2017.06.1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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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하자 수리 업무를 담당하며 입주민과 껄끄러운 관계를 유지하다가 우울증으로 목숨을 끊은 건설업체 직원에게 업무상 재해를 인정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제11부(부장 하태흥)는 2014년 6월 대전 유성구의 한 아파트 옥상에서 전선으로 목을 매 숨진 건설업체 직원 황모씨에 대해 “업무상 재해를 인정해야 한다”고 18일 판결했다. 황씨는 이 업체 신입사원으로 아파트 공사현장에 투입돼 근무하던 중 목숨을 끊었다.

황씨는 2014년 2월부터 아파트 하자보수 업무를 담당하게 됐다. 하자보수 신청인을 응대하고 협력사에 하자보수를 요청하는 일을 담당했다. 이 아파트는 분양 당시 대전 지역 최고 분양가를 기록했지만 입주 당시 부동산 경기 하락으로 주택거래가격이 하락하자 입주민들의 불만으로 무리한 하자보수 요구가 많았다. 책장의 책을 다 빼고 청소를 해달라는 입주민 요구에 협력업체 직원이 화를 내고 철수하자 황씨가 직접 입주민에게 불려가 청소비를 물어주는 일도 있었다.

황씨는 말을 조리 있게 하지 못하는 등 내성적인 성격이라 사람들을 상대하는 업무에 더 어려움을 겪었다. 2014년 5월 이라크 공사현장 해외파견 근무를 권유 받고 심한 스트레스를 받던 중 2014년 6월부터 또 다시 천안의 한 아파트 공사현장에 발령받아 다시 하자보수 업무를 맡게 되자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그는 자살하기 몇 달 전부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수 차례 업무로 인한 불안감과 우울감을 호소하는 글을 남겼다.

재판부는 “황씨의 업무량은 그 자체로 과중하다고 보이고, 신입사원으로서 비슷한 업무 경험이 없고 내성적인 성격의 소유자로서 말을 조리 있게 하지 못했던 탓에 이주민을 직접 대면하고 응대하는 하자보수 업무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으로 보인다”며 “건축 현장에 상주하면서 업무를 담당해 스트레스 상황에서 벗어날 기회도 제대로 갖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업무 이외에 다른 요인으로 이 같은 증상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김민정 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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